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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GM] 너를 기다리는 게 좋다
게시물ID : lovestory_90784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통통볼
추천 : 4
조회수 : 424회
댓글수 : 1개
등록시간 : 2020/10/27 12:09:15

사진 출처 : https://unsplash.com/

BGM 출처 : https://youtu.be/Vaq7rZxJW-k

 

 

 

 

1.jpg

 

김이듬, 12월




저녁이라 좋다

거리에 서서

초점을 잃어가는 사물들과

각자의 외투 속으로 응집한 채 흔들려 가는 사람들

목 없는 얼굴을 바라보는 게 좋다

너를 기다리는 게 좋다

오늘의 결심과 망신은 다 끝내지 못할 것이다

미완성으로 끝내는 것이다

포기를 향해 달려가는 나의 재능이 좋다

나무들은 최선을 다해 헐벗었고

새 떼가 죽을 힘껏 퍼덕거리며 날아가는 반대로


봄이 아니라 겨울이라 좋다

신년이 아니고 연말, 흥청망청

처음이 아니라서 좋다

이제 곧 육신을 볼 수 없겠지

움푹 파인 눈의 애인아 창백한 내 사랑아

일어나라 내 방으로 가자

그냥 여기서 고인 물을 마시겠니? 마지막으로

한 번 더 널 건드려도 괜찮지?

숨넘어가겠니? 영혼아

넌 내게 뭘 줄 수 있었니?

 

 

 

 

 

 

2.jpg

 

김경후, 문자




다음 생애

있어도

없어도

지금 다 지워져도

나는

너의 문자

너의 모국어로 태어날 것이다

 

 

 

 

 

 

3.jpg

 

박용래, 막버스




내리는 사람만 있고

오르는 이 하나 없는

보름 장날 막버스

차창 밖 꽂히는 기러기떼

기러기뗄 보아라

아 어느 강마을

잔광(殘光) 눈부신 그곳에

떨어지는가

 

 

 

 

 

 

4.jpg

 

권혁웅, 수면




작은 돌 하나로 잠든

그의 수심을 짐작해보려 한 적이 있다

그는 주름치마처럼 구겨졌으나

금세 제 표정을 다림질했다

팔매질 한 번에 수십 번 나이테가 그려졌으니

그에게도 여러 세상이 지나갔던 거다

 

 

 

 

 

 

5.jpg

 

구석본, 사라짐을 위하여




한 마리 짐승이 그 길로 사라진다

슬픔과 기쁨이 만나 사라지고

육체와 정신이 하나가 되어 사라진다

길에는 안개가 풀리며

사라진 것들의 울음이 풀리며

해가 지고 바람 불어

하늘이 흐린 날

사라진 것이 새로 나타나는 것을

그것이 울음인 채

무수히 나타났다 거듭 사라져 가는 것을

우리는 보고 있는가

바람은 끊임없이 한쪽으로만 불고

길에서 서성이는 우리들

사라져 가는 발자욱 소리를 들으며

누운 것은 누운 채 흙은 흙인 채

이쪽에서 저쪽으로

사라져 가고 있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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