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적, 할아버지와 둘이서 산에서 캠핑했다.
숯구이였던 할아버지 오두막에 놀러 갔었던 것이다.
저녁 식사를 마치고, 정리를 끝낸 다음 오두막으로 들어가려는데 할아버지가 새파란 얼굴을 하고 밖으로 나왔다.
그리고는 천천히 손에 들고 있던 숯을 던졌다.
나를 향해.
아직 뜨거운 숯은 깜짝 놀라 굳어 있는 내 머리 위를 스쳐 지나갔다.
둔한 충돌음과 함께 작은 비명이 울려 퍼진다.
갑자기 뒤에서 바람이 일어난다.
비명은 분명히 사람 목소리였다.
그것도 젊은 여자 목소리.
놀라 뒤를 돌아봤지만, 부스럭부스럭하고 무언가 움직이는 소리만 들릴 뿐이었다.
어둠 속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할아버지는 마음이 놓인 듯했다.
나는 곧바로 오두막으로 끌려와 잠을 청해야 했다.
무슨 질문을 해도 할아버지는 입을 꽉 다물고 대답해주지 않았다.
그 후 할아버지는 나를 산으로 부르지 않았다.
나 역시 산에 오르는 것은 될 수 있는 대로 피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