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4년
지독한 폭염과 무너진 다리로만 기억되다가 드라마 한 편 때문에 새로이 조명되고 있는 내 중학교 2학년 시절. 1994년.
이 두 장의 앨범을 만났습니다.
1995년
어쩌면 이제는 무너진 백화점으로만 기억되는 내 중학교 3학년. 1995년. 이 두 장의 앨범을 만났습니다.
요즘 기분은.. 그렇습니다. 정말 오랫만에 꺼내본 내 사춘기 시절 일기장을 누가 절반 정도 찢어 발겨놓은 것을 발견한 느낌.
그 시절에 상상했던 2014년은, 영원히 오지 않을것처럼 머나먼 미래처럼 생각되면서도, 그저 막연하게 모든 사람이 대학에
안 가도 남부럽지 않게 자기 하고 싶은걸 하면서 즐겁게 살아갈 수 있는 세상이 올거야 하고 설익은 풋사과 같은 기대도 하고,
말도 안되는 사고 때문에 무고한 사람들이 수백명씩 죽어나가는 그런 일도 없는 그런 세상이 되어 있을 거라는 헛된 망상에
가까운 희망을 품었더랬습니다.
그로부터 20년이 지났습니다.
이제 대학은 그저 '남들도 다 가는데 나 하나 안 가면 어때?' 가 아니라 '남들도 다 가는데 너는 왜 안 갔냐?' 정도로 가치 평가되는
곳이 되었고. 스마트폰으로 뭐든 다 하는 세상이 왔는데도 여전히 천장이 무너져서 사람들이 죽어가고 배가 뒤집혀서 사람이 죽어갑니다.
우리가 만든 세상입니다.
이런 세상을 만들어서 부끄러워하는 우리에게 쓴소리라도 해주면서, 괜찮아 새꺄 더 열심히 힘내서 바꿔나가면 돼! 하고 용기를 북돋아 줄
형님이 이젠 없습니다. 그 상실감이란.. 신해철이 독설가 연예인 정도 이상으로 내 가치관 형성에 큰 영향을 끼친 인물이었구나 하고 새삼
깨닫게 만듭니다.
지금 30대 중반 정도 된 제 친구, 동기들은 아마 신해철의 죽음과 서태지의 한 물간 가수 발언을 들으며 저와 같은 생각을 하실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냥 그런 말이 하고 싶어지는 밤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