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센터 직원도, 별이 된 세월호 희생자들도, 세 가족도
고이 자기 갈길 알아서 정리하신 어르신도
끝끝내 비정규직으로 몸도 마음도 상했던 그 여직원도
하루가 멀다하고 가슴아픈 죽음들이 늘어갑니다.
죄송합니다.
미안합니다.
같이삽시다.
같이삽니다.
같이...살아가야죠
가난한 자는 죽지 마라
가난한 자는 죽지 마라
외로워도 슬퍼도 죽지 마라
괴로워도 억울해도 죽지 마라
시위하다 맞아 죽지도 말고
굶어 죽거나 불타 죽지도 말고
가난한 자는 죽을 자격도 없다
가난한 자는 투신해도
아주 가벼운 깃털 하나
가난한 자는 분신해도
아주 차가운 눈빛 하나
가난한 자의 생명가치는 싸다
시장에서 저렴한 너는
잉여인간에 불과한 너는
몸값도 싸고 꿈도 싸고
진실도 싸고 목숨마저 싸다
가난한 자들은 죽을 권리도 없다
죽으려거든 전태일의 시대로 가 죽든가
아직 오지 않은 미래로 가 죽든가
제발, 가난한 자는 죽지 마라
선진화의 시장에서는 죽지 마라
돈의 민주주의에서는 죽지 마라
아, 가난한 자는
죽어도 같이 죽고
살아도 같이 살자
우리 죽지 말고 싸우고
죽을 만큼 사랑하자
가난한 우리는 가난하여 오직 삶밖에 없기에
사랑으로 손잡고 사랑으로 저항하고
죽을 힘으로 싸우고 죽을 힘으로 살아가자
제발, 가난한 자는 죽지 마라
詩_박노해, 시집 '그러니 그대 사라지지 말아라'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