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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남자의 대화
게시물ID : readers_17133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명확한정성
추천 : 2
조회수 : 235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4/11/12 01:09:52

난 사실 어떤 여자의 목을 조른 적이 있어요.

왜죠?

글쎄요... 그 여자가 그 순간 입에서 쏟아내는 말줄기를 꽉 막아버리고 싶었달까요.

대체 무슨 말을 했길래 그걸 막으려 목까지 조릅니까? 당신에 대한 모욕이었나요?

아니요, 모욕은 아니었어요. 반대로 저를 아주 사랑해주는, 그런 종류의 말이었죠.

정확히 무슨 말인지 궁금합니다.

글쎄요.

답을 피하시는군요.

별로 다시 떠올리고 싶지 않아서요.

사랑스러운 말이라고 하지 않으셨습니까? .... 알겠습니다. 그럼 다른 질문으로 가보죠. 그 여자는 누굽니까?

제 전 여자친구입니다.

세상에, 여자친구의 목을 졸랐다니. 당연히 헤어졌겠군요?

그렇습니다. 아주 깔끔해게 헤어졌죠. 그런데 저희가 대체 무슨 대화를 나누고 있는 거죠? 무의미하다고밖엔 생각이 나질 않는데요.

이것은 아주 중요한 대화입니다. 그렇게 생각하실 필요 없습니다.

대체 여기에 무슨 의미가 있죠?

이것은 당신과 저의 대화이기 때문입니다.

당신과 제가 무슨 관계인데요? 왜 제게 대뜸 관여하시는 거죠?

저는 당신이니까요.

세상에.

정말입니다. 저는 당신입니다.

미친 놈이시군요.

믿지 못하시는군요.

한대 때려도 될까요?

왜 때리시려는 거죠?

때려야 꺼지실 것 같아서요.

소용 없습니다. 저는 당신이기 때문에 당신이 때린다거나 해서



가보겠습니다. 그만 때리세요. 가겠다니까요. 아. 진짜. 가겠습니다. 죄송합니다.

나라면서, 왜 나한테 줘터지나요?

거짓말이었습니다. 그만 때려주세요.

당신은 끔찍하게 멍청하신 것 같네요. 그 말만 안했더라면 좀 덜 맞았을텐데.

왜죠? 아. 왜 더 때리는 겁니까. 왜 때려요. 아. 왜. 

거짓말이라고 고백을 해버리니 때리는 겁니다. 더이상의 여지가 없지 않나요?

때리니까 거짓말이라고 거짓 진술 한 거죠. 시발. 그래요, 거짓말이란 말이 거짓이었습니다 사실. 때리니까 거짓말했어요.

세상에...

오, 드디어 때리길 멈추셨군요.

세상에..

대체 뭐에 그렇게 놀라고 계신 겁니까?

당신의 멍청함에 놀라고 있습니다. 거짓말이라 고백했기에 때렸는데 그게 거짓말이라고 또 고백하다니.

아. 아. 젠장. 아ㅏ.

솔직히 말씀해주세요. 당신 병신이죠?

예. 아. 왜때립니까.

병신이라 인정하니까 더 병신 같아서 때립니다.

걱정마시죠, 내가 병신이라는 건 당신도 병신이라는 거니까.

하...

오, 드디어 때리길 멈추셨군요. 역시 제 말빨은 알아줘야 합니다.

그게 아니라, 때릴 의미조차도 없어서 그만둔거예요.

당신은 왜 자꾸만 의미를 찾으시죠?

왜 의미를 찾냐뇨? 의미를 찾지 않으면서 살 수도 있나요?

물론입니다. 당신은 니달리 핵창으로 바론 스틸을 하면서 인생의 의미를 찾으시나요?

아뇨 아뇨 그런 것은 아닌데요, 일단 대화란 것엔 의미가 있어야지 않나요?

의미가 없어도, 상호간의 어떤 감정적 교류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대화란 의미를 갖습니다.

여기에 감정적 교류가 있나요? 아. 있네요.

물론이죠.

그렇게 자꾸 때리는 행동은 우리 사이에 어떤 감정을 교류시키는지 아십니까?

글쎄요.

분노 라는 감정입니다.

난 딱히 당신에게 분노하지 않는데요. 당신이 내게 분노하는 거죠.

그치만 내가 말했듯이 당신은 나고, 나는 당신입니다. 결국은 당신이 분노하는 거죠.

죄송합니다. 다섯대만 때릴게요.

왜 때리시는 거죠?

짜증이 나서 때렸습니다. 아 진짜 아무 의미도 없고 우리가 왜 여기에 있는지도 모르겠어요.

진짜 모르시겠습니까?

네. 말해주실 수 있나요?

정말 모르시겠습니까??

네네. 말해주세요.

하... 정녕 모르시겠습니까??

결코 모르겠어요!

참말로 모르시겠습니까???

절대로 모르겠어요.

리얼리 참트루 모르시겠습니까?????????

두대 맞으실래요?

죄송합니다. 아무튼, 말씀드리겠습니다. 우리의 대화의 의미를...

좋아요.. 대체 뭐죠..?

하지만 그전에, 약조해주실 것이 있습니다.

뭐죠?

저를 때리지 않기로.

음... 어려울 것 같은데요.

당신은 정말 폭력적인 사람인 것 같습니다. 아. 아. 왜 때립니까. 때린 데 또 때리면 엄청 아픕니다.

나중에 못 때릴 거 지금 때려두는 거예요.

오오. 약조해주시는군요.

물론이죠.

아. 아.

끝났습니다.

감사합니다.

자, 이제 말씀해주시죠. 우리의 만남의 의미를, 우리의 이 버러지같은 대화의 의미를.

좋아요. 말씀드리죠. 우리는 지금 사실, 인간이 아닙니다.

뭐라구요?

사실은, 우리는 지금 누군가가 치고 있는 키보드 타자에 의해서 형성된, 가상의 캐릭터들이에요.

...

그렇게 때리셔도 아무 소용 없습니다. 저는 어차피 가상의 캐릭터일 뿐이니까요. 사실 하나도 아프지도 않습니다. 그렇게 더 세게 때리셔봤자. 소용 없다니까요. 아. 아. 진짜래니깐. 아. 제가 놀아드리니까 좋습니까?

닥치고 더 말해보세요.

음. 그러니까 말입니다, 사실 내가 알기론 지금 키보드를 두드리는 인간이 멘붕상태예요. 그래서 지금 뭘 해야할지 몰라 이렇게 마구 키보드를 두드리는 것이죠.

그러니까... 우리의 대화의 의미는,, 작가의 감정 배설로써의 가치가 있다?

그렇습니다!!

그러니까 우리의 대화의 주고받는 사이에는 아무 의미도 없는 거네요?

바로 그거죠!! 일취월장하시네요!!! 아!!! 왜 때립니까1!

멘붕상태라서 때려요.

세상에. 꽤 아프군요. 아!! 왜 때립니까 또!!

멘붕상태라니깐.

이럴수가... 별 수 없군요.. 저도 지금까진 가만히 있었지만... 자꾸 그렇게 때리시니.....! 저도 멘붕이 올 것만 같군요......!!!!!!

진심이에요?

아닙니다.

좋아요.

예.

그럼 우리 대화 이쯤에서 마치도록 할까요? 작가의 감정도 어느정도 풀린 것 같은데.

예.. 그럼 이만 가보겠습니다. 제가 여기와서 맞기만 하고 제가 왜 태어난건지 모르겠네요.

아.  잠깐만요!

흥! 왜 부르시는 거죠? 실컷 때려놓고! 흥 저는 제 갈길 가겠습니다!

진심이에요?
예! 진짜 진심입니다! 이제 때리든 말든 상관 없습니다! 씨부렁! 작가 개새끼! 왜 자꾸 날 맞게 하는 거야! 난 이제 줘 터져 뒈져도 상관 없어요! 제기랄!!

내가 당신을 때렸던 것에 대한 의미를 찾은 것 같은데도?

예?

이리 와봐요. 좋아요. 내가 얘기해줄게요. 내가 당신을 때린 것의 의미를.

말해주세요...!

좋아요. 하지만 그 전에 약조를 하나 해주세요.

.... 뭐죠..!

세 대만 맞으세요.

젠장... 패보라지. 아! 아! 아! 하...

좋아요, 이제 말해주죠. 너무 기운 빠져있지 말고 들으세요. 자. 사실은 말이죠, 아까 당신이 우리가 지금 작가가 두들기는 키보드에 의해 형성되는, 그러니까 우리는 작가의 감정의 배설물일 뿐이라는 말을 했죠?

예.

바로 그게 힌트입니다.

예?

그렇습니다. 작가는 지금 누구라도 때리고 싶었던 겁니다. 그래서 두 명의 대화를 시켜놓곤, 한 명은 폭력적인 성격으로, 한 명은 병신 같은 성격으로 설정을 했던 것입니다..! 어떻습니까......!! ...... 아! ....지금 날 때린거예요???

그렇습니다. 좀만 더 맞으시죠.

아! 아! 세상에, 당신이 날 때리다니! 왜 때리는 거지? 왜죠?

저도 멘붕이기 때문입니다. 세 대만 더 맞으시길 바랍니다! 크하하하하ㅏ!!!



죄송합니다. 갑자기 끓어오른 흥분을 주체할 수가 없었습니다.

괜찮아요, 내가 맞은 건 총 세 대뿐이니까.

.. 한가지 궁금한 점이 있습니다.

뭐죠?

왜 제가 그렇게 깝쳤는데도, 제 목을 조르시질 않았죠? 당신 성격이라면, 전과라면, 춫분히 가능했을 것 같은데.

왜냐구요?

그렇습니다. 왜죠?

왜때문이라고 생각하시죠?

...... 글쎄요.

왜냐면 난 당신과 대화를 이어나가고 싶었기 때문이에요.

...네?

당신과 대화를 끊고 싶지 않았다구요. 짜증이 나긴 했지만, 나도 꽤 오랜만에 하는 대화라서

당신 취향이 꽤 변태적이군요??? 아! 아!

당신은 멈출 때를 잘 모르는 것 같군요.

그럴리가 없습니다. 저는 법정스님의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을 아주 주의깊게 읽었는데요. ... 아! 아!

도저히 멈추질 못하는군요. 그치만 꽤 재미있었다고 생각해요.

아! 아! 저는 재미 없었습니다! 제기랄 작가 개샊;ㅣ!!!

제가 재밌으면 됐죠. 자 이쯤에서 우리 이 무의미한 대화를 끝냅시다.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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