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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포 심리] ROOM - 5. 거울
게시물ID : panic_90796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아카스_네팔
추천 : 4
조회수 : 676회
댓글수 : 2개
등록시간 : 2016/09/21 12:0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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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작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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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화 : ROOM - 4. 불과 물 http://cafe.naver.com/sichunji/704
(이미 올린 글을 지속적으로 수정하는 이유로 부득이 카페링크를 겁니다. 부족한 글이지만 오유 공게에 올린 글은
베스트에 올라갈 경우 수정이 안되더군요.) 그리고 오유에 필터링 된 단어들이 포함되어 있어서 이또한 부득이 *표시
를 하였습니다. 수정되지 않은 원글은 링크를 타고 가면 있습니다.

경고 : 이 글은 극사실적인 공포, 두려움, 고통의 반복적 묘사로 인해 읽는 분에게 불쾌감을
줄 수도 있음을 미리 알려 드립니다. 하지만, 마지막 회까지 함께 하신다면 새로운 방식의
글 읽는 즐거움을 느끼실 수 있을 겁니다. 부족하지만 노력하겠습니다. - 아카스_네팔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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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ROOM   
                                

                                                       Akash-nepal


5. 거울


모든 죽음에 이르는 과정은 고통스럽다.
하지만 죽음에 이르는 모든 과정이 고통스러운 것은 아니다.
병으로 죽든, 사고로 죽든, 늙어 자연사를 하든 죽음이 임박했을 때 항상 따라오는 것이 고통이다. 하지만 죽음의 순간 바로 앞에는 처음 경험하는 평온함으로 인해 고통이 상쇄되는 순간이 찾아온다.
지독한 병마로 죽음에 이르게 되었을 땐 신경과 통각이 둔해 지면서 고통조차도 고통스럽지 않은 순간이 온다. 그때 비로소 고통으로부터 해방되며 죽음이라는 다음 단계로 넘어간다.
사고사는 어떠한가? 현장에서 즉사한다면 고통을 느끼는 순간이 그야말로 찰나여서 평온함의 단계조차 건너뛰고 바로 죽음에 이르게 될 것이다. 당연히 고통을 느낄 겨를조차 없다. 설사 사고로 인해 고통 속에 몸부림치다가 죽는다 해도 죽음 직전에 이르면 이 역시 병사의 경우처럼 모든 감각이 둔해지면서 길든 짧든 죽음 직전에선 사고 직후에 느끼는 고통의 대부분이 상쇄되면서 끝나게 된다.
자연사는 말할 것도 없다. 대부분 잠들 듯 평온하게 죽음을 맞는다.
어차피 죽음은 병이나 사고로 죽거나 늙어 자연사하거나 중의 하나일 텐데 죽음에 이르는 과정이 그러하다는 신념만 굳건하다면, 더구나 그 신념이 죽음 직전에 이르렀던 나의 과거 경험에 의해 뒷받침 되는 것이라면 아무 문제없다.

지금까지 나는 그렇게 생각해 왔다.
그런데 ... 내가 ... 몰랐던 것이 있었다.
평온한 순간이 올 거라는, 죽지 않을 거라는 확신이 깨졌을 때의 절망감은 그 어떤 고통보다 끔찍하다는 것을. 그리고 그 절망감은 모든 고통을 증폭시킨 채 목숨을 죽음의 구덩이로 그대로 처박아 버린다는 것을... 몰랐었다.
그것을 인지하던 순간, 아...온 몸의 세포 하나하나에 송곳처럼 와 박히던 끔찍한 느낌 ... 다시는 떠올리고 싶지 않다.  
다행히 그렇게 난 분명히...죽었다.
.
.
.
.
.
.
푸하아아악! 헉! 헉!

헉..헉...뭐...뭐지? 죽은 게 아니었나? 아니 이미 나는... 죽은 건가?
눈을 떠봐도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칠흑 같은 어둠뿐이다. 다시 눈을 감는다. 그..그런데 눈이, 눈이 너무 아프다. 속이 울렁거린다.

아아악!

이건 안통이다. 안통으로 시작해 두통으로 이어져 속까지 울렁거리는 토악질로 끝나는 지독한 두통. 약..약이 필요하다. 그런데...서..설마?
다시 방 안 인건가?
내가 꿈을 꾸었던 것인가? 하지만 꿈이나 환각은 아닌 것 같다. 온 몸에서 주룩주룩 흘러내리는 물들이 그것을 말해 주고 있었다. 분명 난 방안을 가득 채웠던 물속에서 끝이 났었는데...어찌되었건 확실한 것은 지독한 두통에 몸부림치던 순간으로  다시 돌아 왔다는 것이다. 방안에서의 기억들이 조금씩 되살아났다.
그리고 하나의 규칙.

'공포와 두려움의 기억을 떠올리면 그 대상이 나타난다'

다시 눈을 떴을 때 내 양 손엔 물병과 약이 쥐여 있었다. 역시 되는구나. 다행이다.
하지만 그 순간 캡슐속의 약들이 스멀스멀 사라지기 시작했다.

아! 안 돼!

맞아...그때도 그랬었지. 물병의 물도 조금 줄어 있다.

'공포의 기억으로 불러 낸 것들은 공포와 거리가 먼 감정에 사라진다...'
 
바보같이 그걸 몰랐어. 학습이 소용이 없군.

남은 약을 한 입에 털어놓고 물을 삼켰다. 그리자 비로소 방안에 불이 켜졌다. 역시 내가 있는 곳은 천정으로 나 있는 창문 아래다. 창문엔 창살이 박혀 있다.

그렇지. 내가 떠올렸던 기억은 감옥의 창살문이었으니까. 저 창살이라도 없었으면 어떻게 나가볼 생각이라도 해보겠는데 제기랄.....그런데 너무 높다.

방안을 주욱 둘러본다. 내 앞의 그네와 대각선 방향 천정으로 나 있는 문, 그 옆 벽에 걸려있는 괘종시계, 그리고 구석의 캐비닛 모두가 이전 그대로다. 아..아니 잠깐! 괘종시계가 뭔가 달라졌다. 바늘이 있다. 지난번에는 분명 바늘 없이 추만 달려 있었는데 말이다. 뭔가 달라지기도 하는 구나. 하지만 이유를 알 도리가 없으니 지켜볼 수밖에 없다.
이번엔 창살이 열렸다 닫히는 소리도, 문이 철컥거리는 소리도, 괘종시계가 시도 때도 없이 광광거리는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그건 아마 이미 이 공간에 내가 익숙해져 있다는 것이겠지. 이제 그것들은 나에게 더 이상 공포를 주지 않으니까.

짜식들, 조용하니 좋네.

남은 물병과 캡슐이 순간 사라졌다.

지...랄.

지금 나의 관심을 사로잡는 것은 오로지 하나다. 저 구석 벽에 붙어있는 캐비닛.

너...거기 있니?...나야.

캐비닛 쪽으로 걸어가면서 난 그녀를 불렀다.
 
"...."

내가 이 방에서 눈을 뜬 그 순간으로 돌아왔으니 그녀는 분명 지금 거울 속에 있을 것이다. 철제 캐비닛 문을 열었다. 예상대로 옷걸이와 혁대가 그대로 걸려 있다. 첫 번째 서랍을 열어 보았다.

"탈출하라.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하여."

알았어, 알았다고. 이 엿 같은 공간에서 나도 빨리 탈출하고 싶단 말이야. 그런데 그때 캐비닛 뒤쪽 철판에서 소리가 들려왔다.

똑...똑...똑.

노크소리. 그렇지...이것도 최소한의 순서가 있구나. 약을 먹고 나니까 방안에 불이 켜진 것하며...캐비닛 문을 열고 서랍의 쪽지를 확인하니까 노크 소리가 들리기 시작하는  것도 말이다.

똑...똑...똑.

좀 기다려봐. 근데 뭔 놈의 캐비닛이 이렇게 무거워? 텅 비어 있는 게 말이야.

마치 빨판 같은 걸로 벽에 찰싹 붙어 있는 것 같았다. 아니 벽에 강력한 자석이 숨겨져 있는지도. 지난번보다 몇 갑절이나 힘이 더 들었다. 캐비닛 한쪽 귀퉁이를 잡고 안간힘을 쓰면서 낑낑거리니 한참 후에야 벽 쪽에 가까스로 몸 하나 들어갈 공간이 생겼다.  그때였다.

드르르르륵 쾅!
헛! 뭐야!

머리를 기대고 잠시 숨을 돌리려는 찰나에 이 망할 놈의 캐비닛,  다시 벽에 철썩 붙어 버렸다! 아...젠장. 정말 강력한 자석이라도 있는 걸까? 무슨 수를 써야 했다. 만약 억지로 캐비닛 뒤로 몸을 집어넣다간 벽 사이에 끼어 쥐포가 될 지도 모르는 일 아닌가? 그때 머릿속에 생각이 떠올랐다.
다시 캐비닛 문을 열었다. 그리고 서랍을 꺼냈다. 다행히 서랍은 쉽게 꺼낼 수 있었다.
 이걸 캐비닛 뒤의 틈에 끼워 넣을 작정이다.
서랍을 둘 다 꺼내서 포갠 뒤 벽에 가지런히 붙여 놓았다. 공간이 생기면 잽싸게 발로 밀어 넣어야지.

으아아아!

다시 용을 쓰기 시작했다. 이상하게 방금 전보다도 더 힘이 든다. 이건 뭐 영화에 나오는 거대한 철문에 매달려 낑낑대는 것 같다.

으아아아아 .. 와..이게 뭐가 ....씨........바아아.....알!

다시 한바탕 씨름이 시작되었다.
끼...끼...이이익.

한참을 매달린 결과 드디어 틈이 생겼다. 난 잽싸게 오른발로 벽에 붙여놓았던 서랍을 캐비닛 뒤로 밀어 넣었다.

들들들....
엇!....지랄을..한다.

캐비닛이 벽과의 사이에 서랍을 두고 마치 망설이듯 들들 떨고 있었다. 자기 몸뚱이라고 상하게 하기 싫은 것인가? 웃긴 놈.
혼자일 때 사물에 인격을 부여하는 버릇, 이건 누구나 가지고 있는 버릇 같다. 일단 이 캐비닛은 나에게 아주 욕심 많고 식탐 많은 애다. 힘이 더럽게 센.

야. 그만 나와.
난 기진맥진해서 벽에 기대앉은 채 거울을 향해 손을 내밀었다. 하지만 아무런 기척이 없었다. 분명 지난번엔 내 손목을 감아서 잡는 감촉이 있었는데. 그러고 보니 이번엔 그녀의 목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뭐가 잘못된 건가? 그럴 리가 없는데? 내가 이 방에 처음 왔을 때 그녀는 분명 거울 안에 있었어.

거울 쪽으로 몸을 일으켰다.
들들들....

역시 거울 안은 텅 비어 있었다. 어...그런데 뭔가 있다. 거울 안을 깃털처럼 날아다니는 무언가가 있다. 자세히 보니 그것은 서랍 안에 있던 쪽지였다.

"탈출하라.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하여."

쪽지가 깃털처럼 자유롭게 거울 속을 날아다니고 있었다. 거울이 빨아들인 것일까? 서랍 안엔 역시 다른 아무 것도 없었다. 그리고 더 신기한 것은.....거울 속에 내 모습이 보이지…….않는다! 분명 거울 앞에 내가 서 있는데 거울 속엔 쪽지만이 너풀거리며 날아다니고 있는 것이다.

헉..뭐야 이거..!

그때 등 뒤에서 소리가 들려왔다.

"거울 안에 들어가지 않았으니 보이지 않는 거지"
어! 뭐야? 너 어떻게 나왔어?
"니가 죽기 살기로 힘쓰는 사이에."

그녀였다. 그녀 역시 온몸이 젖어 있는 걸로 봐서 우린 같은 기억을 공유하고 있는 것이 분명했다. 다만 그녀의 표정이 한결 밝아 보였다.

너 어떻게 나올 수 있었어? 지난번엔 꺼내달라고 난리를 치더니.

그녀는 대답대신 서랍을 들어 캐비닛 안에 다시 끼워 넣고 있었다. 그리고 열린 문을 닫더니 손으로 캐비닛을 쓰다듬는 게 아닌가?

뭐하는 거야?

그녀는 말없이 캐비닛 옆면을 쓰다듬고 있었다. 그러자 놀라운 일이 일어났다. 천천히 캐비닛이 벽 쪽으로 자리를 잡으려 움직이기 시작하는 것이었다. 마치 알았다는 듯이 조용히 캐비닛은 움직이기 전과같이 벽에 가서 가만히 붙어 섰다.

"내 발로 나왔지."
뭐라고? 그럼 혼자서도 나올 수 있었던 거야?
"이 방안에 있는 모든 것들은 살아 있어."
.......?

역시 내 느낌이 맞았군. 개중에 가장 심술 많은 녀석이 캐비닛일 테고.

"그중 이 녀석이 가장 착하지. 어리지만.."
참나...

그녀가 날 노려봤다.

"캐비닛은 잘못이 없어. 거울이 심술이 많지."
뭐?
"거울이 겁이 많아서 자기를 억지로 확인하려는 존재를 거부하는 거야"
난 니가 무슨 말을 하는 건지 전혀 모르겠어.
"이 거울은 자신을 바라보는 대상을 끌어들여. 그리고 그 대상에게 한없는 고요함과 평온함을 주지. 하지만 누군가가.."
누군가 자길 건드리거나 자기 안에 있는 대상을 데려가려하면 화를 낸다?
"대상이 거울 밖으로 나가려 할 때도."
그런데 넌 지금 어떻게 나왔어? 이번엔 너 스스로 나왔잖아? 내 보기에 이 놈은 니가 아니라 나한테 화가 잔뜩 난 것 같은데.
"저번엔 니 목소릴 확인하고 널 만나고 싶은 마음에 나가고 싶은 거였고.."
이번엔 나오기 싫었다? 불러도 대답도 않고?
"야..너도 나에게 익숙해졌을 거라 생각하지 않아?"
뭐라고?
"어차피 편안하게 내 발로 나올 수 있는데 왜 고통스럽게 나와야겠니?"
그럼 노크소리는 니가 두드린 게 아니었어?
"그건 아마 거울이 그런 걸 거야. 얘가 심술이 좀 있어."
....

대략 이해가 되었다.
거부감 없이 다가오는 대상은 거울 속을 자유롭게 넘나들게 해주고, 맘에 들지 않으면 꼼짝 않고 버티고 서서 거울 속에 빨아들이지도 비추지도 않는구만. 소갈딱지 하고는.

여튼 그렇다 치고...어떡하면 이 끔찍한 곳에서 나갈 수 있을지 궁리해보자.
"소용없어"
또 그 얘기.
"내가 노력해보지 않았을 것 같니?"
이것 봐...난 니 말만 믿었다가 죽을 뻔... 아니 우끼는 말이지만...죽었었다고. 그 물속에서 안 죽는다는 말만 믿고 있다가 뭔가 잘못된 걸 알았을 때..하..그때만 생각하면 끔..
"야! 그...그만해! 그만!"

아뿔싸. 하지만 늦었다. 미친...! 내가 왜 그걸 떠올렸을..까. 순식간에 모든 게 바뀌어 버렸다. 물속에서 긴 머리를 너풀거리는 그녀의 모습이 보였다.

아...아...악.

입을 벌려 뭐라 말하려 했지만 목구멍으로 벌컥벌컥 쏟아져 들어오는 것은 물 뿐이다. 그녀가 내 앞에서 날 보고 있다. 원망스러운 눈빛으로.
.
.
.
.
.
.
미...미안.

다시 한 바퀴를 돌아 그녀 앞에 섰을 때 그녀는 내 면상에 한 마디를 했다.

"등신.... 도대체 몇 번을 죽이는 거냐?"

살이 몇 킬로는 빠진 것 같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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