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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발 거버넌스?
게시물ID : sisa_79075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물뚝심송
추천 : 4/2
조회수 : 1023회
댓글수 : 16개
등록시간 : 2010/02/22 18:46:05
정치사회적인 얘기를 사람들과 나누다 보면, 가끔씩 새로운 어휘들이 유행이 되는 적이 있다는 것을 느끼게 됩니다. 그런 어휘들은 대부분, 아니 전부 외래어입니다. 아무래도 서구의 사회학이나 정치학이 우리보다 빠르게 발전하고 있으니 그럴만도 하지요. 

한때, 나는 파리의 택시운전수라면서 "똘레랑스"를 우리나라에 소개한 홍세화씨 덕분에 이곳 저곳에서 똘레랑스 얘기가 한참 나왔었습니다. 다양성에 대한 관용 정도로 해석이 되겠지만, 원래부터 있던 관용이라는 어휘가 가진 뜻과는 묘하게 다른 구석이 있는 똘레랑스가 그 반대말인 엥똘레랑스와 함께 꽤나 유행되었던 기억이 납니다. 요즘엔 또 금방 시들해졌죠. 

요즘 눈에 띄는 어휘는 "거버넌스(governance)"입니다. 거번먼트하면 정부가 되는데, 거버넌스는 또 뭔소린지..

바로 아래에 보면 이동관 홍보수석이 글로벌 거버넌스를 언급하면서 대통령 칭찬을 해보려고 노력한다는 기사가 올라왔군요. 

뜻부터 얘기하자면, 거버넌스는 정치계, 경제계, 시민사회 3자가 서로 의사소통하면서 합의하에 결정을 내리는 체제, 혹은 그 결정방식을 얘기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흔히, 정부-기업-시민사회의 삼자협치로도 해석을 하기도 합니다. 

이것은 정치학적으로 매우 쉽지 않은 개념입니다. 자본주의 사회가 번성하면서 시장의 논리로 모든 것이 해결될 것이라 기대했으나 시장의 실패가 있었고, 그것을 정부가 주도하는 형태로 수정하자는 케인즈 학파가 등장했으나 정부의 관리 역시 만만치 않았다는 것입니다. 결국 국가실패, 시장실패에 이은 제3의 대안으로 정부-시장-시민사회의 3자구도로 결정을 해야 된다는 얘기가 나오게 된 것입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는 신자유주의가 전세계를 지배하면서 국가나 정부보다 오히려 자본의 힘이 더 세어지고, 이에 따라 시민사회의 힘이 축소되는 경향이 나타났습니다. 글로벌 거버넌스에서도 결국 강대국들과 다국적기업들의 이해관계에 따라 모든 것이 결정되는 상황이 벌어지고 시민사회의 목소리는 실종되고 말았습니다. 

국내에서도 보다 진보된 정치형태에 대한 논의의 과정에서 90년대 중반이후로 거버넌스에 대한 개념이 논의되기 시작했고, 어떤 학자들은 참여정부의 참여정치를 시민사회가 국가 정책 결정에 참여할 수 있는 방안을 현실적으로 제시한 거버넌스의 한 형태라고 생각을 하기도 했었죠. 

어려운 얘기들은 다 빼더라도, 거버넌스의 핵심 개념은 어떤 정책을 결정함에 있어서 그 정책으로 인해 영향을 받게될 실제 당사자들, 즉 다수의 시민들이 그 정책의 결정과정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는 자유로운 의사 소통과 토론의 문화가 필수적으로 필요해지는 상황이며, 국가나 기업들은 국민이나 소비자들의 의견에 보다 더 신경을 써야 한다는, 어찌 보면 굉장히 좋은 개념입니다. 

물론 현실적으로는 쉽지 않습니다. 대의정치에 원칙에 따라 국회의원을 선출해 놓고, 신경 꺼버리는 것이 옳다는 식의 주장이 널리 퍼져있는 상황에서 매 정책별로 시민사회의 참여를 이끌어 낸다는 것은 정책 입안자의 입장에서도 힘든 일이지만, 시민들의 입장에서도 힘들게 됩니다. 

그러나 그런 식으로 의사결정이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 결국 누군가 소수의 이득집단이 생기고, 다수는 피해를 보게 된다는 경험의 산물로 거버넌스가 제기되는 측면도 있다는 것입니다. 

길게 썼지만, 짧게 줄여보자면.. 

거버넌스는 적극적인 의사소통을 기반으로 다수의 의견을 수렴하여 결정을 내리는 방식을 말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거의 대부분의 지식인,전문가들이 소통의 부재를 가장 큰 문제로 꼽고 있는 이명박 정부가 자신들이 G20을 통해 글로벌 거버넌스에 기여했다고 주장하는 것은, 그야말로 언어도단입니다. 

아무리 좋은 단어는 다 가져다 붙이는 게 일상화된 정치계지만, (녹색성장, 4대강은 환경사업, 서민을 위한 감세정책, 등등) 이런 식으로 전혀 어울리지도 않는 단어를 가져다 붙이는 것은 좀 허탈한 일입니다. 

뭐 이명박이라면 별로 놀랍지도 않은 일이기도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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