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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그네를 까는 택시기사님과의 반전 동행.ssul
게시물ID : bestofbest_90595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레볼루션
추천 : 431
조회수 : 36313회
댓글수 : 3개
베오베 등록시간 : 2012/12/06 19:56:04
원본글 작성시간 : 2012/12/06 16:20:40
이것저것 참 관심이 많은 청년입니다.

물론 정치에도 관심이 많아 친구들과 대화를 할대 30% 이상은 정치얘기를 꺼냅니다. 요즘은 대선기간이라 80%는 정치얘기를 하는것 같지만요 ㅎㅎ

그래서인지 정치에 크게 관심없는 제 친구들은 저보고 강의원님이라고 놀림도 많이 합니다.

그래도 저와 정치성향이 같지많은 않은 이 친구들이 저의 얘기에 큰 반감은 가지지 않아줘서 술자리에서도 즐겁게 토론할 수 있다는게 참 다행입니다. 

어제였습니다.

폭설이 내려서 꽤 거리가 있는 목적지까지 택시를 타고 가게 되었습니다. 약 2시간정도 택시를 탔었죠.

택시를 잡고 10분정도 갔을때였나?? 기사님이 침묵이 어색하셨는지 말을 꺼내시더군요.

"선생님은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모르겠지만 박근혜는 대통령 자질이 없어요"

꽤나 어색한타이밍의 뜬금포에 저는 적잖이 당황을 했습니다. 제가 정치얘기 하는걸 좋아는 하지만 초면이거나 친하지 않은분들과는 정치얘기를 잘 나누지 않습니다. 그 이유는 여러분들도 잘 아실겁니다. 성향이 같으면 그래도 다행이지만 다를경우에는 얼굴 붉힐일이 많기 때문이죠

지극히 주관적인 제 경험상 택시기사님들은 비율적으로 여권성향이 많다고 느끼고 있었는데 이분의 첫 마디에 저는 당황하기도 했고 흥미도 있었습니다. 그래서 계속 말을 들어봤죠

"아 그런가요?"

이렇게 대선정국에 별 관심없는척 하면서 기사님이 의견을 피력할수 있게 대답을 했습니다.

그러자 신이 나신듯 쏟아내시는 기사님의 주장에 저도 모르게 빵 터졌습니다 ㅎㅎㅎㅎ

기사님의 말의 요지는 간단했습니다. 후보의 성향,정책,비전 이런것에는 전혀 관심이 없으신듯 했고 이 분이 말하는 자질이 없는 박근혜의 이유는 딱 하나 단지 이거였습니다.

'여자'

다른건 하나도 없었고 20여분정도를 '박근혜가 대통령되면 남자들 다 죽는다' 이런 얘기만 하시더군요 ㅎㅎ

저는 10분정도 듣다가 더 들을 필요가 없다고 느끼고 건성건성 대답하다가 나중에는 그냥 대답도 안하고 핸드폰을 만지작 거리기 시작했습니다.

그때였습니다. 제가 반응이 없자 화제를 돌리시려고 그랬는지 다른 이야기를 시작하셨는데 그 얘기가 저한테 굉장히 충격적으로 다가왔습니다.

기사님이 그때 꺼냈던 말은 이거였습니다.

"이러니 저러니 해도 우리나라는 전두환같은 사람이 대통령을 해야돼! 박근혜나 문재인같은애들이 자꾸 정치판에 나오니까 나라가 개판이지. 전두환같이 국민들 꽉 잡아줄 사람이 필요해 지금은"

순간 뒷머리가 띵~했습니다. 입으로 터져나오는 욕도 간신히 막았을 정도로 말입니다.

저는 정치를 아주 간단하게 바라보는 편입니다. 제가 바라보는 정치의 이분법은 상식과 비상식이고 민주가 바탕이며 그 위에 아주 기본적인 상식과 비상식을 대입하면 올바른 정치방향을 제시할 수 있고, 만들 수 있다고 믿고 있습니다.

그런 저에게 기사님의 마지막 저 주장들은 아주 경멸스럽고 배우지 못한 천박스러운 의식으로 보였고, 독재의 향기를 똥냄새가 아닌 향수냄새로 기억하는 윗세대들이 아직도 많이 있구나 하고 새삼 다시 느끼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택시 안에서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기사님에게 의견을 듣는 대답이 아닌 반감의 대답을 드렸습니다.

"기사님 죄송하지만 피곤해서 그런데 눈좀 붙일게요. 얘기 잘 들었습니다"

사실, 기분으로는 기사님께 제가 아는 모든 객관적 사실과 반론으로 의견을 말하고 싶었지만, 별로 의미가 없을것 같았습니다. 

많이 겪어봤거든요...저런분들은 제한된 짧은 시간동안의 설득은 아무 소용없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자신에게 동조를 못해주는 상대방을 어려서 식견이나 이해가 짧다고 믿어버리고 자신에게 잘못 박혀버린 삶의 경험과 기억들을 지우지 못한다는걸... 물론 이것 또한 저만의 다소 위험한 생각일수는 있겠지만 한가지 확실한건 이 기사님과 저의 의견나눔은 더이상 의미없다는 결론이였습니다.

그렇게 눈은 감았지만 속으로 많은 생각을 하면서 저는 목적지에 도착했습니다.

요금이 4만6천원이 나왔더군요...

요금을 드리려고 지갑을 열었는데 저번달에 혼자 봤던 영화표가 눈에 보였습니다. 그걸보고 저도 모르게 만원짜리를 다시 집어넣고 오만원권을 꺼냈습니다. 그리고 오만원권 밑에 그 영화표를 넣고 같이 잡아서 기사님께 드렸습니다.

"잔돈은 됐습니다. 눈길 조심히 운전하세요"

그럴일은 없겠지만 그 기사님이 혹시라도..정말 혹시라도 이 글을 보시게 된다면 한마디만 더 하고 싶네요...

어제 내릴때 이 말 못한게 계속 마음에 걸리더라구요..

기사님 어제 화성시청 후문에 내렸던 청년입니다. 

뜬금없이 영화표 받고 당황하셨을텐데 ㅋㅋ 죄송합니다. 그런데 그거 보고난 표예요;;; 그걸로 영화 못보시니까 혹시 오해하진 마시구요;;;;;

기사님..


"국민을 아프게 한 큰 범죄의 행위를 어떠한 이유에서든 정당화 시키고 동조하는것 또한 또다른 의미의 범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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