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에서 내놓은 이 개정안의 배경에는 사교육비 - 과외비를 줄이고, 보다 학교 공부에 치중하도록 하자는 의미라고 합니다.
하지만 이 개정안은 일류대학 중심의 사회 분위기와 지방 고등학교 간의 수준 차이를 고려하지 못한 또 하나의 탁상행정으로서 입시생들을 혼란케 하는 개악이 될 것입니다.
일류대학을 중시하는 사회 분위기의 경우, 이것은 교육부가 독립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일본, 중국, 러시아 멀리는 미국까지 초강대국들과 근거리에 위치해 있는 우리나라의 지정학적 위치로 볼 때, 이러한 사회 분위기는 오히려 자연스러운 것이며 이러한 사회 분위기가 없었다면 우리는 이미 열강들의 틈바구니 속에서 살아남을 수 없을런지도 모릅니다. 물론 이러한 사회적, 문화적 분위기 속에서 파생되는 또다른 약점이 있을 수도 있으나 이는 교육부가 단독적으로 판단하여 백년지대계를 세울 것이 아니라 정부의 다른 주요 부무처와 함께 의논해서 결정하여야 할 것입니다.
이번 개정안에 심각하게 문제가 되는 것은 지방 고등학교간의 수준 차이입니다. 대입 전형시에 각군 학교에서의 단독적인 석차만을 기준으로 삼을 경우 현재 우리나라 비평준화 고등학교- 특목고 간의 심각한 불평등을 우려할 위험이 있습니다. 일례로 각 도에서 편성된 특목고-과학고 등에 진학한 학생들은 각 지역에서 과학이나 이학에 우수한 인재들을 선발해 온 것인데, 이를 일반 평준화 고등학교와 같은 수준으로 취급하도록 교육부에서 강제한다면 이는 교육부가 과거 특목고를 설립한 의도를 상실하고 스스로 무덤을 파고 들어가는 형국과 비슷할 것입니다. 아직 우리나라는 평준화 고교보다 비평준화 고교 지역이 훨씬 많으며, 고등학교간의 평준화를 이룩하지 못하고 대입전형에서 모든 고등학교를 일률적으로 바라본다면, 이는 또다른 교육-사회 문제를 일으킬 것이 자명합니다.
내신 중심에서 또 하나 문제가 되는 것은, 수능을 위한 3년에서 내신을 위한 3년으로 이름만 바뀔 우려가 있다는 점입니다. 내신을 아시다시피 각 학년-학기별 중간-기말 고사를 총합하여 정해지며, 이 점수가 입시에서 중요시 될 경우 이제 입시생들은 학교에 입학하기가 바쁘게 내신 점수를 따내느라 바쁠 것입니다. 이 때문에 새로운 과외, 학원 열풍이 생길 수 있으며 또한 일반적으로 고 3 때 집중되는 사교육비가 3년간 지출되어야 할지도 모릅니다. 이는 더 큰 사교육비 부담의 증가를 가져올 것이며, 향후 새로운 개정안을 도입해야되는 부담감을 지니게 될 것입니다.
지난 십여년간 대입제도는 사회의 분위기와 요구에 맞춰 너무나 자주 바뀌어 왔습니다. 본고사 제도가 들어선 지 얼마되지 않아 수능 제도로 바뀌었고, 수능 제도가 시행된 지 얼마나 됬다고 또다시 내신 중심으로 바뀐다면, 백년지대계는 무너지고 사회에는 혼란감이 그윽할 것이며 장차 이 나라의 초석을 이룰 인재들을 양성하는 데 어려움을 겪게 될지도 모릅니다. 교육부가 100년을 내다보지 못하고, 인기영합식으로 법을 개정한다면 그로 인해 입을 피해는 머지않아 국민과 국가 전체가 입을 것이며, 이는 우리나라 교육부의 큰 과오로 남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