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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포 심리] ROOM - 8. 문
게시물ID : panic_91012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아카스_네팔
추천 : 3
조회수 : 622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6/10/04 13:4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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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작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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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화 : ROOM - 7. 거울(2)      http://cafe.naver.com/sichunji/716

경고 : 이 글은 극사실적인 공포, 두려움, 고통의 반복적 묘사로 인해 읽는 분에게 불쾌감을 줄 수도
있음을 미리 알려 드립니다. 하지만, 마지막 회까지 함께 하신다면 새로운 방식의 글 읽는 즐거움을
느끼실 수 있을 겁니다. 부족하지만 노력하겠습니다. - 아카스_네팔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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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ROOM     
                                                      

                                                             akash_nepal



8. 문



내가 그녀 앞에 다시 섰을 때 그녀는 무언가 망설이는 듯 했다. 금방이라도 울음이 터질 듯 한 표정으로 내 눈을 바라 보면서 그녀가 말했다.

"너...거울 속에 들어갔던 거 기억나니?"
그만해 그 얘긴. 생각만 해도 끔찍하니까.
"휴....됐구나..."
그게 무슨 소리야?
"세 번째야…….세 번 만에 성공했어."

벽에 기대 앉아 그녀가 손짓을 한다. 그녀를 따라 옆에 앉자 이야기가 시작되었다.
"상황이 끝나고...모든 게 다시 시작될 때 ...넌 아무 것도 기억하지 못할 때가  종종 있었어. 이번엔 유독 심했지. 연이어 세 번이라니."
뭐라고? 기억을 못해...? 그런데 여태 왜 말을 안했어?
"물론 처음 몇 번은 말했었지. 계획하고 노력한 모든 것이 계속 물거품이 되니까 속상하기도 했고. 그런데 니가 뭐라 했을 것 같니?"
......
"소용없었어. 너.. 기억까지 지워진 것 같다고 아무리 말해봐야 믿질 않았으니까. 미쳤냐는 말 몇 번 들으니까 더 이상 말하기 싫더라."

아...어처구니가 없다. 도대체 난 몇 번이나 이 끔찍한 반복을 겪어 왔단 말인가?

"했던 말 반복하고, 했던 일 계속 되풀이 되는 게 지겨웠는데 이제 됐어. 거울을 만들 수 있게 됐으니."
근데...나... 이 방에 온 지 얼마나 됐어?..
"글쎄...잘은 모르지만 꽤 지났어. 수십 번은 반복됐으니까..."
뭐라고? 수십 번?
"너무 놀라지마. 잊는다는 건....좋지 않은 기억으로부터 스스로를 보호하려는 방어기제니까."
그럼 거울은...거울 속엔 도대체 몇 번을 들어갔던 거야?
"세 번 만에 성공했으니까 세 번이지. 보통 어느 단계라도 두세 번은 거쳐야 했어."

맙소사. 그 끔찍한 경험을 세 번이나 했다니.
얼이 빠진 채 멍하니 허공을 바라보고 있는 나를 두고, 그녀는 자신의 이야기를 이어 나갔다.

"아주 어릴 때부터 난 나에게 망각의 능력이 없다는 걸 알고 있었어. 평범한 일들은 금세 잊혀지는데 안 좋은 일들은 작은 일이라도 잊혀지지 않고 뇌리에 고스란히 쌓여서 날 괴롭혔지. 아마 병도 그 부작용으로 생긴 것인지 몰라. 안 그랬으면 벌써 미쳤을 걸? 그런데... 아무리 얘기해도 사람들은 내말을 믿어 주질 않았어. 잊을 수 있는 능력이 나에겐 없다고, 그래서 너무 힘들다고...그게 병보다 더 고통스럽다고 아무리 얘길 해도 듣질 않았어. 사람들은 보고 싶은 것만 보지. 여기 와서 하도 난리를 치니까 처음 보는 알약 하나를 더 주긴 하는데 그것도 그때뿐이야."
그럼 넌 이 방에서 일어 난 일들을 다 기억하고 있는 거야?
"거의 대부분. 기억이 좀 희미한 것이 있긴 하지. 약을 먹고 있으니까. 그런데...이젠 그 고리를 끊고 싶어."
무슨 말이야 그게? 고리를 끊다니?
"아냐. 이 방을 나가고 싶다는 얘기야. 이 방을 나가면 왠지 자유로워 질 것 같거든. 자..이제 시작하자."

그녀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천정의 문을 거울에 집어넣기 위해선 문이 가장 잘 보일만 한 위치에 거울이 있어야 한다. 원하는 자리에 거울이 제대로 나타나 줄 지는 모르지만 우린 천정의 문 바로 아래에 섰다. 이제 내가 거울 속에 갇혀서 끔찍하게 끝났던 공포의 기억을 곱씹어야 한다. 아, 이 빌어먹을 규칙.

근데 새로 나타난 거울이 문을 거부하면 어떡하지? 거부하는 대상은 끌어들이지 않는다며?
"니가 거울에 들어갔었을 때 거울이 원해서 널 끌어당긴 게 아니라서 별 문제 없을 거야. 다만..."
....?
"시간을 끌수록 거울도 문의 존재를 두려워 할 수 있으니까 빨리 끝내야 해."
그거야 거울이 생기면 바로 문 쪽으로 향하게 하면 문제없지.
"그리고 거울 속에 전신이 비치지 않도록 조심해. 그대로 빨려 들어갈 수 있으니까."
알았어. 이제 방해하지 마.

두 눈을 감았다. 그리고 거울 속으로 빨려 들어갈 때 손끝에서부터 서서히 느껴지던 감촉을 떠올리기 시작했다. 온몸을 스윽 지나가던 표면의 느낌. 그리고 그 안에서의 유영. 하지만 서서히 굳어지던 거울 속 공기와 그 공기를 통해 전해지던 충격, 아무리 외쳐도 입 밖으로 나오자마자 소멸되어 흩어지던 목소리...이제 별 수 없이 갇힌 채 죽음만을 기다리고 있을 때 밀려오던 절망과 공포...두려움. 점점 뭉툭해지고 둔해지던 감각....눈꺼풀이 제멋대로 떨리는 것이 느껴진다.

"과아아아아앙"
그동안 조용하던 괘종시계가 울기 시작했다.
철컥! 철컥!
문이 연거푸 기분 나쁜 소리를 낸다.
쉬이익....척! 척!
쇠창살이다. 그네도 흔들리고 있겠지. 공포에 비례해서 그 소리들은 점점 커져 갔다. 그런데 그때 그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눈 떠! 밖으로 나와 어서!"
왜 뭐가 잘못..?

다급한 목소리에 눈을 떴다. 예상대로 캐비닛 뒤에 붙은 거울과 비슷한 크기의 거울이 바닥에 놓여있었다.

어엇!

아 제기랄! 발목이 거울 속으로 빠져 들고 있었다. 하필이면 발밑에 거울이 생기다니! 얼른 발을 빼려고 했지만 마치 늪에 빠진 것처럼 몸이 말을 듣지 않는다. 그런데 그 순간 무언가 천정에서 툭 떨어졌다. 오 맙소사...그건 문이었다! 거울 표면에 젖어 들 듯이 일렁이는 물결을 만들어 내며 천정의 문이 잠겨 들고 있었다.
까딱 잘못하면 이 망할 문과 함께 거울 속에 갇힐 판이었다.

발이 떨어지지 않아!
"손..손을 줘!"

이미 허리까지 잠긴 채 그녀와 나는 두 손을 맞잡은 채 안간힘을 썼다. 역부족이었다. 문은 이미 거울 속에 잠겨서 마치 기다리듯이 저 아래에 놓여 있다.

"아무래도 안 되겠어! 거울 속에 들어가면 손을 밖을 향해 내밀어. 어쩌면 그게 규칙인지 몰라."
뭐라고? 또 들어가란 말이야? 내 목소리도 안 나간단 말이야 밖으로! 움직일 수도 없었어!
"아냐. 이번엔 다를 거야. 지난번하곤 달라. 내가 꺼내줄게!"
아..그리고 잠깐!

어깨까지 잠겼을 때 깜빡 잊고 있었던 생각이 났다. 아..이 건망증!

야! 캐비닛...두...두 번째 서랍 쪽지..

미처 말을 마치지도 못한 채 거울 속으로 온 몸이 잠겨 버렸다. 아 이 빌어먹을 타이밍. 반사적으로 양팔을 버둥거렸다. 그런데....무언가 느낌이...지난번과 다르다. 공포의 기억으로 불러 낸 거울이라면 딱딱한 시멘트처럼 굳어 있어야 할 텐데...아니면 그렇게 변할 징조라도 와야 할 텐데 마냥 평온할 뿐이다. 호들갑을 떨던 팔다리를 가지런히 했다. 밖에서 고개만 빠끔히 내민 그녀의 얼굴이 보였다.

"괜찮아?"

그녀와 나 사이에 잠시 시간이 흘렀다. 난 약간의 기대감과 설렘과 바람을 담아 입을 열었다. 이전의 경우와 다르다면 내 목소리도 분명 들릴 것이다.

들..리냐 내목소리?
"어. 잘 들리네?"
야..일단 캐비닛 두 번째 서랍에 있는 쪽지 가져와 빨리.

그녀가 캐비닛 쪽으로 사라졌다. 거울 속은 고요하고 평온한 우주 같은 자유 유영의 상태가 계속되고 있고, 문은 거울에 빨려 들어갈 때 만해도 육중한 진동과 소음을 뿜어내더니 지금은 내발치 아래 저 밑에서 천천히 떠다니고 있었다. 거울 안은 어디가 바닥인지 알 수도 없을 정도로 깊고 넓었으나 더없이 포근했다. 부디 이 느낌이 계속되기를.

"여기 가져왔어 쪽지. 자 넣는다?"

그녀가 쪽지를 거울 안으로 밀어 넣었다. 쪽지가 하늘거리며 거울 속으로 들어오는 모습이 보인다. 그리고 다음 순간 역시 예상대로 모양이 변했다. 입가에 저절로 미소가 번졌다. 전혀 예상치 못했었는데...이건 내 지난 고통의 대가구만. 어쩌면 일이 쉽게 풀릴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이제 손을 내밀어 잡기만 하면 된다.
그런데....어? 도저히 잡을 수가 없다. 손끝에서 미끄러지는 것이 아니라 손을 뻗으면 아예 같은 극의 자석처럼 멀리 튕겨나 버린다.

'어쩐지 잘 풀리더라. 일단... 나가서 머리를 짜내 보자.'

이번엔 무게 중심을 앞으로 실어 그냥 온몸을 거울 밖으로 내밀어 봤다.  

'역시 자력으로는 나갈 수 없구나. 하긴 그러면 거울이 생기지도 않았겠지.'

야, 손 잡아줘. 나가고 싶어!
"그래. 자 잡아."

그녀가 내미는 손을 움켜잡았다. 그녀의 힘이 내 손에 실리는 순간, 무언가 등 뒤에서 떠미는 것 같은 힘이 더해져서 앞으로 튕겨졌다. 그리고 다른 느낌의 공기가 얼굴에 가득 느껴졌다.

이번 거울은 왜 다를까? 저번에 저 녀석은 끔찍했는데 말이야..

똑!

마치 그건 내 잘못이 아니라는 듯 날카로운 노크소리가 캐비닛 쪽에서 들려왔다.

"아마도 그건... 그땐 방이 찌그러지기 시작했던 게 모든 사물들에게도 영향을 줬던 것 같아."
그럴 수도 있겠네. 근데 오늘은 조용하군.
"아마 그럴 거야."
어..? 니가 그걸 어떻게 알아?
그녀가 주머니에서 무언가를 꺼내서 내 앞으로 내밀었다. 그녀의 주먹 쥔 손이 펴지는 순간 갑자기 굉음이 들렸다. 시계 쪽이었다.

광광광!...

평소보다 몇 배는 더 크게 괘종시계가 울고 있었다.

무슨 일이야 저거? 왜 저래?

하지만 나의 말이 끝나기 전에 무서운 충격이 우릴 향해 돌진해 왔다.

콰아앙!!!

그걸로 끝이었다.
.
.
.
.
.
.
뭐였을까?
"시계야. 시계가 폭발한 거였어."
뭐야? 그럼 시계가 폭탄이었던 거야?
"여태 한 번도 저런 적이 없었는데 왜 그랬을까..."
잠깐...저 시계.. 원래 바늘이 없지 않았어?
"맞아. 없었지. 그런데...얼마 전에 생겨났어...혹시?"
아무래도 시계바늘이 생긴 이후가 문제야.

그녀와 나의 생각이 맞다면 시계바늘이 생겨 난 후 시계는 폭탄이 된 것이 분명했다. 그렇다면 시계바늘은 타이머 역할을 하겠지. 아...제기랄...있는 것도 감당하기 힘든데 뭐가 이렇게 꼬이는 거야.

언제부터 작동한 걸까?

지금 시계바늘은 꼼짝도 하지 않고 있다.

"니가 거울을 불러 낼 때 종소리가 들리지 시작했지? 아마 그때부터가 아닐까?"
좋아. 확인해보자. 잊지 마. 내가 거울을 다시 부를 때 잘 보라구. 바늘이 움직이는지.
"그런데 그게 문제가 아닐 것 같은데? 만약 거울을 불러 낼 때 바늘이 움직이기 시작한다면...그때부터라면 1분 정도였던 것 같은데...멈출 방법 있어?"
........
"거울이 나타난 시점이 타이머가 작동한 시점인지도 확실하지 않고, 타이머를 끌 수 있는 방법도 모르고...그렇다면 1분후엔 무조건 터진다는 건데... 그걸 연습을 하자구?"

죽음과 반복.
이 방에서 연습의 의미는 그것이었다. 갑자기 머리가 지끈거리기 시작했다.

아...미치겠네. 거의 다 왔는데..예상대로만 된다면...그런데 도통 잡을 수가 없으니.
"무슨 말 하는 거야? 아...그리고 그 쪽지.... 왜 달라고 했어? 거울 속에선 왜 그 난리를 친 거야?"
쪽지라니? 그게 쪽지로 보였어?
"그럼 그게 쪽지지 뭐야?"
아..밖에선 그렇게 보이는 구나...그런데 그게 말이야. 거울 속에선...
"....?"
열쇠야. 그게 바로 열쇠였어.

그녀의 눈이 커졌다.

그런데 아무리 잡으려고 해도 안 돼. 미꾸라지처럼 빠져 나가서..도저히 잡을 수가 없어. 잡히면 그걸로 문을 열 수 있을 텐데 말이야.
"만약... 그게 문을 열 열쇠라면 니가 열 수 없을지도 몰라."
어이..참 알 수 없는 말만 하는 친구. 그건 또 무슨 말이야?
"이 방의 주인은 나니까 내가 열어야 하겠지."

잠시 침묵이 흘렀다. 입을 먼저 떼 것은 그녀였다.

"쪽지를 미리 가져와서 기다리고 있다가 거울이 생기고 문이 빨려 들어갈 때 그 쪽지를 들고 들어가서 문을 연다. 그러면 1분으로 충분하지 않을까?"
문을 열었는데...그게 끝이 아니라면..?
"다시 시작이지뭐. 모든 것이 끝났다가."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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