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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게시물ID : readers_17130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윳콩
추천 : 0
조회수 : 244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4/11/12 00:3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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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낮게 깔린 별들 사이로 하이얀 입김을 내뱉으며 한 걸음 한 걸음 나아간다. 두 손에 들고있는 상자는 한없이 무겁기만 하다. 지금까지 익숙하던 풍경 속을 바라보니 문득 이런 생각이 든다. 이 상자 안에는 나의 3년-아니 어쩌면 12년-의 시간이 들어있구나 라고. 그렇게 생각하니 이 상자가 그리 무겁지만은 않다. 아니, 오히려 너무 가벼운 것 같아 아쉽다.
  지친 소리를 내며 앉아있는 버스에 오른다. 친구-J-와 미소를 머금은 한숨-우리끼리의 인사-을 주고 받는다. 상자는 의자밑에 쑤셔넣고 그 위에 주저앉아 눈을 감는다. 방금과는 다른 짙은 한숨을 내뱉는다.
 내가 오늘 무얼 하였지. 곰곰이 생각해 보았지만 별다른 일은 없었다. 아, 그래 오늘은 11월 11일, 빼빼로 데이였다. 흔히 상술이라고들 하지만 뭐 어떠랴 상대가 기뻐하면 그만 아닌가.그래서선생님들께 드린 것이고, 나도 몇개 받았으니 오히려 이득일 수도 있겠다.
 "난 빼빼로 안주냐?"
 초콜릿을 그렇게 얻어먹은 놈이 빼빼로를 달라고 조른다. 그냥 미소를 지으며 중지를 치켜세운다. J 역시 치켜세운다. 마치 거울을 보는 것같다. 친구는 친구다.
 어찌되었든 난 다시 하루를 돌아본다. 하루를 돌아보는 것은 꼭 흐드러지게 피어있는 유리 파편들을 들여다 보는 것 같다. 각자 다른 것같지만 결국에는 모두 하나다. 특별한 일은 없었다.
 아니, 없었나. 생각해보면 오늘 내가 한 모든 일이 특별했다. 나는 오늘 마지막 급식을 먹었고, 마지막으로 오후 시간을 고등학교에서 보냈으며, 그래, 내가 저녁 시간에 한 양치질 역시 학교에서의 마지막이었다. 파편들을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본다. 생각해보니 모든 것이 마지막이었다. 심지어 이 버스에 앉사 하루를 되돌아보는 것도, 마지막이다.
 갑자기 마음이 쓰다. 나는 분명 이틀 뒤-사실 이틀도 아니지만-, 어쩌면 내 인생을 판가름할 시험이 코앞에 있다. 하지만 그것보다도 나의 3년, 나의 12년, 아니 나의 모든 것이 마지막이란 것이 나를 더욱 떨리게 한다. 불확실하다. 그래, 모든 것이 불확실하다. 그렇기에 이렇게 떨리는 것이다.
 눈앞에 흐드러진 이 파편들을 꺽는다. 정신을 차리자 나는 버스에서 내리고 있었다. 내 두 손의 상자가 다시 한없이 무거워진다. 차디찬 바람이 분다. 바람에 떨리는 나뭇가지 너머로 무거운 달이 바들바들 떨고있다.
 "불확실-."
 작게 중얼거리며, 느껴지는 한기에 앞서 걸어가는 J의 뒤에 따라붙는다. 시야 밖으로, 바들바들 떠는 달과 그녀를 감싸는 낮은 별들이 보인다. 상자를 든, 감싸줄 이 하나없는 내 두 손도 떨고있다.
 모든 것이, 불확실하다.



그냥..오늘 마지막 야자가 끝나고 정말 말 그대로 만감이 교차하네요. 그래서 그냥 일기 쓰듯이끄적여봅니다.
수험생들 화이팅! 
(모바일은 힘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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