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시판 즐겨찾기
편집
드래그 앤 드롭으로
즐겨찾기 아이콘 위치 수정이 가능합니다.
호기심석사님께...
게시물ID : phil_10131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레고맨
추천 : 0
조회수 : 527회
댓글수 : 2개
등록시간 : 2014/11/04 21:03:31
쓰다보니 길어져서 게시판에 올립니다.
 
기독교인(?이라기보다는 교회에 다니는 사람에 가깝습니다만)으로서 고민에 동참해 드리죠.
동성애... 기독교인이 아니라면 간단하게 끝날문제지만, 기독교인에게는 참 난감한 문제입니다.
왜냐하면 성경에는 남색, 즉 동성애자를 그 땅에서 쫓아내라고 명령하니까요.(다행이 간음한 여인처럼 돌로 쳐 죽이라고까지는 안합니다--;;)
하지만 어차피 거기서 거깁니다. 기독교에서 남색하는 자는 부정한 자입니다.
문제는 이 시대가 이 세상이 남색은 부정한게 아니다. 잘못한거 하나 없는 너와 같은 인간이다라고 주장한다는 점입니다.
성경은 부정하다하고 세상은 아니라고 하고...
기독교인으로서는 이거 세상을 욕해야 되나? 종교를 갈아타야 되나? 고민일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여기에 기독교인들이 생각하지 못하는 독선과 오만이 있습니다.
남색이라는 용어... 열왕기상에 3번, 고린도전서에 1번, 디모데전서에 1번  나오는데 남색하는 자를 쫓아내라는 말... 대부분 내부단속용 말입니다.
니들끼리 그러면 안된다. 니들 중에 그런 사람이 있으면 쫓아내라... 그런 의미로 쓰일 뿐,
남의 땅까지 쳐들어가서 쫓아내라거나, 도시락싸들고 쫓아 다니며 니들 죄인이다라며 지적질하라고 명령한 적은 없다는 것입니다.
성경 어디에도 '동성애자의 결혼식에 가서 똥물을 뿌려라. 그 짓을 자랑스러워 해라'라는 구절은 없습니다.
 
생각해 봅시다.
이 땅이 기독교인의 땅인가요? 아님 기독교인만의 땅인가요?
자기 땅도 아닌 곳에서 왜 남에 대해 평가하고 정죄하려 드는 걸까요?
만약 동성애자가 교회에 찾아와 세례를 받고 싶다고 한다면 그때 가서 기독교는 동성애를 허용하지 않습니다라고 말할 수는 있겠죠.
(그리고 이것은 지켜져야 합니다. 세상이 동성애를 용납하니 우리도 동성애를 용납해야 한다? 그럴거면 왜 기독교를 믿나요?)
하지만 자기 생각대로 자기가 옳다고 생각하는 대로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당신 죄를 짓고 있습니다. 하지 마세요라고 한다면 그건 오만입니다.

대한민국은 기독교인만을 위한 나라가 아니라 이런저런 사람 모두를 위한 나라입니다. 모두가 함께 살아가고 있습니다.
아무리 자신이 하나님의 선택을 받았다고 주장해도 이 땅에서 기독교는 이런저런 수많은 종교 중 하나에 불과합니다.
역사적으로 보면 외국에서 물건너온 막내입니다. 그런데 마치 자신이 이 땅의 주인인 것처럼 행세합니다.
성경이 창조주 여호와의 말씀이니 모든 것을 성경에 기대어 평가하는게 정당하다고 생각합니다.
(이건 인정해줘야 합니다. 아님 기독교 믿지 말라는 거죠)
그리고 그 기준과 평가를 성경을 믿지 않는 사람들에게까지 적용하려 듭니다.
(이건 인정해 줄 수 없습니다. 하나님도 아직 가만히 계시잖습니까?)
물론 기독교인은 기독교의 교리가 진리라고 믿고, 성경은 타인에게 이 믿음을 전하라고 말합니다.
그래서그런지 아주 자연스럽게 타인의 생각을 무시하며 살아갑니다. 내가 옳고 넌 틀렸다고 생각하니까 무조건 내 믿음을 강요하려고만 합니다.
 
하지만 다른 종교를 가진 사람들, 여기에 더해 무신론자들과 함께 섞여 살아가면서
자신의 관점으로만 이 세상을 이해하고 살아가는건 잘 하는 짓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믿고 싶다면 믿어야 합니다. 하지만 그 믿음을 (더 나아가 그 종교의 기준을) 타인에게 강요하는 것은 말도 안되는 '짓'입니다.
세력이 있다고 나와 다른 가치관을 가진 타인을 나의 신념과 믿음에 기대어 판단하고 정죄하는 것은 분명 잘못된 일입니다.
대한민국에는 기독교인처럼 자신의 종교가 진리라고 믿는 사람들로 넘쳐납니다.
서로가 자신이 믿는 종교대로 타인을 평가하고 죄인이라고 부른다면 어떻게 될까요?
기독교가 욕먹는 부분이 바로 여깁니다. 자신의 믿음을 공론의 장으로 끄집어냅니다. 그것을 진리라고 외치며 타인에게도 적용시키려 합니다.
절에 가서 땅 밟기가 그게 뭔가요? 그러고도 자랑스러워 하고... 쯧~
개인적으로, 종교적으로 칭찬받을지는 모르겠지만, 자신들이 그런 짓을 하고도 멀쩡할 수 있는 이유가 어디에 있는지는 까먹은 듯 합니다.
우리에게 보장된 자유가 어디에서 비롯되는지, 왜 만들어졌는지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일입니다.
 
기독교는 아직 타인과 함께 살아간다는 것이 무엇인지 이해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건 기독교만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모두의 문제입니다.
솔직히 우리는 다양성의 시대에 살면서도 다양성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다름'과 '틀림'을 헷갈려 합니다.  다양성을 이야기하면서도 내 생각이 무조건 옳고 네 생각은 무조건 틀리다고 생각합니다.
다양성은 그저 내 생각이 옳다는 걸 증명하기 위한 수단일 뿐입니다.
선과 악, 흑과 백의 논리에 빠려 살아갑니다.
보통 우리는 내가 옳고, 나와 같은 말을 하는 너도 옳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반대로 나와 다른 말을 하는 너는 무조건 나쁜넘이고 욕먹어도 되고 그러니 어떤 수단과 방법을 써서 괴롭히든 상관없다고 생각합니다.
그것이 현재 우리의 모습입니다. 그건 기독교인이든 다른 종교인이든, 무신론자든 다 마찬가지입니다.
 
저도 예전에 '동성애를 싫어할 권리'라는 글을 썼다가 동성애옹호자들에게 오지게 욕먹었습니다만...
덕분에 동성애자나 동성애옹호자들도 기독교인들과 별반 차이가 없다는 점을 확인해야 했죠.
(동성애냐 이성애냐를 넘어 표현의 자유가 우선이다라는 생각에 쓴 글이었지요. 쿨럭~)
옆 길로 좀 샙니다만...
싫어하는 것과 정죄하는 것은 다릅니다.
싫어하는 건 그저 싫어하는 것뿐입니다. 개인의 취향 같은 것입니다.
동성애자도 게이냐 레즈비언이냐, 또는 양성애자냐에 따라 서로 싫어하고 헐뜯고 미워하기도 합니다.
싫어하는 이유가 선천적이든 후천적이든, 본능이건 사회적 담론이건 어쨋든 싫은 건 싫은 겁니다.
스스로 생각해보고 반성하고 답을 찾을 수도 있지만, 답을 찾지 못할 수도 있는 문제입니다.
개인적으로 싫은데 세상이 원하니까 억지로 좋아하는 척하는 것... 그것도 정신건강에 좋을 건 없다고 봅니다.
물론 이건 개인적 차원, 즉 생각의 자유, 표현의 자유라는 차원에서 허용되는 문제입니다.
증오라 해도 마찬가지입니다. 자기 혼자 가슴에 증오를 담고 살아가는 것, 또는 그걸 말로 표현하는 것 정도를 뭐 어떻게 하겠습니까?
 
저는 무엇보다 중요한 것이 표현의 자유라고 생각합니다.
나치의 주장조차도 말 자체를, 생각 자체를 막아버려서는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오히려 왜 그런 생각을 하고 그런 말을 하고 그런 표현을 하는지 연구해볼 필요가 있고, 그런 샘플로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나와 다른 가치관을 가진 사람에게 내 기준을 들이밀며 무턱대고 너가 잘못되었다고 말하는 것... 예의도 없고, 몰상식에 무식한 짓입니다.
왜냐하면... 우리에겐 절대불변의 궁극적인 답이 없기 때문입니다.
요즘 우리는 자유와 다양성을 이야기합니다.
하지만 프랑스의 부르카 논쟁처럼 자유와 다양성도 때로 억압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이해해야 합니다.
자유의 나라 프랑스에 왔으니 너희 이슬람여인들은 부르카를 벗고 다녀야 한다.
여성억압의 상징인 부르카를 쓰고 프랑스의 공립학교에 나와 버젓이 나라 돈으로 무상교육을 받다니... 다른 학생들이 무서워하는 거 안보이나?
그게 지금 현재 프랑스의 현주소입니다.
이들에겐 너무도 당연한 가치관이지만... 부르카를 쓰면 온 몸이 벌거벗은 듯한 느낌이 드는 이슬람여인들은 어떻게 해야 할까요?
여기에 그저 메저키스트에 대한 논의만 들이대면 그만일까요?
니들은 매저키스트처럼 너 자신을 혹사시키는 짓을 당연하게 기쁘게 받아들이고 있는 거야. 부르카는 정상이 아냐. 이제 빨리 벗어버려~!
이게 과연 정당한 걸까요?
 
푸코가 그랬죠. 인간은 18세기에 만들어졌다고...
그건 인간이라는 존재가 18세기에 탄생했다는 의미가 아니라
우리가 인간을 어떻게 바라볼 것이냐에 따라 수많은 다양한 방식으로 바라볼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우리가 현재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인권이라는 개념도 언젠가는 변하고 잘못되었다고 지적될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그건 나의 믿음과 다른 믿음으로도, 나의 생각과 다른 생각으로도 인간을 바라볼 수 있고 정의할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나의 믿음조차 결국은 수많은 신념과 믿음 중 하나에 불과하기 때문입니다.
이건 기독교나 천주교, 불교나 무교, 이성애자나 동성애자, 자본주의나 공산주의, 진보나 보수 다 마찬가지입니다.
 
타인을 존중해야 하는 이유, 표현의 자유가 무엇보다 먼저 보장되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나를 부정하자는 게 아니라 나의 권리가 보장되는만큼 타인의 권리를 보장해주자는 겁니다.
이건 타인을 인정하라는게 아니라 타인과 내가 다르다는 점을 이해하자는 겁니다.
 
물론 다양성을 인정하기 위해서는 먼저 나만의 주체성과 정체성, 나만의 고유한 개성이 존재해야 합니다.
모두가 똑같이 생각하고 행동한다면, 모두가 똑같은 종교, 가치관, 세계관을 지니고 있다면 더 이상 다양성을 논할 필요도 없을 겁니다.
하지만 그런 나만 주장해서도 안되겠지요. 이 세상에 나만 존재하는 건 아니니까요.
종교가 무엇이든 모두 서로가 틀렸다고 주장하기 전에 타인과 나의 다름을 바라보고 이해하려는 노력부터 해야 되는 건 그 때문일 겁니다.
서로가 서로를 존중해 줘야하는 이유는... 서로가 서로를 존중해 주지 않으면 자기 자신도 존중받을 수 없기 때문입니다.
 
말이 길어졌는데, 결론을 내자면 자신이 기독교인이고 기독교의 교리가 동성애를 금지한다면 교리대로 받아들여야 된다고 봅니다.
그리고 당당히 기독교에선 동성애를 금지합니다라고 말할 수 있어야 한다고 봅니다.
세상이 변했으니 자신이 믿는 종교의 교리를 꺽고 세상이 맞지요라고 하는 건 좀 그렇다고 봅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세상이 잘못되었다고, 고치라고 하는 것도 우습기는 마찬가지입니다.
기독교는 하나님이 이 세상을 창조했다고 믿지만, 다른 사람들은 아니거든요.
 
그렇다고 이대로 평행선만 확인하는 건 재미없겠죠. 각자의 생각을 표현하고 박터지게 논쟁하고 고민하고
인간으로서 서로의 권리를 존중해 주면서, 서로의 생각을 나눌 수 있는 논의의 장을 유지해나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럼 인권의 개념, 그 영역이 어디까지냐 가지고 또 박터지게 논쟁해야 겠지만, 그건... 더 큰 논의이기에 넘어가겠습니다.)
전체 추천리스트 보기
새로운 댓글이 없습니다.
새로운 댓글 확인하기
글쓰기
◀뒤로가기
PC버전
맨위로▲
공지 운영 자료창고 청소년보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