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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할 몸뚱이 같으니;
게시물ID : gomin_1256344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김모양
추천 : 1
조회수 : 355회
댓글수 : 3개
등록시간 : 2014/11/11 08:08:02
먹여살려야 할 생명이 둘 딸린 (비만냥/7세/무직, 소심냥/4세/무직) 혼자 사는 자취녀에요.

나인 투 파이브, 주 5일제의 평범한 여사원과, 학기마다 다섯과목을 듣는 평범한 여대생이라기엔 나이가 좀 많지만; 을 겸업하고 있어요.

 중 세 과목은 지금 조별과제 중이에요.

...나이가 많아서 제가 조장이에요. 

......이번 주 금요일에 발표에요.

지난 주에 사촌 결혼식과 할아버지 입원이 겹치는 바람에 상사의 심기가 불편하고, 저는 더 불편해요.

근데 감기에 걸렸어요. 뇌가 콧물에 반쯤 잠겼고, 목이 부었어요. 네년의 튼실한 몸뚱어리가 안 보이냐며 음식물 넘기기를 거부해요. 어리고 놀 일 많은 후배들한테 발표 연습좀 작작 좀 시키라며 성대도 막았어요. ㅅㅂ 이런 상황 안 오게 할려고 각종 영양제며 비타민을 알파벳 노래 불러가며 다 처먹었는데 효과가 없네요.

거기에 맞춰 대자연님도 네게 줄 선물이 있다며 아랫배를 힘차게 두드리시네요. 아기도 안 들어섰는데 무슨 인테리어를 이리 해놨냐며 자궁 안도 박박 긁어주세요. 내가 왔는데 허리도 안 굽히냐면서 척추쪽도 퍽퍽 찔러주세요. 시발, 그따위 선물 안 받아요. 잡상인 사절이라고 몸에 적어 놓으면 다음달은 안 오실까요. 어차피 오유인인데, 안 그래도 이 지구는 인구 과잉인데, 이 눈치없는 몸뚱이는 꼭 애 가질 준비를 해놔야 하는 걸까요.

이불 빨래를 하는 손이 덜덜 떨리네요. 간신히 새 이불 깔고 누웠는데 망할 똥고양이 시키들이 밥 달래요. 물 달래요. 화장실 치우래요. 그것도 보자라 집사의 배가 참 푹신한데 거기서 잠을 자야겠다며 기어올라요. 몸무게가 10 키로 넘어요. 두 마리 하면 15키로가 넘어요. 다른 댁 반려 동물들은 주인이 아프면 얌전해지고 위로해준다는데 이 캣시키들은 나이도 먹을만큼 먹었으면서 우다다에 여념이 없네요.

버틸만큼 버티다 직장에 전화를 걸었어요. 이불 빨래할 때보다 손가락이 더 떨리네요. 목소리는 담담하시지만 수화기 너머의 매니저님이 어떤 표정을 짓고 계실지 짐작이 가서 이불자락으로 매니저님의 바짓 가랑이를 붙잡는 연습을 해봐요. '제발, 제겐 먹여살려야 할 4세, 7세의 어린 새싹들이!'를 외치는게 나을까요 아님 제 성씨가 김해 김씨란 걸 이용해 '매니저, 당신이 왕족의 피를 이어받은 날 이리 대하고도 무사할 것 같아?' 라고 허세를 부리는게 나을까요. 저금 액수와 학위 딸 때까지 드는 학비와 생활비를 비교해보니, 이런, 악력을 길러야 겠네요.

조원들에게도 오늘 참석 못한다 메세지를 돌리고, 발표 리허설에 참고하라고 내 분량을 전송해요. 돌아오는 답변들이 다 오늘 미팅에선 뭐해야 되냐고 묻네요. 저번 미팅 때도, 저저번 미팅 때도 들었던 질문인데 또 들으니까 뇌에 콧물 대신 피가 몰리는 기분이에요. 뭐라고 쏘아붙이고 싶은데 기운이 없어요. 괜찮아요. 안선생님도 포기하면 편하댔어요. 그냥 과제 대신 시험 공부를 열심히 하죠 뭐. 껄껄껄.

생리랑 감기가 겹치니까 자아가 둘로 분열되네요. 식욕은 폭팔하는데, 입맛이 없어요. 주위 사람들이 어찌 됐든 집에 뒹굴거릴 구실이 생겼으니 다 무시하고 푹 쉬었으면 싶은데 괜히 날이 서서 오만 가지가 다 거슬려요. 누가 나 좀 돌봐줬음 싶은데, 막상 누가 찾아오면 소금 뿌리면서 쫓아낼 것 같아요. 프로이드가 말한 이드와 에고의 충돌이 이런 걸까요.


제일 무서운 건, 해야할 연락을 다 마치고 본격적으로 방바닥을 끅끅 긁으면서 앓다가 깨달은 건데, 집에 생리대가 다 떨어졌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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