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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원 스타크래프트 고수들 "이윤열 덤벼!"
게시물ID : humorbest_90808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i럽u
추천 : 55
조회수 : 4048회
댓글수 : 9개
베스트 등록시간 : 2005/04/19 23:17:29
원본글 작성시간 : 2005/04/19 18:01:07
아마추어 2인 vs 프로게이머
이 선수, 2:1 어렵다더니… 1시간도 안되서 '끝' 
아마팀 "스타크래프트에 새롭게 눈 뜬 것 같아"

[조선일보 백승재 기자]

한국에서 스타크래프트는 ‘무림(武林)’이다. 테란·프로토스·저그 등 각 문파(門派)의 무공을 익힌 무림인들은 배틀넷이라는 강호(江湖)에서 하루가 멀다하고 치열한 사투를 벌인다. 이들의 소원은 초절정 고수인 프로게이머와 초식을 겨뤄보는 일이다.


프로게이머의 실력은 정말 어느 정도일까? 팬택앤큐리텔 큐리어스의 협조로 평범한 무림인 2명이 15일 초절정 고수의 실력을 직접 검증해봤다. 배틀넷 전적 600승을 자랑하는 조선일보 직원 여원주(34)씨와 이세민(32)씨가 그 주인공. 상대는 ‘천재 테란’으로 통하는 이윤열이다.



◆첫 대면

“2대1이면 절대 우리가 질 리가 없어요.” 15일 낮 서울 방배역에서 만난 이씨와 여씨의 얼굴에는 자신감이 넘쳤다. ‘스파링 파트너’인 배틀넷 2000승대의 ‘준프로’급 고수와 2시간 동안 연습하고 오는 길이었다. 대전결과는 전승이었다고 한다.


오후 1시. 밝은 표정의 도전자들과 함께 서울 방배동의 큐리어스 숙소에 들어서니 이준호 코치와 이윤열 선수가 반갑게 맞았다. 이 선수에게 전망을 물으니 특유의 순한 표정으로 “2대1은 쉽지 않을 것 같다”며 맥빠지게 말했다. 갑자기 미안해졌다. 지면 ‘고수’ 체면만 버리고, ‘잘 해야 본전’인 게임이다.


◆초반전

첫 대전 준비가 이뤄졌다. 5판3승제. 이윤열 선수는 테란, 여씨는 저그, 이씨는 프로토스이다. 맵 순서는 네오레퀴엠·루나·네오레퀴엠·루나·에버포르테이다. 맵은 이씨와 여씨가 선택했다.


1차전이 시작됐다. 레퀴엠에 비해 입구와 입구 간의 거리가 약간 짧아지긴 했지만 ‘역언덕’ 구조는 똑같다. 드래군, 저글링으로 테란이 괴롭힘을 당하는 대표적인 맵이다. 이 선수는 3시, 여씨는 9시, 이씨는 12시 방향이다.


예상대로 초반에 저글링이 러시해왔다. 드래군도 밀려왔다. 물량에서 절대적으로 부족하지만 이 선수의 손놀림이 빨라지면서 벙커가 만들어졌다. 치열한 본진 전투가 이어졌지만 그 바쁜 사이에 이 선수는 팩토리까지 뽑아냈다. 탱크가 나와 절묘한 컨트롤로 남아있던 저글링을 청소했다. “쪼인 제대로 안 하고 뭐해!” 여씨가 이씨를 책망했다.


본격적인 대결이 시작됐다. 대체 언제 만들었는지 메카닉 병력이 무탈리스크를 방어했다. 무탈리스크 4기의 견제를 따돌리고, 벌처 2기가 드론 4기를 잡는 컨트롤을 보니 ‘빤히 보면서 당한다’는 말은 이런 때를 위해 존재하는 것 같았다. ‘GG’(게임오버 또는 항복). 15분 만이었다. 이씨와 여씨의 표정이 바뀌고 말이 없어졌다.


“이어서 바로 하죠.” 여씨의 요청으로 2차전이 시작됐다. 입구를 막기 어려운 개방형 맵인 루나는 레퀴엠과는 다르지만 역시 테란에게 쉬운 맵이 아니다. 이 선수는 8시 방향, 여씨는 2시 방향, 이씨는 5시 방향이다.


바이오닉 유닛들이 초반부터 프로토스 진영을 들이쳤다. 이씨가 다크 템플러를 뽑아보려 했지만 정확한 타이밍에 스캔이 찍혔다. 프로토스 진영은 속수 무책으로 교란됐다. 파이어뱃·메딕·마린의 활약에 10여분도 안돼서 GG가 찍혔다. 저그는 역시 무탈리스크로 나왔지만 결국 프로토스를 돕지 못했다.


◆후반전

이씨와 여씨는 1, 2차전에서 약간은 교훈을 얻은 것 같았다. 여씨는 12시 방향, 이씨는 6시 방향, 이 선수는 9시 방향이다. 정석대로 유닛들이 쏟아져 나오고, 앞마당 멀티를 충실하게 견제했다. 메카닉 빌드를 밀고 나간 이 선수의 컨트롤에 붙으면 붙는 족족 계속 밀리지만 멀티를 지키면서 꾸준하게 유닛을 뽑았다.


이 선수가 배럭 2개를 띄워 프로토스의 본진에 착륙시키는 모험을 한다. 하지만 가디언까지 등장하는 마당에 역부족이었다. 결국 15분 정도 만에 이 선수가 GG를 쳤다.


이씨가 채팅창에 ‘봐주기 없기’라고 친다. 본인이 이긴 사실을 잘 믿을 수 없었던 것 같다. 이 선수는 채팅창에 ‘봐준거 아녜요ㅠㅠ’라고 답했다.


4차전이 곧바로 이어졌다. 10분도 안 돼서 승부가 났다. 저그가 초반 바이오닉 러시를 못 버틴 것이다. 이씨의 드래군은 이 선수의 견제 작전에 전혀 다른 방향을 헤매다가 본 병력을 놓치는 실수를 했다.


아마추어 실력자 2명의 자신만만한 도전은 1시간도 안 돼 프로선수에 의해 좌절됐다. 종합전적 3승1패로 이 선수의 승리다.


“운이 좋았어요.” 흔들림 없는 겸손한 이 선수의 말에 고수다운 풍모가 느껴졌다. 비결을 채근하니 겨우 웃으며 말했다. “미세한 타이밍이 좋았던 거죠.”


이 선수는 단순한 물량이나 상성보다 역시 러시의 타이밍이 승부를 좌우한다는 교훈을 말해줬다. 양적 열세를 컨트롤과 적절한 투입시점으로 극복해낼 수 있다는 것이다. 현실에도 도움이 되는 교훈이다. 이런 면이 e스포츠의 묘미라고 할 것이다. 


이씨와 여씨는 “스타크래프트에 대해 새로운 눈을 뜬 것 같다”며 이 선수에게 악수를 청했다. 이들의 인사와 함께 조용한 봄날 벌어진 무림의 작은 ‘사건’은 막을 내렸다.



(백승재기자 [ whitesj.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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