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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포 심리] ROOM - 6. 그네와 창문
게시물ID : panic_90889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아카스_네팔
추천 : 3
조회수 : 610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6/09/27 13:34:50
ROOM   
                                

                                                       Akash-nep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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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화 : ROOM - 5. 거울 http://cafe.naver.com/sichunji/708
(이미 올린 글을 지속적으로 수정하는 이유로 부득이 카페링크를 겁니다. 부족한 글이지만 오유
공게에 올린 글은 베스트에 올라갈 경우 수정이 안되더군요.) 그리고 오유에 필터링 된 단어들이
포함되어 있어서 이또한 부득이 *표시를 하였습니다. 수정되지 않은 원글은 링크를 타고 가면 있
습니다.

경고 : 이 글은 극사실적인 공포, 두려움, 고통의 반복적 묘사로 인해 읽는 분에게 불쾌감을 줄 수도
있음을 미리 알려 드립니다. 하지만, 마지막 회까지 함께 하신다면 새로운 방식의 글 읽는 즐거움을
느끼실 수 있을 겁니다. 부족하지만 노력하겠습니다. - 아카스_네팔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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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그네와 창문


미안.

실수의 대가가 죽음이라니. 그리고 미안이라니.
너무나 가혹한 결과지만 그녀에게 내가 해줄 수 있는 말은 '미안'이라는 무책임한 한 마디 뿐이었다.
그 외에 어떠한 말도 꺼낼 염치가 없어야 했다. 이미 난 그녀를 두 번 죽인 셈이니까. 아니 두 번 죽였으니까.

"난 가끔 니가 부러워. 그 바보 같은 머리가."
그만해 좀. 그만하고 나갈 궁리나 좀 짜내 보자고. 들어왔으니까 나갈 방법도 있을꺼 아냐.
"글쎄... 그게 가능할까? 수도 없이 노력해 봤지만 소용없었어. 그리고 나...이 방에 들어 온 게 아냐."
그건 또 무슨 소리야?
"처음 이곳에 왔을 때 이상하게도 한동안 잠만 잤었지. 그땐 정말 아무것도 없었어. 어느 날 눈을 떠 보니
벽이 생기기 시작했어. 그리고 그 벽들이 모여서 방이 되고, 물건들이 나타나기 시작했지. 제일 먼저 문이 생겼고,
그 다음이 뭐더라...아 맞아 저기 창문이 생겨났고, 그 다음이 시계였던가...그리고 그네...그 다음 캐비닛이 생겼지.
내가 들어온 게 아냐."

똑...똑.

"거울은 언제부터인가 저렇게 날 불렀었고"
참 나. 그만하자 그만해. 이상한 소리 하지 말고 얘기 좀 해봐. 나가려고 노력해 봤다면서? 저 문은 잠겨 있는 거야?

나는 천정으로 나 있는 문을 손으로 가리켰다.

"잠겨 있어. 저건 열수가...없어..."

고통스러운 기억이 떠올랐던지 그녀의 목소리가 떨리고 있었다. 분명 이전에 그녀는 저 문을 열려고 발버둥 쳤을 것이다.
그리고 끔찍하고 허무하게 끝났을 것이다. 죽음 바로 앞에서 말이다.

"휴..... 그런데..."

한참 후 그녀가 고개를 들었다.

"그런데 니가 오고 난 뒤부터 뭔가 달라졌어. 그전에는 이렇지 않았는데. 니가 온 뒤부터 뭔가."
어떻게 달라졌는데?
"일단 죽어야 다시 시작된다는 거..."
...

갑자기 또 미안해져야 할 것 같았다.

"사실 난 이 방이 나쁘지 않았어. 내가 원한 것은 아니었지만 말이야...물론 처음이야 힘들었지. 죽을 고비를
매번 넘기면서 반복되는 시간들이었으니까....그런데 말이야. 어느 순간부터 그 고통이 조금씩 무뎌지고 있었어.
실제로 고통이 줄어드는 것인지 아니면 고통에 무감각해지는 건지 알 수는 없었지만 어쨌든 그 뒤에 오는
고요하고 평온한 시간이 좋았어. 굳이 나가려고 발버둥 칠 필요가 없었지."

왠지 또 내 얘기를 할 것 같았다.

"그런데 니가 나타나면서...끔찍해졌어. 죽어야 다시 시작된다니...매번...그...지옥을 겪어야만 다시 시작된다는 건..."
......

의도한 바는 아니었지만 이 순간 내가  무슨 말을 할 수 있겠는가?  

"그런데 말이야...만약 뭔가 달라졌다면...달라진 것이 과연 그것뿐일까?...만약 너로 인해 뭔가가 틀어졌다면...
혹시 이 방에서 나갈 방법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그때,
우리 눈에 들어 온 모습이 있었다
맞은 편 천정에 매달려 있던 그네가 흔들거리며 스스로 리듬을 타기 시작한 것이다. 나는 슬그머니 옆자리 그녀의
표정을 살폈다. 그녀의 얼굴에선 두려움이나 겁에 질린 표정 같은 건 전혀 찾을 수 없었다.

쟤네 공포나 두려움 같은 것에 반응하는 거 아니었어?
"그네 말이야? 가끔 저렇게 혼자 움직이기도 해. 방금 내 말을 들었거든."
뭐야? 그럼 지금까지 우리 얘길 다 듣고 있었다는 거야?
"듣는 것 뿐 아니라 감정까지 읽어 모두. 그리고 각각의 방식으로 표현하지. 이리 와 봐."

그녀가 자리에서 일어나 그네 쪽을 향했다. 하긴 공포나 두려움을 느낄 때마다 이것들이 난리법석을 쳤었지.
은근히 감시당하는 기분이 좋지는 않다. 세상에, 사람 말을 알아 듣는 그네라니. 하긴 삐치는 거울에 덜덜 떠는 캐비닛도 있지.
그네 앞에 선 그녀는 가만히 손을 내밀어 그네를 세웠다.

"말해봐. 너도 이방에서 나가고 싶니?"

그리고 그녀는 줄을 잡은 손을 펼쳤다. 그러자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그녀의 손아귀에서 풀려 난 그네가 서서히
반원을 그리며 천정까지 올라가서 그대로 멈춰 버리는 것이었다. 그리고 몇 초 후 다시 내려와 그녀 앞에 가만히 멈춰 섰다.

근데 얘는 왜 나가고 싶어 하는 거래?
"나도 잘 몰라. 그렇게 태어났나봐. 그네니까."
무슨 그런 말이 있어? 그렇다면 문은 열려 있어야 정상아냐? 문이니까. 창문도 그렇고.
"사용하지 않는 문은 닫혀 있는 것이 정상이지. 문을 열려면 열쇠가 필요하고. 그런데 도무지 열쇠를 찾을 수가 없어."
그럼 저 창문은 어때? 쟤도 쇠창살이 저절로 열리고 그러냐?
"저건 원래부터 창살문이야. 저 창문은 한 번도  먼저 창살을 열지 않았어. 상대의 감정에 따라 열렸다 닫혔다 하지."
그럼 창살이 열렸을 때 나가면 되겠네.
"아마 꼬치구이가 될 걸..."
.....

그녀가 그네 뒤쪽 벽에 기대어 앉았다.

"내가 느끼기엔 이 방안에서 문들이 가장 완고해. 조금의 여유나 예외도 없지. 그냥 감정에 반응할 뿐."

그녀는 다시 다리 사이에 머리를 묻었다. 무언가 골똘히 생각할 때 그녀의 버릇 같았다. 그네는 실망한 듯 더 이상
움직이지 않았다. 시선을 옮겨 그넷줄을 따라 올라가 천정을 훑어보았다.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하여 탈출하라'
캐비닛 서랍 속 쪽지에는 분명 그렇게 적혀 있었다. 죽었다 깨도 탈출할 수 없다면 탈출하란 말조차도 무의미하지 않은가?
그러니 분명 방법이 있을 것이다. 그걸 찾아내야만 한다.
 어차피 탈출하려면 외부로 나 있는 연결 통로를 이용해야 할 텐데 이 방엔 그런 공간이 두 군데 있다. 말도 안 되지만
5미터 높이의 천정에 말이다.
하나는 쇠창살이 박혀있는 문과 나머지 하나는 열쇠가 없는 잠겨 있는 문.
일단 저 창문은 창살사이 틈이 좁아 밖으로 나갈 수는 없다. 그러면 일단 제쳐놓고.
그런데 잠깐.
그네가 다시 조금씩 움직이기 시작했다.

어라? 이놈 봐라. 이놈도 꽤 간절한가 보네

가만히 그네에 앉아 보았다. 몸무게가 더해지자 움직임이 조금 둔해지긴 했지만 줄을 통해 전해지는 느낌이 있다.
녀석은 조금씩 앞뒤로 움직이고 있었다.

그네에 앉아 발을 굴리니 앞뒤로 움직임이 갑자기 커졌다. 내가 주는 힘보다 훨씬 큰 힘으로 그네는 스스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괜히 무서워졌다. 그네에 가속이 붙었다.

천천히 해. 이 자식아!

말이 떨어지자 가속이 줄었다. 그런데 그 순간,
그네가 힘을 받아 앞으로 나아가는 정점에서 시야에 잠깐 들어오는 장면이 있었다. 아주 짧은 순간이었지만 정점에 다시 다다랐을 때
난 분명히 확인할 수 있었다. 그것은.. 놀랍게도 창살 밖으로 보이는 장면은... 복도를 걸어 다니는 사람의 모습이었다.

야 일어나봐! 밖에 사람이 있어! 사람이 있다고! 야..야임마 그네! 다시 올려봐 저기 밖에 사람이 있어 아..그렇지 나가게 해줄게 더 올려봐 힘차게!

그네가 신나게 나를 밀어 올렸다. 저기 아래에서 고갤 들어 나를 바라보는 그녀의 눈길이 느껴졌다. 
야단 호들갑을 떨며 그네를 탄 채 다리를 휘저으며 미친 듯이 몸을 앞뒤로 흔들고 있으니 정신 나간 놈처럼 보이겠지. 상관없다.
그네도 흥분했는지 거의 천정에 닿을 듯이 날 밀어 올리고 있다!

드디어 창문 밖이 잠깐씩 보인다. 정확히는 창문 밖 오른쪽 저쪽으로 분명히 보인다! 한번 튕겨 오를 때마다 잠깐씩 보이는
저기에 아! 사람들이 지나 다닌다!

저기요! 여기 사람 있..

그네가 내려온다. 미친 듯이 엉덩이에 힘을 모았다가 뒤쪽의 정점에서 발사한다. 그네와 나의 힘이 합쳐져 무서운 속도로
앞으로 다시 솟구쳐 올라간다.

사람 살려요! 저기요! 여기 좀..

다시 하강한다. 아..이것 참.

야! 뭐해 너도 소리 질러!

다시 그네가 올라간다. 이번엔 좀 더 크게 소리 질러야지.

야! 문 열어! 문 열어 이 새끼들아!!!
"구해주세요..!..."
.
.
.
.
.
.
안 들리나봐...가까웠는데..
"..."

벽에 기대 앉아 머리를 다리 사이에 파묻은 채 난 옆자리의 그녀에게 말했다. 하지만 그녀 역시 다리 사이에 머리를 파묻은 채 대답이 없다.

반응이 없어.
"사람들 소리 들리데?"
아니.
"소리는 전달되지 않는가 보네."
아후...
"포기하자."
뭐라고? 너 미쳤어?
"창문은 거기까지인 것 같아. 일단 밖에 사람들이 있는 건 확인 했으니까 다른 방법을 찾아보자."

하도 악을 써서 진이 다 빠졌으므로 벽에 기대앉은 채 우린 한참을 그렇게 있었다. 긴 침묵을 깬 것은 그녀였다.

"너..열쇠에 얽힌 기억 없니?"
없어. 도대체 열쇠에 얽힌 무서운 기억이 있을 리가 있겠냐?
"......"
열쇠가 있어봤자 저 위까지 어떻게 또 올라가냐?
"너 사다리에 얽힌..."
없어.

또 시간이 흘렀다.
침묵을 다시 깬 것은 이번에도 그녀였다. 다리 사이로 그녀의 얼굴이 솟아올랐다.

"이거 말도 안 되는 이야기일지도 모르지만..."
어차피 이 방의 모든 게 말도 안 돼. 해봐.
"저 문을..."
....
"우리가 올라 갈 수는 없으니...그렇다면 차라리 저 문을 가져 올 수는 없을까?"
무슨 바보 같은 소리야? 문을 어떻게 가지고 와...에휴...바보같이...

그런데 곁눈질로 흘겨 본 그녀의 표정이 사뭇 진지했다. 그리고 그녀의 시선이 가서 꽂히는 그곳에서 난 그녀가 무슨 말을 하려는 건지 알 수 있었다.

그래 어쩌면 가능할 수도 있겠어.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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