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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시생이 겪은 기괴한 일들 (8)
게시물ID : panic_90799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시사게싫다
추천 : 1
조회수 : 2621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6/09/21 14:47:08

군대에서 뭐가 제일 힘들었냐고 묻는다면 난 망설임 없이 혹한기다.


혹한기&유격


얘네 둘이 군대의 쌍두마차라고 할 정도로 힘든 훈련들인데... 유격은 진짜 힘들긴 한데

시간이 잘가서 할만하다. 혹한기는 유격처럼 미치도록 힘든 건 없지만 시간이 너무나 안간다.

특히 그 추위에서 불침번 경계근무라도 설 때면... 진짜 그 1분 1분의 시간이 너무나 안가는데, 그거야말로 지옥이 따로 없다.



그 혹한기보다 더 추운 것 같았다. 잠들었던 그 복장 그대로, 겨울에 아파트 옥상에서

새벽내내 덜덜 떨고 있으려니 죽을 것 같았다.


어두컴컴한 밤에서, 새벽이 되고, 아파트 뒤로 사람들이 조금씩 오가며 소리 내는 것들도 들렸지만

난 내려갈 엄두조차 내지 못하고 있었다.


대체 저 문 뒤에 또 뭐가 숨어있을지, 알 수가 없었다.

사람들이 많다해도, 날이 밝아진다해도 도무지 안심할 수가 없다.

이놈들은 그런 놈들이다. 낮과 밤을 가리지 않고, 사람이 있고 없고를 가리지 않는다...


춥다... 이게 바로 지옥이다. 손가락 하나하나가 덜덜 떨려오고, 진짜 1분이 아니라

10초마저 지옥같이 느껴졌다. 진짜 너무도 추웠다. 고통스러웠다. 지옥이 바로 이곳이었다.


공포는 사람을 쉽게 죽인다고 했다. 과거 로마에서 죄인들을 굶주린 사자에게 던져줄 때

사자에게 잡아 먹히는 그 공포 때문에 죄수들은 서로에게 자신의 목을 졸라 죽여줄 것을 부탁했다고 한다.

얼마나, 그 산채로 뜯어먹힐 공포가 심했으면 서로 자신을 죽여달라 했을까.


나도 마찬가지였다. 너무나 두려웠다. 이렇게 춥고 고통스러우면서도

다시 옥상 밑으로 내려갈 엄두를 못내고 있었다.


진짜 이러다... 얼어 죽는 거 아닐까... 그냥 여기서 자면 얼어죽는 거 맞겠지...

그럼 최소한 자살이라고 생각하진 않겠지? 이 억울하고 미스테리한 죽음에

누군가 의문을 품어서 내 한이라도 해결해주지 않을까...


그래 자자... 그냥 잠들어서 차라리 여기서 얼어죽어버리자... 너무 춥고 무섭다...


..... 아 너무 춥다...

너무 추워... 손끝이 다 에린다... 칼날에 베이는 거 같다... 아프다... 고통스러워...

이거 너무 고통스러운데 그냥 떨어져 죽을까...

아니야 그럼 그냥 자살로 하겠지... 동사... 동사해야해...

왜 내가 간밤에 집에서 나와 아파트 옥상에서 얼어죽었는지... 내가 죽으면 누가 이 억울함을 풀어주세요...


......


아 왜 잠이 안와 너무 아프고 고통스러워서 잠도 안온다. 얼어죽는 것조차 이렇게 어려운가...!!!


순간 정말 오기가 휙 발동했다.

너무 춥고 고통스러웠던 까닭에, 날 여긴가로 몰아넣고 죽이려는 그 무언가가

아무리 무섭다 한들 어차피 지금보다 더 아프고 고통스럽게 죽일 수 있을 거 같진 않았다. (진짜 새벽에 그 차림으로 계속 있으면

춥다못해 온몸이 칼날에 베이는 것처럼 아프다...)


입을 악물고 이젠 굳고 얼어서 잘 움직이지도 않는 몸을 간신히 움직여 다시 내려갔다.

꽁꽁 얼어버린 발에 뭔가 밟힐 때마다 끄아악 하고 비명을 지르고 싶을 정도로 아팠지만

꾹 참고 내려갔다. 15층에 도착하여 엘레베이터를 타고 1층 집까지 내려갔다.


다행히 문을 열어보니 잠겨있지 않았다. 아무래도 내가 나올 때 다시 누가 잠그진

않은 모양.


들어가보니 5시50분 쯤이었고 가족들 모두는 자고 있었다.

오돌오돌 덜덜덜 떨면서 침대 안에 들어가 이불을 푹 쓰고 누웠고

그 따뜻함이 이 세상 최고의 행복처럼 느껴져 난 이내 잠이 들었다.



**************************************************************************



아 그 씨x 악마새끼!


자고 일어난 나는 분노을 멈출 수가 없었다. 어제 그렇게 추워서 고통스러웠던 걸 생각하니

이가 빠득빠득 갈렸다. 그래. 이제 이판사판이다. 해보자. 난 어차피 죽은 몸이다. 내가 죽으면

나도 귀신이 되어 니랑 싸워줄 테다. 이젠 진짜 나도 내 모든 걸 버리고 너와 붙어주마.


곰곰히 생각을 해보았다.


악마가 아니면 낙태아령이라...

이길 방법이 없다라...


확실히 내가 여태껏 살면서 들은 여러 귀신들과는 달랐다.

애초에 인간의 형체를 한 뭔가는 본 적도 없다. 이건 진짜 그냥 인간이 아닌,

인간에게 묻지마 해악만을 끼치는 고대부터 악마라 불려왔던 그 악의 덩어리의 짓인가?

과거엔 그런 걸로 인간을 궁지에 몰아넣어 흑사병 같은 걸로 실제 인간을 떼죽음 시키기도 했겠지?


근데 왜 하필 나야? 왜 나 하나야?


혹시 악마가 아니고 낙태아령인가? 인간의 형체였던 뭔가가 단 한 번도 아니었던 적은 아직

그 형체를 이루기 전에 죽어서?

문득 낙태아 관련하여 검색을 해보니 이런 썰을 보게되었다. 귀신보는 친구의 썰이었는데

그 귀신보는 친구도 낙태아령에 대해선 이렇게 말을 했었다.


이건 방법이 없어. 그냥 평생 속죄하며 살아가라 병x아. 


그 썰들에선 귀신보는 친구가 마치 영웅처럼 나와서 온갖 귀신이나 악령들

다 퇴치해주는데 낙태아령 만큼에 대해선 저렇게 말을하고 포기한다.

그 정도로 지독한 건가... 그러고보니 이런 것도 봤다. 아직 어려서 자기가 죽은 줄도 모르고

누가 엄마고 아빤지도 잘 모르며 그냥 그 근처 주변 지인들에게 달라붙어 있을 수도 있다고...


아니 대체 내 근처의 누가 그런 게 붙을 만한...



....?!


동생?!


순간 그런 생각이 퍼뜩 지나갔다. 지금 생각해보면 동생(7편이 오래되어 까먹은 사람들도 몇 있겠지만

이미 어엿한 성인이 된, 나랑 몇 살 차 나지도 않는 여동생임)에겐 꽤나 미안한 일이지만

그 당시의 난 거의 미쳐있었다.


그래. 동생. 동생이야. 걔 때문이야.

아 짜증나.


난 일어나서 곧장 동생의 방으로 갔다.

어? 웬일로 동생이 방에 없었다. 뭐지?


증거. 증거를 찾아야한다.


난 동생의 노트북을 열고 뭔가 흔적이 있겠지 싶어 하드디스크 어딘가에 있을 법한

뭔가의 흔적들을 찾아다녔다.


오호, 노트북이라 그런가? 꺼두질 않아서 pc카톡도 열려있었다.


그래... 대화목록도 보자... 남친이라 할 만한 놈이...


뭐야... 왜 대화들에 남자들이 없어... 눈물... 너 남자들에게 인기 없니 동생아...?


아냐. 흔적을 지워버렸을 수도 있지. 하드디스크를 찾아보자.

뭔가 엄청 수상한 폴더 발견... 오... 이거 뭔가 대화록들 같은데 탑뇽토리 이게 뭐야 뭐 이리 텍스트 파일이 많아 겁나 의심가네...


동생 : 뭐야... 왜 내 방에...? 아 뭐야!! 미친!!! 내 노트북 갖고 뭐하는데 진짜...! 아 엄마!! 오빠봐!! 내 방에 들어와서 막...!!


화장실에서 모닝x을 하고온 모양인 듯한 동생이, 자기 방에 있는 나를 보자 빼애애액 거렸다.

솔직히 이때 좀 이성을 잃고 있었던 나는, 전혀 미안해하거나 당황해하는 기색 없이

동생을 향해 단도진입적으로 물었다.


나 : 야... 시끄럽고... 너 좋은 말 할 때 솔직히 말해라.

동생 : 아 뭐?! 뭔데?! 빨리 안나가 이 변태새끠야?!! 아 개짜증나 니...!!

나 : 시끄럽고 솔직히 말해. 야. 너 낙태한 적 있지? 그치?

동생 : 뭐... 뭐?! 아 엄마!!! 으앙!! 이새끼 완전 개변태새끼야 미쳤어!!!


그날 난 어머니께 뒤지게 맞아야했고

동생의 빼애애액하는 울음소리와 아버지의 땅이 꺼질 듯한 한숨소리를 들으며 집을 나와야했다.

아무래도 애가 노량진 단 칸 방에서 혼자 공부만 하더니 미친 거 같다고... 거기 가면 폐인되어 나오는

애들도 많다는데 내가 딱 그 짝이라고... 그런 등등의 소리를 들으며 저녁 쯤에 집을 나왔다...




*********************************************************************************



잠도 제대로 못 잤고, 어제 새벽내내 옥상에서 덜덜 떨었던 것 때문에

몸이 으슬으슬 아파왔다.


아파트 단지를 나서는데 뭔가 묘하게 조용했다.


뭐지?

지금 저녁 8시 정도의 시간대라 한창 시끌시끌 할 때인데?


고개를 들어 아파트 단지를 쭉 둘러보았다.

아주 반듯한 네모모양으로 거대하게 우뚝우뚝 서있는 아파트 건물들이 오늘따라 조금 그로테스크 해보였다.


그러고보면 사람은 정말 대단해... 저 큰 건물들을 어떻게 이렇게 많이 세웠을까.

게다가 저 오차 하나 없어보이는 날카로운 네모 모양... 그냥 모양만 저런 게 아니라

저 안에는 다들 사람들이 살기 좋게 전기도 돌고 물도 나오고 하니까... 진짜 사람들은 대단해...

그런데 건물들 정말 반듯하고 크네...


진짜 내가 당시 상태가 좀 안 좋았는지 이런 생각 어이없는 생각들을 하며 고개를 들고 아파트 건물을

둘러보다가 내 바로 앞 아파트 건물 옥상에서 뭔가가 슬금슬금 기어나오는 걸 보았다.


뭐지?


뭔가 그림자 같이 뿌옇고 형체가 없는, 음... 딱히 형용할 말을 못 찾겠는데

검은 안개? 같다고 해야하나. 그런 검은 안개, 그림자 비슷한 것이 옥상에서 조금씩

나오기 시작했다. 그런데 그게 자연스런 둥근 모양이 아니라 뭔가 다리 같은 게 여러 개 달린...

마치 지네같은 형상으로 그 검은 안개 같은 게 옥상에서 조금씩 나오기 시작했다.


안개 한 번 기괴한 모양으로 나오네 참...


그랬다. 당시 내 생각은 저거였다. 보통 안개나 어스름 같은 게 나오면 구름 같이 좀

뭉실뭉실하게 나오지 않나? 왜 저렇게 지네같이 다리가 여러 개 달린 모양으로 나오는 걸까...


이러고 넋 놓고 보다가...


....!!!


깜짝 놀랐다. 그것이 갑자기 지네처럼 발을 굴리며 아래로 순식간에 내려오는 것이 아닌가.

그 속도가 너무 빨라서 내려오는 게 아니라 그냥 옥상에서 떨어진 것처럼 생각되었다.

아니 근데 떨어지면서 다리도 엄청 빠르게 움직였으니 내려왔다고 봐도 되고...

모르겠다. 헷갈린다. 내려온 거야? 아님 떨어진 거야? 아니면 둘 다 인가...???


그렇게 아래로 곤두박질 친 그것은 [퍼썩]하는 소리를 내며 바닥으로 떨어졌고

그 직후 후다닥 하며 어딘가의 차 뒤편으로 숨었다.


잠깐...


내가 나와서 아파트 건물들 흝어본 아파트 차 대는 곳들이었다.

차가 굉장히 많았다.


저 차 중 어딘가에 그 뭔가가 숨었다.

그게 뭔지는 몰라도 분명한 거 하나는 나에게 좋은 건 아니라는 거였다.



순간 잊었던 두려움이 다시 확 올라오기 시작했다.


제기랄 뭐야... 뭐 어디 숨은 거야...? 아 또 이 아파트에 차들은 왜 이리 많아...

어디 숨은 거야. 난 어디로 가야하지...? 그놈은 어떤 차 뒤에 숨어있을까

난 어떤 차 있는 쪽을 통과해야 그놈에게 안잡힐까...


하루만... 하루만 버티면 되는데...


출처 인스티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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