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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 변하지 않는 것
게시물ID : panic_91080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Y-
추천 : 6
조회수 : 1107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6/10/09 01: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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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작글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되었나.

나는 주섬주섬 준비하기 시작했다.

준비물은 1000원 짜리 지폐 한 장.

문을 열고 걸었다.



하늘은 아름답게, 붉게 타오르고 있었다.



분명 그 날도 이랬다.

어머니와 함께 떠났던 여행에서.

참, 즐거웠다.


아무것도 없었던 나였지만.

아무것도 없었던 어머니였지만.


그 날.


모든 것을 잃어버린 그 날.

마지막 있을 장소마저 잃어버렸던 그 날.

우린 여행을 떠났다.



어느새 꽃밭이 보인다.

그때와 같은 아름다운 튤립은 변함 없었다.

붉게.

아름답게 타오르는 그 모습은 변함 없었다.


다만 나는 웃지 않고 있다.

다만 살짝 입술만 올려보고 마는 것이다.


그게 지금의 나였다.


누군가의 따뜻한 손을 그리워 하는 것인지.

누군가의 따뜻한 웃음을 그리워 하는 것인지.


나는 알 수 없었다.


다만 무언가가 없을 뿐이다.

무언가를 찾고 있을 뿐이다.



정처 없이 걷다 보니 공원이 나왔다.

아름답게 치솟는 분수는 다름없이 아름다웠다.


투명한, 반짝이는 물방울이 이리저리 튀고

아이들은 물줄기를 빙글빙글 돌고 있었다.


물줄기로 손을 뻗어보았다.

이제 더 이상 물줄기는 내 머리를 넘지 못한다.


그 가련한 물줄기를 바라보며

그 우렁찼던 물줄기를 기억해본다.


물의 세계 같았던,

물이 뒤덮은 내 모습을 바라보곤

웃어줄 사람이 없다는 것을.

그 모습을 따뜻하게 끌어 안아줄 사람이 없다는 것을.


그 것을 알기에

나는 뻗었던 손을 다시 거두고 만다.


그 손에 남은 물방울 같은 추억만이


그 추억만이 날 바라보고 있었다.



그리고 사람도 없는 조용한 마을의

작은 노점에 갔다.


천 원을 내고

호떡 하나를 받는다.


후후 불어 한 움큼 물어보니

뜨겁게 올라왔다.


그 날 같이 그 뜨거운 호떡은 변하지 않았다.

맛도 변하지 않았다.

단맛이 입 안을 감돈다.


그 때와 다를 것 없이.


다만 나는 이 뜨거움에 무뎌졌다.

그때와는 달리 쉽게 먹을 수 있게 되었다.



그제서야 나는 깨달았다.


시간은 멈춰있는데.

아직 그 곳에 있는데.


나만.


오로지 나 하나만이

이물질 같이.

가짜 같이.

변해버렸다.


그 멈춘 시간 속에서.

변하지 않은 시간 속에서.


오직 나만이.


다만 한 가지 아는 것은.

그 시간 속의 나도 이제 이 가게를 나서는 순간

찾아다니게 될 것이다.


그 웃음을.


떠나버린.

노점 바로 앞 시설에서 손을 놓아버린.



그 웃음을.



호떡을 다 먹고 노점에서 나왔다.

하늘은 어느새 짙은 푸른색이 어슴푸레하게 깔려있었다.


오직 밝은 달 하나만이 떠있었다.

이젠 없는 누군가가 그 곳에 있었다.


어머니가.

그곳에 있었다.



역시.

나도 변하지 않은 부분은 있었다.


뜨거움이 올라왔다.

역시 호떡이 뜨거웠나.


다만 뜨거움은 입을 지나쳐

한 방울 한 방울 흘러내렸다.



그 때와 다를 것 없이.

그 때를 잊지 않으려 걸은 이 시간에도.


나는 결국 마지막엔

뜨거움을 참지 못했다.



뜨거운 호떡에 입 천장을 데어버려

따뜻한 품 안에서 따뜻한 미소와 함께 있었던 그 때도.



이미 사라지고 만 그 웃음을 떠올리며

그 따뜻한 웃음을 잊지 않기 위해 닿을 리 없는 시간에 다시 손을 뻗은 오늘도.




아마

그 웃음을 잊어버린 언젠가 에도.




나는 변하지 않는 것이다.
 
그 뜨거움을 참을 수 없다는 것은.
 
 

흘러 넘친 그 뜨거움이

볼에 반짝이는 별을 수놓는 것은.




결코 변하지 않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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