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나는 멋진 문장을 만드려는 욕심에 자꾸 글을 어그러뜨리고 있다. 멋진 문장을 만드려는 욕심이 문장만 멋들어진, 글이 아닌 글을 만들어낸다. 내가 썼는데도 내가 무슨 말인지 이해하기 힘든 그런 글들이다. 이럴 때마다 좋은 문장이 좋은 글을 만드는 것은 아니라는 말을 다시 한 번 실감하게 된다.
< 울 준비는 되어 있다 > 에쿠니 가오리의 단편 소설 모음이다. 이 소설에 대한 멋진 리뷰를 써보려고 애를 쓰면서 수 차례 긴 글을 적고 지우기를 반복했다. 하지만 언제나 결과물은 기괴한 글 뿐. 그래서 이번에 리뷰(?)는 좀 단순하게 가보려고 한다. 어쩌면 나에 대한 새로운 시도 인지도 모르겠다. 단편모음집인 이 책을 읽고 정리 하면서 적은 단어와 한 줄 문장을 적어 두려고 한다. 그저 내 생각의 나열이기에 나에게 좀 더 솔직한 리뷰가 될지도 모르겠다.
전진, 또는 전진이라 여겨지는 것 : 중년의 위험, 아만다를 보며 부러워함. 이유는 사랑에 대한 자유분방함.
뒤죽박죽 비스킷 : 풋사랑, 정체를 알 수 없던 감정, 정의내릴 수 없는 오묘함.
열대야 : 레즈비언, 불안정한 사랑. 서로가 서로를 엮을 수 없는 현실.
담배 나누어 주는 여자 : 재혼 커플, 무덤덤해진 성적 감정, 남편들의 시선 변화, 담배 홍보 여인들.
골 : 체면치레, 불장난(?)
생쥐 마누라 : 행복하다는 자기암시, 술, 일탈에 대한 욕구(성실한 엄마, 아내)
요이치도 왔으면 좋았을 걸 : 무덤덤한 고부, 무덤덤해진 인생, 귀찮은 시어머니.
주택가 : 한 공간에 있는 사람들, 마리코(진짜 주인공), 조심스러운 집착.
그 어느 곳도 아닌 장소 : 여행지 이야기, 화려하게 꾸미는 사람들, 자신을 꾸미지 않아 눈에 띄지 않는 남자.
손 : 항상 자신을 지켜봐주는 다케루, 명확하게 선을 긋지 못하는 사람, 외로움.
울 준비는 되어 있다 : 자유로운 타카시, 자유로운 도시 노포크, 자유로움이 만든 헤어짐 이유, 자유로움이 만들어 준 다카시의 매력.
잃다 : 유쾌하지 않은 상황의 표현 우하하로구나, 유일한 사람이지 않길 바라면서 유일한 사람이길 바람.
이 단편의 주인공들은 주로 30대에서 40대 초반으로 추정되는 여성들이다. 대부분 에쿠니 가오리의 소설들이 그렇듯이 이 주인공인 여성들은 성적으로 매력적이고, 주변에서 볼 때 성공한(?) 삶을 살아 온 것처럼 보이며, 굉장히 도회적인 분위기를 풍긴다. 물론 이건 내가 에쿠니 가오리의 소설들을 보면서 느낀 공통점이긴 하지만...
딱히 어떤 메시지를 전해야 겠다는 작가의 의지는 느껴지지 않는 소설이다. 다만 나름 해석을 하자면, 해석할 꺼리가 많은 소설임에는 틀림 없다고 본다. 그래서 누군가에게는 그냥 별거 아닌 소설일 수도 있고, 누군가에게는 굉장히 좋은 소설일 수도 있으며, 누군가에게는 어렵기만 한 소설이 될 수도 있다. 그건 현재 내가 어떤 것에 관심이 있고, 어떤 것을 중요시 하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문제라고 본다.
누군가에게 책을 추천하라고 한다면, 나는 이 책을 추천하고 싶지는 않다. 대중적으로 매력적인 책이 아니기 때문이다. 만약 에쿠니 가오리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나쁘지 않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다소 꺼림찍한 소설일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간단히 말해 취향을 많이 탄다. ㅡ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