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번째로 가사 논란. faggot이라는 단어가 문제가 되었죠.
제 생각엔 현대 힙합에서 faggot이라는 단어는 마치 우리말의 '문디자식' 과 같은 입장이라고 봅니다. '문디'는 사전적으로는 나병 환자를 낮잡아 이르는말이나 아무도 이 단어를 나병 환자를 비하하는 데에 쓰지 않죠. 단순히 친근감을 표현하는 속된 표현으로 사용하고 있잖아요. 물론 faggot이 좀 더 욕설의 의미가 강하므로 다소 단어 선택이 경솔해 보이긴 합니다만, 실제로 힙합에서 많이 언급되는 가사이니까요.
에미넴은 활동 초창기에서부터 faggot이라는 단어를 많이 사용했죠. 300만장을 판 최근 앨범 MMLP2에서도 faggot이라는 단어를 사용했죠 (4곡이나!). 동성애자들의 의견이 좀 더 세상에 빛을 발하게 된 최근에는 일부 논란이 일기도 했지만. 사과보다는 단어 선택에 대한 설명을 롤링 스톤지 인터뷰에서 했었습니다.
대략 동성애를 의미하기보다는 단순한 욕설 정도로 가볍게 사용했다. 동성애자와는 아무런 문제도 없다. 라는 입장입니다.
또 랩계에서 faggot이라는 단어를 많이 사용하는 랩퍼는 타일러 더 크리에이터인데요, 이 친구는 자신의 그룹에 양성애자가 무려 두 명이나 있는데도 불구하고(한 명은 여자, 한 명은 남자) 거리낌 없이 단어를 사용합니다.
역시 타일러 더 크리에이터 역시 '아세니오 홀 쇼'에서 간단한 설명을 했는데요. 자신의 그룹 멤버인 (양성애자)프랭크가 있을 때도 이 단어를 쓰고 아무 문제도 없다, 왜냐하면 그도 이 단어가 성적 지향에 대한 단어가 아님을 알기 때문이다. 그냥 의미없는 다른 말일 뿐이다. 라고 했네요.
그 외에도 티아이, 제이콜, 제이지 등등 거의 왠만한 랩퍼들은 이 단어를 랩에 사용한 적이 있습니다. 그리고 대부분이 '동성애자' 자체에 대한 욕설보다는 그저 의미없는 욕설로 사용하고 있죠. 마치 랩에서 n-word가 인종차별을 의미하지 않는 것과 비슷하네요. faggot이라는 단어가 문제라고 생각하신다면 힙합 자체를 피하시는 게 정신건강에 좋습니다. 힙합 자체가 굉장히 직설적인 단어로 자신의 생각을 풀어나가는 장르입니다. 세상에 있는 온갖 욕설이란 욕설은 사실 다 찾아볼 수 있어요.
두 번째로 남부연합기의 경우는 문제가 있습니다. 미국에서 노예제도가 합법이었을 때 6개 주가 노예제도 폐지에 반발하여 수립한 정부의 국기인데요, 이것이 자칫하면 노예제도에 대한 찬성. 즉 흑인 비하와 인종차별 의미로 쓰일 수도 있죠.
다만 그와 다른 뜻으로 사용된 경우도 있는데요, 랩퍼 '칸예 웨스트' 는 남부연합기를 '노예 제도에 대한 상징'으로 자신의 투어 의류에 사용했습니다. 치욕스러운 노예 제도를 다시 떠올리고 잊지 말자는 의미로 사용한 것으로 생각되는데요, 이 역시 많은 '비판'을 받긴 했으나 그렇다고 딱히 칸예가 큰 타격을 입을 정도의 '비난'은 아니었습니다. 실제로 투어에도 여전히 판매되었구요. 그렇다고 이 투어에서 의류를 구매한 모든 사람이 비난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하진 않습니다.
종합적으로 제 생각은
단어 선택은 경솔했고 의류 선택도 문제가 있으나, 어떠한 나쁜 의도가 있던 것으로 보여지지는 않습니다. 비판의 필요성이 느껴집니다. 그래야 가수가 다시는 이런 실수를 하지 않겠죠. 다만 비난받을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사안이 애매하고 사람들에 따라 달리 판단될 수 있는지라, 어떻게 판단할지는 여러분에게 맡기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