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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포 심리] ROOM - 4. 불과 물
게시물ID : panic_90635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아카스_네팔
추천 : 2
조회수 : 787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6/09/13 13:3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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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화 : ROOM - 3. 끝. http://cafe.naver.com/sichunji/702
(이미 올린 글을 지속적으로 수정하는 이유로 부득이 카페링크를 겁니다. 부족한 글이지만 오유 공게에 올린 글은
베스트에 올라갈 경우 수정이 안되더군요.) 그리고 오유에 필터링 된 단어들이 포함되어 있어서 이또한 부득이 *표시
를 하였습니다. 수정되지 않은 원글은 링크를 타고 가면 있습니다.

경고 : 이 글은 극사실적인 공포, 두려움, 고통의 반복적 묘사로 인해 읽는 분에게 불쾌감을
줄 수도 있음을 미리 알려 드립니다. 하지만, 마지막 회까지 함께 하신다면 새로운 방식의
글 읽는 즐거움을 느끼실 수 있을 겁니다. 부족하지만 노력하겠습니다. - 아카스_네팔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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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ROOM   
                                

                                                       Akash-nepal


4. 불과 물 


"봐...너도 포기하게 되지?..."

모든 것을 놓아버린 듯 한 그녀의 목소리가 귓가에 들려왔다...
.
.
.
"폭포가자!"
중학교 2학년 때, 유난히도 비가 많이 왔었던 그 해 장마.
친 구 두 녀석과 동네 강가에 물놀이를 하러 간 적이 있었다. 수영엔 완전 젬병이었던 나였지만 그래도 혼자가 아니었기에 친구들의 제안에 미련 없이 따라 나섰다. 강에는 보가 길게 가로 질러 있었는데 보 가운데가 무너져 수영하기에 안성맞춤인 물줄기를 만들어 내고 있었다. 우리는 그 자리를 '폭포'라고 불렀다.
학교를 마치자마자 헐레벌떡 달려갔지만 어떻게 선수를 친 것인지 벌써 꽤나 많은 아이들이 곳곳에서 놀고 있었다. 우리는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윗도리와 바지를 벗었고 가방을 모래사장에 대충 던져 놓은 채 폭포로 달려갔다.
비 온 다음날이라 그런지 눈짐작으로도 물이 평소의 두 배는 불어나 있었다. 수영을 못하는 나로선 거세게 몰아치며 쏟아지는 물줄기를 보고 있자니 오금이 저려 왔지만 망할 친구 녀석들은 아무도 그만두자는 말을 하지 않았다. 물이 쏟아지는 보 아래쪽 양쪽에는 바위들이 있었고 물줄기를 가로질러 이쪽에서 저쪽 바위로 십여 미터를 단번에 헤엄쳐서 건너는 것이 폭포에 놀러온 이상 반드시 거쳐야 하는 통과의례처럼 되어 있었다.
"나부터 간다! 니들 비겁하게 빼면 남자도 아인거 알제?"
"당연하지!"
미친*들. 기어이 말뚝을 박는구나. 수영 잘하는 친구새끼 두 놈이 뻘소리를 하는 바람에 이제 건너지 못하면 남자도 아닌 게 되어 버렸다.
녀 석은 평평한 바위위에 올라서더니 콸콸 쏟아지는 물줄기를 지긋이 한 번 바라본 다음 바로 몸을 던졌다. 워낙에 수영을 잘하는 놈이라 아주 유연한 몸놀림으로 자유형을 해대며 건너갔지만 오늘 물살은 만만찮았는지 녀석의 사지 팔다리는 평소보다 좀 더 난리였다.
"야! 오늘 물살이 좀 세다. 조심해서 건너와!"
새 끼. 물살이 세면 건너오지 말라고 해야지. 녀석은 금세 원기회복을 한 듯 의기양양하게 우리를 부르고 있었다. 평소엔 숨도 안 쉬고 가볍게 건너가던 녀석이 버거워하는 것을 본 남은 친구 녀석도 그쯤 되면 주제를 파악하고 그만 둘 일이지 오히려 전의를 불사르고 있었다. '후! 하!'거리면서 말이다.
"간다!"
그렇게 두 번째 놈까지 떠나갔다. 아니 정확하게는 약간 떠내려갔다. 물에 들어가 보니 아차 싶었던 듯 녀석은 미친 듯이 손발을 놀려 대기 시작했고 필사적으로 헤엄을 친 결과 맞은 편 바위중 하나를 가까스로 붙잡고 올라섰다. 분명 평소와는 다른 풍경이었다.
"야! 걱정마. 건너와!"
아...미친*들.
난 이미 그때 공포에 싸여 다리가 후들거리고 있었다. 하지만 어쩌랴? 그때는 무서움보다 쪽팔림이 더 수치스러운 나이었으니. 믿음직하지 않지만 그들을 믿는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눈대중으로 보니 물살은 세지만 숨 딱 참고 한달음에 내저으면 못할 것도 없을 것 같았다.
그래서 나는 몸을 최대한 움츠린 뒤 다이빙을 했고 곧이어 거대한 자연의 힘과 맞닥뜨렸다. 하지만 그것이 오만한 도전이었음을 물에 닿자마자 난 즉시 깨달을 수밖에 없었고, 거센 물살에 휩쓸려 미친 듯이 아래로 둥둥 떠내려갔던 것이다.
폭포 아래쪽에는 물들이 휘돌아가는 큰 웅덩이 같은 곳이 있었는데 우리는 그곳을 '해골바가지'라고 불렀다. 왜냐하면 물웅덩이 위쪽에 경찰서장 명의의 수영금지 간판이 꽂혀 있었는데 거기엔 붉은 해골 그림이 그려져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곳은 수심이 깊어 위험하오니 물놀이를 금지합니다.'
폭 포에서 쏟아지는 물들은 일단 그 웅덩이를 한번은 거치게 되어 있었다. 미친 듯이 물살에 떠밀려 해골바가지까지 갔을 때 이미 난 정신을 반쯤 잃은 상태였다. 하지만 살기 위해서 필사적으로 버둥거렸고 안간힘을 쓴 결과 물밖으로 겨우 고개를 내밀어 외칠 수 있었다.
살려주세...
그 다섯 글자도 못다 말한 채 물속으로 다시 가라앉으면서도 난 그 잠시 동안 물밖에서 나를 멀뚱멀뚱 보고 있던 친구 두 놈의 면상을 똑똑히 확인 할 수 있었다. 내가 장난치고 있다고 생각한 것인지, 아니면 구해주기엔 자기들도 위험하다고 생각했던 것인지 모르지만 두 녀석은 그냥 날 쳐다보고 있었다. 이렇게 죽을 수는 없었다. 다시 젖 먹던 힘까지 짜내서 다시 다리를 버둥거려 물밖으로 얼굴을 디밀었다.
살려주...
그리고 물밖으로 희미하게 보이던 세상. 기적은 일어나지 않는 것일까. 하지만 세상사 삼세판, 난 분명 기억한다. 그 마지막 세 번째 순간을.
발끝에 남은 힘을 주고 온몸을 뒤틀어 솟구쳐 올랐지만 겨우 코와 입만 아주 잠깐 물밖에 내놓을 수 있었는데 난 그 순간 있는 힘껏 소리를 질렀다. 아니 지르고 싶었다.
살려!...
난 그래서 안다. 물에 빠져 죽는다는 것이 어떤 느낌인지를.
숨이 막혀 질식할 것 같은 그 고통이 지나면 숨이 끊어지기 직전에 짧지만 고요하고 나른한 순간이 찾아온다는 것을 말이다. 고통 없는 나른함...그것은 죽음을 목전에 둔 인간에게 신이 주는 마지막 선물일지도 모른다.
여 튼 그 세 번째 맥없는 마지막 솟구침을 본 어떤 아이가 내 쪽을 향해 뛰어 드는 것을 보면서 난 정신을 잃었었다. 한참 후 눈을 떠보니 모래사장이었고, 그 아이는 내가 깨어난 것을 보고는 별 말없이 다시 표표히 사라졌던 것이다. 물론 망할 두 친구 녀석들과는 그날부로 절교를 했고.
.
.
.
아..역시 효과가 있다.
물이다. 분명히 엉덩이를 적시는 이 느낌은 물...물이다. 살았구나.
정말 바닥부터 번들거리며 물이 빠른 속도로 방안에 차오르고 있었다. 이번엔 뜨거운 공기가 식으면서 만들어 내는 수증기가 방안을 가득 채웠다.

"너...물을 불렀구나."
...알고 있었어?
"공포의 기억을 떠올리면 그 대상이 나타나지."
뭐라고? 그럼 왜 진작에 뭐라도 하지 않았어? 죽을 뻔 했잖아!
"소용없어. 결과는 같으니까."
무슨 소리야? 하는 데까지는 해봐야 할 것 아냐? 이렇게 가만히 앉아서 죽을 거야? 너도 뭐라도 해보라고!
"물과 관련된 끔찍한 공포의 기억이 너에게 있었겠지. 그리고 그 위기를 넘겼으니까 니가 아직 살아 있는 걸 테고."
아니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순간 불길한 예감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설마?
"그래. 공포의 대상만 나타날 뿐이지. 이제 아무도 널 구해주지 않아."
아...아냐 그럴 리가 없어. 무슨 방법이 있을 거야. 이렇게 죽을 수는 없어!
"누가 죽는다고 했니?"
....뭐라고? 결과는 같다며? 소용없다면서?
"니가 부른다고 옛날에 널 구해줬던 사람이 나타나진 않는다는 말이야. 그건 공포의 기억이 아니니까."
그럼 어떻게 되는 거야? 물이 계속 차오르고 있는데?

그랬다. 우리는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일어나 있었다. 그리고 마치 바닥에서 온천수가 솟아나듯이 스멀스멀 새어 들어오는 물이 벌써 무릎위로 무섭게 차오르고 있었다.

"걱정 마, 죽지는 않아. 지금까지 그래왔어."
지금까지 그랬다고 이번에도 그러라는 법 있어? 그걸 니가 어떻게 알아?
"수백...아니 수천 번 그랬지. 그런데..."
그런데 뭐?
"그 과정이 힘들지. 하지만 그 끝은 아주 평온해...그러니까 너무 걱정하지 마."
그 끝이라니?
"생의 마지막, 죽음 바로 앞이라고 할까..."
뭐... 뭐야? 그러면 정말 방법이 없다는 거야? ..무..물이 이렇게 차오르고 있는데 정말 방법이 없어?
"일단 저기로 올라가자."

이 미 물은 배꼽 위로 차오른 상태였다. 이 정도 속도라면 몇 분 안가 이 찌그러진 좁은 방을 다 채워버릴 것 같았다. 그녀와 나는 캐비닛 쪽을 향해 물을 헤집고 서서히 걸어갔다. 물 때문에 걷는 것이 불편했지만 다행히 캐비닛 위에 올라가는 것은 오히려 쉬웠다. 그녀의 손을 잡아 캐비닛위로 올려놓고 우린 지붕에 걸터앉았다.

죽지 않을 정도라면 어느 정도에서 멈춰야 하는 거 아냐?
"너 물에 빠졌을 때를 떠올려봐. 괜찮아...한 번 떠올린 공포의 기억은 그걸로 끝이니까. 그때 그 마지막 순간...고통 없이 평온했던 마지막 순간이 있었지?"
뭐...뭐라고?! 아...안 돼! 그건..안 돼...
"괜찮아...익숙해지긴 어렵지만 시간은 흐르니까...그 순간도 지나면 괜찮을 거야. 그들이 우릴 죽게 놔두진 않을 테니까."
그들이 누구야? 그들이 모든 걸 조종하는 거야? 그럼 그들에게 말해봐. 이 미친 짓 좀 그만두라고!

그 녀는 대답대신 내 손을 다시 한 번 꼭 잡았다. 하지만 그녀도 떨고 있었다. 억지로 참고 있지만 내 손에 전해지는 떨림이 그것을 말해주고 있었다. 하긴 수천 번 경험했다 해도 죽음의 공포 앞에 누가 적응할 수 있으랴? 살 수 있음에도, 죽지 않는다는 사실 그 자체만으로 희망일 수 있음에도 절망의 순간은 서서히 다가왔다. 우리는 서로의 손을 맞잡은 채 캐비닛 지붕에서 말없이 일어났다. 아마도 죽음의 문턱에서 다시 돌아오기 위해서는 버티는 데까지 버텨야 할 것이다. 그래야...살아 있는 마지막 순간에 다다를 수 있을 테니까. 그 마지막 짧은 순간의 나른하고 고요하고..평온한 상태에 이르러야 이 말도 안 되는 상황이 끝난다는 것이다. 하지만 거기에 이르는 과정은 죽음이나 다름없는 고통임을 경험을 통해 난 알고 있다. 나는 그게 죽을 만큼 무섭다. 그녀는 말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차라리 이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면 더 나았을까? 아니면 죽는다는 공포 속에 더 고통스러웠을까?
 순식간에 캐비닛위에 서 있는 그녀와 나의 어깨 아래까지 물이 차오르기 시작했다. 발끝이 부력에 의해 가벼워지는 것이 느껴진다. 물이 어깨를 지난다. 속도가 점점 빨라지는 것 같다.

...저...정말 방법이...없을까? 누나..?

아..나는 비겁하게 왜 이럴 때만 '누나'를 찾는 걸까?
"항상 혼자였는데....같이 있어줘서 고마워. 정말..그런데 너...내가 얼마나 널 생각했는지 아니?"
미안..정말 미안해..난 그것도 모르고..지금까지...
"미안해? 이제 와서?"
왜...왜 그래?!
"넌 나에게 공포의 대상이었어. 아니 내가 미안해. 니가 여기 왜 나타났는지...히힉...이제 알겠어?...아니..그게 아니..."
왜 그러는 거야? 왜 그래?
"으으으으...."

그녀의 몸이 심하게 떨리고 있었다. 마치 꼭뚝각시 인형처럼 고개를 뒤로 젖히면서 두 팔을 버둥거리면서 횡설수설하고 있었다.  

"죽여 버릴 거야...아니 아니...죽지는 않지...근데 니가...니가 푸...푸흡"
발작으로 이미 통제 불가능한 그녀의 어깨를 부여잡고 흔들어 봐도 소용이 없었다. 순간 사방에서 기괴한 소리가 다시 들려왔다.

끼기기기기긱....
분명 찌그러진 방 전체에서 들리는 소리다. 물을 통해 둔탁하게 들려오는 그 소리는 분명...방이 다시 찌그러진다는 의미였다. 동시에 그녀의 발작이 잦아 들었다.

"푸...푸흡...미안...내가 미안해..."

물 에 잠기면서 자꾸만 그녀는 나에게 미안하다고 했다. 이미 나도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절망감에 가까스로 물 밖에 입을 내밀고 마지막 숨을 가쁘게 몰아쉬고 있었다. 하지만 느낄 수 있었다. 자세히 들리지는 않았지만 그녀는 분명히 꼭 잡은 손으로, 그리고 입으로 새어 들어가는 물을 억지로 뱉어내며 하는 모습으로 난 알 수 있다. 정작 미안한 건 나인데 말이다.
본능적으로 마지막 숨을 깊이 들이마셨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방안에 물이...가득...찼다.

이 제 그녀의 모습이 물속에서 보인다. 머리카락이 사방으로 뻗쳐져 마치 아름다운 마법의 공주 같다. 그 마법의 공주는 나에게 '조금만 참아...금방 괜찮아 질 거야'라고 말하고 있다. 조금씩 그녀의 얼굴이 일그러진다. 그녀에게 보이는 내 모습도 그러할 것이다. 가슴이 서서히 조여 들며 답답해져 온다. 하지만 우리는 서로 다시 맞잡은 손을 놓지 않았다. 이 고통만 지나면...참기 힘들지만 숨이 막혀 오지만...이 고통만 지나면 나른하고 고요한 평온이 찾아 올 것이다. 나를 바라보는 그녀의 눈빛이 그렇게 말하고 있다. 드디어 참을 수 없는 고통의 순간이 엄습한다. 본능적으로 입을 벌리고 있지도 않은 희망을 찾아 벌컥 벌컥 숨쉬기를 하지만 몸속으로 들어오는 것은 물뿐이다. 아...악....견디기 힘들다. 죽음의 공포가 온 몸을 휩싸고 돈다. 나는 나도 몰래 온몸을 버둥거리며 그녀가 잡은 손을 빼려고 몸부림을 친다. 하지만, 그녀는 ...나를 바라보는 그녀의 눈빛은 나를 놓아주지 않는다. 그런데 그 순간, 그녀의 눈빛이 흔들린다. 방금 전의 눈빛이 아니다. 무언가 말하려는 듯 그녀의 입술이 마구 떨린다. 그리고 미친 듯이 몸을 떤다. 저것은 분명 고통 끝에 오는 평온함이 아니다. 공포에 떨며 죽어가는 몸뚱이일 뿐이었다. 숨을 조금이나마 더 참은 나에게 보이는 것은 ...그녀의 마지막... 처절한 몸부림이었다. 아...뭔가 잘못되었다. 갑자기 그녀가 했던 말이 떠올랐다.

니가 오면서 뭔가...틀어졌어.

아아악...고통 끝에 오던 평온함이 순식간에 절망으로 뒤덮인다. 서서히 몸부림이
잦아든다. 기억이 사라진다. 눈앞에 풍선처럼 떠오르는 그녀의 몸뚱이가 보인다. 자꾸만 몸이 가벼워진다. 무언가..잘못...되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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