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방진 것, 여기가 어디라고...” 4·19 참배식에서 박살난 박근혜 화환 [데일리 서프라이즈 2005-04-19 15:39]
4·19기념식장에서 내팽겨쳐진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의 화환 ⓒ2005 데일리서프라이즈 박항구 기자 "건방진 것, 지가 뭔데 여기가 어디라고 화환을 갖다 둬."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가 4 ·19 혁명 45주년을 맞아 서울 수유리 묘지에 헌화한 추모 화환이 박살났다. 민중연대, 통일연대 주최로 '4 ·19 혁명 민중통일단체 합동 참배'가 열린 이날 정오 곽태영 박정희 기념관 반대 국민연대 상임공동대표는 식이 진행되는 도중 "박정희 딸 박근혜의 화환을 없애버리자"며 갑자기 달려나가 박 대표의 추모화환을 땅바닥으로 내동댕이쳤다. 이 화환은 재야단체 합동참배식 직전에 열린 4 ·19 기념식에 참석한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가 보낸 것으로 문희상 열린우리당 의장과 민주노동당의 화환 사이에 자리잡고 있었다. 곽태영 공동대표는 참배식이 시작되기 전부터 박근혜 대표가 보낸 화환에 눈살을 찌푸리고 있었다. 처음엔 박 대표의 화환을 뒤로 돌려 '한나라당 대표 박근혜'라고 적힌 리본이 보이지 않도록 해뒀지만 그것으로도 성이 차지 않았는지 급기야 화환을 쓰러트리고 화환을 발로 밟았다. 달려드는 카메라를 뒤로하고 자신이 원래 서 있던 자리로 돌아온 곽 대표의 표정은 시원해 보였다. "건방지게 말이야. 지가 뭔데 여기다 헌화를 해. 박정희 딸년이 말이야...건방진 것." 곽 대표의 일갈에 참석자들은 사실 자신들도 지금까지 박 대표의 화환이 눈에 거슬렸다는 듯 웃으며 박수를 보냈다. 탐스럽던 흰 국화꽃잎이 이리저리 흩어진 상태로 바닥에 쓰러져있던 박 대표의 화환을 묘지에서 근무하는 공익요원이 다른 화환을 뒤로 끌어 세웠지만 이미 훼손된 모양은 어쩔 수 없었다. 박 대표 화환이 놓여있던 자리 사이로 참배식을 계속됐다. 오종렬 전국연합 상임의장은 "친일 독재의 잔재가 여전히 청산되지 않은 채 지금도 여전히 자주, 통일, 민주의 목젖에 칼날을 들이밀고 있다"고 규탄했다. 오종렬 의장은 "4 ·19 혁명의 정신이 면면이 이어졌기 때문에 5.18항쟁과 87년 6월항쟁이 있을 수 있었다"며 "25주년을 맞는 이번 5.18항쟁 기념일에 4.19 혁명의 주역들과 함께 광주로 내려가 지금도 득세하는 친일독재와 이들과 공동전선을 펼치고 있는 미국을 무찌르겠다"고 밝혔다. 이어 곽태영 대표는 4 ·19 혁명 45주년을 기념하며 친일독재 청산과 주한미군 철수 등의 의지가 담긴 선언문을 낭독했다. 합동참배식이 끝난 뒤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이사장인 함세웅 신부와 통일연대 대표인 한상렬 목사, 불교인권연대 대표 진관 스님 등은 곽 대표의 어깨를 두드리며 "잘했네, 곽 대표 아니면 누가 이런 일을 할 수 있나"라고 말했다. 함 신부는 "저기 이명박 시장의 화환도 있는데..."라며 뼈있는 농(弄)을 던지기도 했다. 진관 스님은 "감히 한나라당의 박근혜가 보낸 화환을 부쉈으니 당신(곽태영 대표) 오늘 잡혀갈걸세"라고 말하며 껄껄 웃었다. 곽 대표와 재야인사들이 함께 이 같은 농을 주고 받는 동안 다른 화환들 뒤로 숨겨져 있던 박 대표의 화환은 누구의 짓인지도 모를 사이 쥐도새도 모르게 완전히 박살나 버렸다. 한편, 재야단체들의 합동 참배식이 열리기 전 오전 10시 문희상 열린우리당 의장, 김혜경 민주노동당 대표, 김근태 보건복지부 장관, 정동영 통일부 장관, 장하진 여성부 장관 등 여야 정당 대표와 정부 고위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4.19 기념식이 진행됐다. 노무현 대통령과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는 이에 앞선 아침 8시 30분께 묘지를 방문, 참배를 하고 돌아갔다. 참배식이 끝난 뒤 태어날 날은 다르되 사망한 날은 모두 1960년 4월 19일로 같은 남편, 아들, 딸들을 둔 흰색 소복의 어머니들이 오랜만에 망자(亡者)들과 마주해 애틋한 그리움과 안타까운 눈물을 쏟아내는 가운데 김근태 장관도 묘지를 찾았다. 김 장관은 "면식이 있는 사이는 아니지만 고등학교 선배 2명이 4월 혁명 당시 총에 맞아 숨졌다"며 "대한민국의 시민혁명이 처음으로 본격 시작된 그날 숨져간 이들을 추모하기 위해 묘지에 들렀다"고 말했다. 김세옥(
[email protected])기자
곽태영 박정희기념관 반대국민연대 상임공동대표가 4.19 기념식장에서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의 화환을 내팽기기 직전의 화환 모습 ⓒ2005 데일리서프라이즈 박항구 기자
곽태영 박정희기념관 반대국민연대 상임공동대표가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의 4.19기념 화환을 짓밟고 있는 모습 ⓒ2005 데일리서프라이즈 박항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