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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정하는 중인 단편
게시물ID : readers_9091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EVANGELION
추천 : 0
조회수 : 142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3/10/04 00:48:09

 그녀의 시선이 사진 한 장에 멈췄다. 몇 년이나 된 딸의 사진이었던가. 그녀는 기억이 잘 나지 않았다. 보관이 잘 된 상태였지만, 사진은 스스로 바래버린 빛을 내면서 오랜 시간을 거쳤음을 설명하고 있었다. 그녀는 늘 조심스럽게 사진을 다뤘지만, 딸의 사진은 한 장 뿐이었기에 쉽사리 낡아갔다. 그녀는 사진의 먼지를 조금 털어낸다. 하지만 사진엔 그녀의 지문들이 깊게 남아있었다. 빛으로 자세히 비추지 않으면 보이지 않을 그 지문들은 여전히 그대로였다. 그녀는 그 흔적을 아는지 모르는지 지갑에 사진을 다시 넣는다.

 

 베드로 성당의 성물방에서 그녀는 딸을 기다리고 있었다. 장거리 비행기는 여전히 익숙하지 않았지만, 그녀는 도착하자마자 바티칸으로 향했다. 시간이 부족한 것은 아니었다. 그렇다고 이유 없는 조급함을 느끼고 있는 것도 아니었다. 남편과의 이혼 후에 그녀보다도 딸이 더 힘겨워했다. 그녀도 모르는 사이에 딸은 가톨릭에 빠져들었다. 대학을 졸업하고 이탈리아 수녀회에 가겠다는 말을 들었을 때, 그녀는 묘한 담담함을 느꼈다. 마치 이렇게 될 줄 알고 있었다는 듯한 느낌. 그녀는 아직도 몇 년 전 딸의 말을 기억한다.

- 수녀가 되고 싶어요

 담담한 그것에 뭐라고 대답했던가. 그녀는 자신의 말은 기억해내지 못한다. 반대를 했나, 찬성을 했나. 찬성과 반대의 여부조차 스스로 기억하지 못하고 있었다. 어떤 대답을 했는지 고민하는 것을 그녀는 그만둔다. 이미 지난 일이라고 여겼다.

 

 오랫동안 앉아있었던 그녀는 인기척을 느끼고 입구를 본다. 검은 옷의 사제였다. 바티칸이나 종교에 대한 지식이 없던 그녀는 지금 찾아온 사람을 신부라고 해야 할지, 사제님이라고 해야 할지 혼란스러웠다. 그런 혼란을 아는지 모르는지, 남자는 묻는다.

- 소피아 수녀님의 어머님이신가요.

 이탈리아에 온 뒤, 말이 통하지 않아 힘겹던 그녀에게 같은 언어라는 친절이 다가왔다. 분명 한국어가 아니면 대답하지 못했을 것이다. 하지만 타국에서 듣는 한국어는 왠지 그녀에게 어색하게 다가왔다. 친숙한 한국어는 바티칸의 영토에서 이질적이었다.

- 오지 않겠다고 하던가요

그녀는 마치 예상한 듯한 자신의 태도를 보며 오히려 놀랐다. 스스로가 이미 알고 있었던 것처럼 그녀는 빠른 대답을 했다. 남자는 조금 당황한 기색이 보인다.

 

 베드로 성당을 나서며 잠깐 멈춘다. 내가 키웠던 딸은 하나님의 딸이었던가. 건조한 이탈리아의 여름 햇빛이 눈을 찌른다. 그녀는 잠깐 옆을 본다. 딸은 왜 나오지 않았을지 그녀는 의문을 품지 않았다. 언제부턴가 그녀는 받아들이는 것에 너무나 익숙해졌는지도 모른다. 남편과의 이혼이 시작이었을 것이다. 그녀는 그렇게 생각한다. 반대와 부정 끝에 무엇인가 있을 것이라 여겼을까. 그녀는 스스로가 점점 의문스러웠다. 대성당은 온통 사람으로 가득하다. 사람들은 현재에 살면서 하늘을 꿈꾸는가, 하늘에 살면서 현재를 꿈꾸는가. 과연 가톨릭의 성지인 이곳에는 어떤 부류의 사람이 더 많을까. 교황은 하늘에 사는 사람들의 수장이라고 하는 것인가. 그녀는 돌아오지 않을 질문을 던져본다. 딸은 아마도 하늘에 살면서 현재를 꿈꾸고 있겠지 싶었다. 그것만이 유일하게 확신할 수 있는 대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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