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격 천재' 스즈키 이치로(31.시애틀 매리너스)가 안타 한개를 보태며 메이저리그 한 시즌 최다안타 기록에 한걸음 더 다가섰다. 이치로는 30일(한국시간) 오클랜드 네트워크어소시에이츠콜리세움에서 열린 오클랜드 애슬레틱스와의 원정경기에서 안타 1개를 보태 시즌 안타수를 255개로 늘렸다. 이로써 이치로는 남은 4경기에서 3안타만 때려내면 1920년 조지 시슬러(세인트 루이스)가 세운 메이저리그 한 시즌 최다안타(257개) 기록을 경신하게 된다. 최근 최다안타의 '가치' 를 묻는 독자들의 메일을 여럿 받았다. 이치로의 최다안타 기록을 1920년 조지 시슬러의 클래식 기록과 비교해 의문을 제기하는 팬들이다. 내용인즉슨 경기수의 증가로 이치로가 시슬러보다 많은 타수를 기록했고, 안타를 치기에 유리했으며 그 결과 3푼이나 낮은 타율에도 추월 일보직전까지 왔다는 것이다. 얼핏 보면 그렇다. 단순 무식하게 '안타 생산율' 을 따져봐도 시슬러의 우위다. 1920년 전 경기(154경기)에 교체 없이 전 이닝을 소화한 시슬러는 631타수 만에 257안타를 때려 2.46타수당 하나 꼴로 안타를 기록했다. 이는 162경기를 치르는 현 페넌트레이스에서 30일 현재 157경기 출장, 685타수에서 255안타를 터트린 이치로의 타수당 안타비율 2.69를 크게 앞서는 페이스다. 그러나 시슬러가 활약한 1920년대와 2004년의 메이저리그는 판이하게 다르다. 시슬러의 시대에는 직구와 커브 두가지 구질만 구사하는 투수들이 거의 전부였고, 그나마 비하인드 볼카운트(Behind in Count)에서는 직구만 던졌다. 구장은 협소했으며, 새미 소사, 배리 본즈와 같은 흑인들은 메이저리그에서 뛸 수 없었고, 스케줄과 장비도 달랐다. 현대야구의 스폐셜리스트격인 전문 구원투수도 없었다. (야구판에서 세이브란 말이 떠돈 것은 1960년에 접어 들어서다) 이렇듯 80년이 넘는 시간을 사이에 두고 판이한 조건에서 뛴 시슬러와 이치로를 놓고 '누가 더 위대한 타자인가?' 를 따지는 것은 우매한 짓이다. 다만 '각자의 리그에서 누가 더 뛰어났는가?' 를 가려내는 일 정도는 얼마든지 가능하며 시대별 비교분석에 있어서 대단히 유용하게 쓰일 수 있다. 1920년 시슬러는 타율 0.407를 기록하며 1911년 타이 콥이 세운 248안타를 넘어섰다. 시슬러가 안타를 때리지 못한 경기는 한 시즌 내내 23경기가 고작이고, 무안타로 침묵한 가장 긴 슬럼프는 2경기에 불과했다. 그러나 당시 내셔널리그 타자들의 리그 평균 타율은 0.295였고 3할 타자의 비율은 전체의 46%나 됐다. 시슬러의 타율 0.407를 리그 평균 기록과 비교해 본다면 시슬러는 평균적인 타자보다 38% 더 뛰어났다는 결론이 도출된다. 반면 이치로의 타율 0.372은 2004년 리그 평균인 0.271보다 37.3%가 높다. 결국 평균적인 타자들과의 비교에서 두 선수의 차이는 0.7%에 불과할 뿐이다. 타수가 많기 때문에 많은 안타를 칠 수 있었다는 얘기도 설득력이 떨어진다. 그러기에는 이치로의 타율이 너무 높다. 통상 타수가 많고 볼넷이 없는 타자들은 타율 관리에 상당한 애를 먹는다. 야구전문사이트 '하드볼 타임즈' 에 따르면 단일시즌 660타수 이상을 기록한 타자들 중 타율 0.350을 넘어선 선수는 5명에 불과하며 660타수를 이상을 기록한 빅리그 주전들의 평균 타율은 0.299다. 이치로는? 685타수 255안타 타율 0.372다. 역대 100명의 수위타자 가운데 17명만이 600타수 이상을 기록했고, 5명만이 625타수를 넘겼으며, 오직 1명이 650타수를 경험한 메이저리그 역사에서 최다 타수 타격왕을 목전에 두고 있는 것이다. 시슬러의 257안타는 1929~1930년 레프티 오둘과 빌 테디가 세운 역대 3위 기록인 254안타 이후 도전조차 용납되지 않았다. 2001년 이치로가 1930년 이후 가장 많은 242안타를 때려냈을 때에도 시슬러의 최다안타 기록은 난공불락의 철옹성이었다. 그러나 올해는 얘기가 다르다. 시슬러의 기록에 2개차로 다가선 이치로는 올시즌 3연속 경기 무안타 기록이 없다. 월별 타율 4할만 3번을 쳤고, 5안타 이상 경기만 4번에(역대 1위), 메이저리그 사상 처음으로 한 시즌 월간 50안타를 3차례나 달성했다. 시즌 최다 단타 기록은 여전히 진행형이다. 스포츠통계 전문회사인 엘리아스 스포츠뷰로는 "시슬러의 기록이 현대야구에서 도전받게 될 줄은 몰랐다" 면서 경악을 금치 못하고 있다. 시슬러가 사망한 1973년에야 비로소 이치로가 태어났다. 우리가 수일 내로 보게 될 이치로의 258번째 안타는 평생 보기 힘든 대기록의 순간이 될 듯 싶다. 스포츠서울닷컴 | 최우근기자 cwk7162@ 기록을 폄하하는 사람도 있지만 도전하는 자체로도 가치있는 엄청난 기록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