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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흥민은 왜 도르트문트를 만나면 꼭 골을 넣을까?
게시물ID : soccer_91055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사랑꾼되고픈
추천 : 17
조회수 : 1334회
댓글수 : 19개
등록시간 : 2013/12/09 17:11:48
손흥민 선수가 또 골을 기록했습니다. 요즘 헤트트릭에 멀티골에 폼이 많이 좋았는데 홈에서만 넣은 골이라 좀 아쉽긴 했죠. 하지만 이번 경기에서 첫 원정 골을, 그것도 분데스리가 2위인 도르트문트를 상대로 넣음으로써 안방에서만 깡패가 아닌 것을 사람들에게 보여주었습니다. 도르트문트와의 경기에서 매번 골을 기록했기 때문에 이번 골도 뭐 그렇게 와! 손흥민 대단한데~ 이게 아닌 분들도 있을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왜 손흥민은 강팀인 도르트문트와의 경기에서 이렇게 매번 골을 넣을 수 있는 것일까요?

<손흥민 선수는 이번 도르트문트 전에서도 골을 기록하며 도르트문트 킬러임을 다시 한 번 보여주었습니다.>

그 이유를 도르트문트의 전술에서 찾아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손흥민이 골을 넣었는데 왜 도르트문트의 전술을 살펴 봐야하는지 좀 낯서실지도 모르겠습니다. 도르트문트는 위르겐 클롭감독이 부임한 이 후, 선수단의 평균 연령이 대폭 낮아졌습니다. 작년까지 에이스였던 괴체까지 대부분 20대 초중반의 선수들로 구성되어 있었습니다. 이렇게 선수단의 평균 연령대가 낮은 것은 분데스리가 전체적으로 유소년 시스템이 자리 잡으며 좋은 선수들이 쏟아져 나온 탓도 있지만 위르겐 클롭 감독이 주요한 전술로 채택하고 있는 게겐 프레싱을 구사하려면 체력적으로 왕성한 선수들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게겐프레싱이란 우리말로는 역압박이라는 말로 번역 되며, 쉽게 말하면 공격 전개시 공을 빼앗겼을 때 바로 압박에 들어가는 형태입니다. 히딩크 감독이 우리나라에게 전파했던 압박축구는 우리 진영으로 들어온 상대를 2~3인이 달라 붙어 뺏어내는 형태였습니다. 압박 축구는 세계적인 흐름으로 자리 잡았고 거의 프로팀이라면 압박을 구사하였죠. 그러던 것이 과르디올라가 바로셀로나의 감독으로 부임하면서 조금 더 세련된 모습으로 바뀌게 됩니다.(물론 바르샤가 가장 멋진 모습을 보여준 것이지, 게겐 프레싱의 원조는 아닙니다.) 짧은 패스 위주로 공격을 전개해 나가면서 스위칭으로 공격수의 위치를 계속 바꿔주는 바르샤의 축구를 구사하기 위해서는 가장 후방 수비수들까지 앞 하프라인 근처까지 올라오게 됩니다. 수비진의 위치가 전방으로 상당히 많이 올라가게 되는 것이죠. 공격을 하다가 뺏기면 미드필더부터 수비까지 짧은 거리에 있기 때문에 압박의 시작이 전방부터 시작되며 이로써 볼을 탈취하는 시간을 절약하고 다시 공격까지 진행하는데 걸리는 시간을 단축시킬 수가 있습니다.

<아스널 전에서 나온 게겐프레싱의 모습, 뺏앗긴 그 자리부터 압박을 시작 역습에 들어가기에 빠른 시간안에 상대 골문에 도달합니다>

이와 같은 전술은 짧은 패스를 위주로 공격을 전개하는 기술이 좋은 팀에게는 환상적인 결과를 가져다 주었습니다. 상대방에게 공을 뺏기는 시간도 적을 뿐더러 뺏기더라도 금방 다시 주도권을 찾아 올 수 있기 때문이죠. 적당한 비유를 한다면 구석에 몰아 붙여 놓고 계속 때리는 거라 할까요. 과르디올라가 경기당 60~70% 점유율을 가지고 경기를 할 수 있었던 것은 이때문이었습니다.


<바르샤의 푸욜은 전방 압박에 따른 넓은 수비 뒷공간을 커버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대체자로 다비드 루이스가 떠오르고 있습니다>

하지만 수비진의 위치를 전방으로 끌어올리는 것은 그 뒤 공간 또한 넓어진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따라서 좋은 수비형 미드필더가 1차로 상대방의 패스 줄기를 끊어야 하는 것이죠. 그 다음은 중앙수비수가 넓은 공간을 커버해야하고요. 요즘 푸욜의 노쇠화에 따라 그런 커버능력을 점차 상실해가고 있기에 첼시의 다비드 루이스 같이 공격적인 능력도 갖추면서 왕성한 활동력을 가진 수비수를 바르샤에서 원하는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다시 손흥민 이야기로 돌아가서 손흥민이 도르트문트를 만나 골을 넣을 수 있었던 것은 바르샤의 그것과 마찬가지로 수비수를 전방으로 끌어올리는 전술에 영향이 크다고 볼 수 있습니다. 손흥민 선수는 좁은 공간에서 짧게 짧게 방향을 바꿔가며 드리블을 치는 선수의 유형이라고 볼 수는 없습니다. 손날두라고 불리는 것 처럼 넓은 공간에서 빠르게 치고 들어가는 것이 더 어울리는 선수죠. 도르트문트가 수비수를 앞으로 내보낼 때, 손흥민은 그 뒤의 공간을 공략할 수 있기에 이번과 같이 골을 넣을 수 있었던 것이라 볼 수 있습니다.

아쉬운 점은 수비진을 뒤로 완전히 내린 팀의 경우에는 손흥민의 이런 재주를 볼 수 없다는 사실입니다. 손 선수가 분데스리가에서 주가를 높임에 따라 국내 축구팬들도 많은 기대를 했지요. 월드컵 예선에서 화끈한 공격력을 보여줄 것이라고 말입니다. 하지만 아쉽게도 그 성과는 많지 않았는데요. 아시아예선에서 대한민국을 상대한 팀 모두 수비후 역습을 노리는 팀이니만큼 수비진을 내리고 손흥민 선수가 활동할 공간을 주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H조에 포함된 벨기에, 러시아 등은 우리보다 한 수 위의 상대로 평가받는 만큼, 아시아팀들만큼 역습 중심의 전술을 펴지는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그렇게 되면 손흥민의 역습으로 한 방을 날릴 기회도 커질 것이라 예상합니다. 손흥민 선수가 월드컵에서 좋은 모습 보이길 응원하면서 이 글 마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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