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닌은 1917년, 핀란드에서 피난생활을 하는 와중에 책 한 권을 씁니다. 제목은 그 유명한 '국가와 혁명'입니다. 프롤레타리아 국가가 어떠해야 하며 혁명은 어떠해야 하는지 쓴 그 글은.. 낮은 단계의 사회주의 같이 유명한 이론도 담고 있습니다.
그런데 레닌이 이 책을 쓴지 46년 후에 비슷한 제목의 책을 쓴 사람이 하나 나타납니다. 그는 바로 박정희입니다. 그의 책 제목은 '국가와 혁명과 나'입니다. 뒤에 '나'가 하나 더 들어가긴 했지만 단순한 우연이라 보기 힘들 정도로 책 제목이 유사합니다. 박정희가 레닌의 저서를 읽었는지 안 읽었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이 두 책은 제목은 비슷하나 내용은 정반대에 가깝습니다. 박정희의 책에서 혁명은 레닌과 달리 노동자가 아닌 군인이 중심이 된 5.16쿠데타입니다. 또한 레닌이 세우려 한 국가를 극좌적이라 할 수 있다면 박정희가 세우려 한 국가는 극우적입니다.
역사란 건 보면 재밌을 때가 많습니다. 46년의 시간을 뛰어넘어 비슷한 제목의 책을 쓴 두 지도자, 레닌을 신봉하던 자들에 의해 거부당하던 박정희의 대한민국과 박정희를 믿는 자들에 의해 부정된 레닌의 소련... 자, 레닌의 묘비명을 한 번 봅시다. '미래의 사람들은 우리보다 훨씬 행복하게 살 것이다. 우리가 처했던 상황에서 불가피하게 할 수밖에 없었던 모든 잔혹한 일들은 결국 이해되고 변호될 것이다' 이걸 박정희가 남긴 말이라고 바꿔도 전혀 이상할 게 없습니다.
같으면서도 다르고, 다르면서도 같았던 레닌과 박정희.. 어떤 사람이 그러더군요.. 극과 극은 통한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