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시판 즐겨찾기
편집
드래그 앤 드롭으로
즐겨찾기 아이콘 위치 수정이 가능합니다.
혼자서 광주 다녀온....ssul
게시물ID : humorstory_427447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기숙사사감
추천 : 3
조회수 : 1201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4/11/05 02:30:39
저는 나가본 외지를 열 손가락에 다 셀 수 있을 정도로 충북 토박이입니다. ㅎㅎ
 
 
서울, 할머니네집, 외할머니네집, 가족여행 안면도, 수학여행 제주도, 경주, 체험학습 전주, 여수, 오창, 친구들이랑 놀러 청주... 딱 제 손가락 수네요.
 
 
얼마 전에 할머니께서 뇌출혈로 쓰러지셔서 광주에 있는 병원에 입원하셨습니다.
 
 
고3인 저는 밤 늦게 집에 와서야 듣게 됐구요.
 
 
그래서 주말에 제 동생이랑 같이 광주에 있는 병원에 다녀오란 얘기가 됐습니다.
 
 
며칠 뒤 주말이 되어 저희는 엄마 차를 얻어타고 청주터미널로 갔습니다.
 
 
근데 동생이 좀 가기 싫어하는 눈치였어요.
 
 
그래도 애써 다독여서 가려고 하는데 '귀찮게...' 라고 말하더라구요.
 
 
전 가족애가 좀 깊은 편이라서 할머니랑 할아버지를 대하는 동생이나 사촌동생들 태도가 좀 못마땅했어요.
 
 
같이 있어드리거나 이야기하는 건 저한테 맡겨두고 자기들끼리 스마트폰이나 만지고 놀기만 했거든요.
 
 
근데 그런 할머니가 아프신데 병문안 가는게 귀찮다고 하니 피가 확 몰리더라구요.
 
 
그럼 넌 오지말라고 빽! 소리지르고 그 터미널에서 싸웠어요.
 
 
엄마는 저희를 말리느라고 소리지르시고 저희는 싸우느라 소리지르고...
 
 
만약 그때 저희를 보신분 있으시다면 정말 죄송합니다.
 
 
결국 동생은 안 간다며 이미 사둔 버스표를 환불하고 엄마는 너 혼자 집에 오라고 차에 태우지도 않고 집에 갔습니다.
 
 
저는 혼자 광주에 가는 버스에 올랐습니다.
 
 
동생이랑 싸운게 마음에 걸리긴 했지만 할머니 생각을 하며 애써 잊기로 했습니다.
 
 
중간에 휴게소에 한 번 들렀다 가니 한 3시간 걸리더라구요.
 
 
신기한게 버스에서 자도 멈출때 되면 눈이 떠지지 않나요? ㅋㅋㅋ
 
 
휴게소부터 터미널에 도착할때까지 자다가 눈을 떠 창가를 보니 커다란 건물에 '자유' 라고 적혀있더라구요.
 
 
전 그걸 보고 '와... 역시 대한민국 민주화의 고장, 광주구나...' 하고 감동 먹고 있었는데 ㅋㅋㅋㅋ
 
 
아래 쪽에 작게 적힌 관광나이트클럽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내 감동 물어내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속으로 한참 웃다가 버스에 내려서 전남대병원에 가는 버스를 탔습니다.
 
 
첨단09번 버스를 찾고 있었는데 마침 멈춰있던 버스가 그 버스라서 입구쪽으로 뛰어와서 겨우 탔습니다. ㅋㅋ
 
 
엄마랑 아빠는 택시타라고 했는데 돈아까워서요... 스마트폰으로 알아보고 버스를 탔습니다.
 
 
근데 잘 가던 버스가 지도에 나온 길이 아니라 다른길로 가더라구요.
 
 
전 놀라서 뭔가 싶어서 밖을 봤는데 길에 사람이 바글바글하고 충장축제라고 현수막이 붙어있더라구요.
 
 
아쉽게도 전 시간이 없어서 들어가보진 못했지만 사람이 엄청 많더라구요;
 
 
그래도 버스가 중간부터는 원래 경로로 가줘서 무사히 할머니를 뵐 수 있었습니다.
 
 
도착은 5시쯤에 했는데 면회는 8시부터라서 먼저 와계시던 고모랑 같이 1층에 있는 카페에서 시간을 보냈습니다.
 
 
고모는 일주일째 병원에 계셨다고 하시더라구요....
 
 
할머니를 뵌 부분은 생략할게요...
 
 
워낙 경황이 없어서 눈물 참는 것만도 힘들었네요.
 
 
이후 면회시간 직전에 오신 삼촌과 함께 저녁식사를 하고 고모가 묵으시는 방에 얻어 자고 다음날 아침 일찍 광천터미널로 출발했습니다.
 
 
병원에 올때랑 같은 번호 버스를 탔는데 이번에도 버스가 막 출발하려 하더라구요.
 
 
막 뛰어가서 잡아 탔습니다. ㅋㅋㅋ
 
 
표를 끊고 터미널 편의점에서 삼각김밥 두개랑 바나나맛 우유 하나를 사고 벤치에 앉아 열심히 먹었습니다.
 
 
아 말 하는걸 잊었는데 집에서 나오기전에 예비배터리를 충전시켜뒀는데 엄마가 그걸 보자마자 뽑아둬서 충전이 하나도 안됬더라구요 ㅠㅠ
 
 
그래서 휴대폰도 못 만지고 무료하게 터미널에 앉아있다가 버스에 탔습니다.
 
 
직원분이 와서 표를 달라고 하시길래 지갑에 넣어둔 표를 꺼내려는데 표가 없더라구요;
 
 
주머니에 넣었나 싶어서 주머니를 뒤져도 없고 ㅠㅠ
 
 
당황해서 직원분한테 어떡하냐고 물어보니까 분실증을 발급받아 오면 된다고 하시길래 얼른 매표소로 뛰어갔습니다.
 
 
아까 표를 샀던 직원분한테 가서 제가 표를 분실했다고 하니 제가 갖고 있던 것과 똑같은 표를 주시더라구요.
 
 
약간 구겨진 것도 똑같았어요.
 
 
누군가 줏어서 갖다주셨더라구요. ㅠㅠㅠ
 
 
아마 제가 열심히 먹는 동안에 옆에 앉아계셨던 분 같은데 이 자리를 빌어서 감사말씀 드립니다. ㅠㅠ
 
 
정말 광주시민분들에게 감동 받았습니다.
 
 
다른 얘기지만 제가 친구들이랑 청주에 놀러갔을때 영화관에서 영화표를 잃어버렸었어요.
 
 
갔던 곳을 다 뒤져보다가 안 되겠어서 그냥 표를 하나 더 끊었더니 제가 처음 받았던 표 좌석이랑 같은 좌석...
 
 
주운 사람이 표를 환불하고 돈을 가져갔더라구요.
 
 
아마 이게 대다수의 사람들이 할 행동일텐데말이죠...
 
 
제가 나중에 외지에 나가 일하게된다면 꼭 광주나 그 근방으로 가도록 하겠습니다. ㅎㅎ
 
 
그렇게 선량한 광주시민분의 도움으로 무사히 전 집으로 가는 버스에 탈 수 있었습니다!
 
 
돌아가는 길도 휴게소에 들렀는데 너무 아침이라 그런지 사람이 많이 없더라구요.
 
 
배도 고파서 핫도그 하나 물고 휴게소를 돌아다니는데 초록우산어린이재단에서 기부공연준비 하는 걸 봤습니다.
 
 
도시의 그림자라는 가수가 직접 무대준비를 하시더라구요.
 
 
제가 유아교육과로 진학하길 희망하고 있어서 그런지 돕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마침 삼촌한테서 용돈도 두둑히 받았고 ㅎㅎ
 
 
기부란건 저한테 여유가 있을때 하는거라는 생각이 들어서 작지만 기부하고 왔어요.
 
 
여담이지만 제가 토요일에 가서 일요일에 돌아왔는데 동생이 집에 안 들어왔다더라구요.
 
 
당연하죠... 집에 오면 아빠한테 맞아 죽을텐데;
 
 
음... 어떻게 끝내야 하죠?
 
 
결론 : 광주시민분들 짱 착함! 그리고 할머니 빨리 나으세요. ㅜ.ㅠ
 
 
이상, 잠이 안 오는 고3 이었습니다.
전체 추천리스트 보기
새로운 댓글이 없습니다.
새로운 댓글 확인하기
글쓰기
◀뒤로가기
PC버전
맨위로▲
공지 운영 자료창고 청소년보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