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 녀석 기억하시나요?
http://todayhumor.com/?animal_92357
(작성자는 제 동생...)
저때 이후로도 쭉 우리 아파트 주차장에서
힌둥이랑 같이 살아오던
추가로 질투쟁이 노랭이랑 같이 살아오던 검냥이가
그저께 죽었습니다.
......주차장에서 차에 치였다고 하네요.
며칠 동안 잘 안 보여서
어머니께서 경비 아저씨한테 오늘 물어보셨는데
월요일 저녁에 검정고양이 한 마리가 주차장에서 차에 치여서 죽었다고 말했다고 하시네요.
다른 고양이었으면... 하는 나쁜 생각도 들지만
경비아저씨 말씀이, 사람 잘 따르는 검정냥이라고 했다는 걸로 봐서
제가 특별히 좋아했던 저 놈이 맞는 것 같습니다.
저놈이 아니라 저 지지배겠지만요...
털이 마치 기름이라도 바른 것처럼 너무 예쁘던,
동네 숫냥이들의 초딩질에 해탈한 고양이처럼 점잖던,
원래는 캣맘이 나타나면 달려가 무릎 위에 올라왔다던,
뭔가의 충격으로 사람과 조금 거리를 두게 되었다던
예쁜 검냥이...
저랑 동생은 무식하게 검냥이라고 불렀고
(하지만 그런 단순한 이름에도 나름의 의미는 있겠죠.
검냥이를 통해서 저랑 제 동생은 처음으로 고양이에 관심과 애정을 가지게 되었으니까요.
그러니까 마치 보통명사같은 검냥이라는 이름으로 특별한 의미를 담은 고유명사가 될 수 있는 건 오직 이 녀석 뿐입니다.)
몇 년이나 돌봐주고 중성화 수술도 해주었던 캣맘은 땡큐라고 불렀던
그리고 상가 중국집 배달 아저씨는 흔하디 흔한 나비야, 나비야, 라고 불렀던
검정고양이...
늘 거기 있는 건 알았지만
올해 봄에야 비로소 퇴근하는 동생 눈앞에 짐승이 아니라 생명체로 보였던 검냥이...
무지한 동생이 붕어빵을 내밀자 킁킁거리곤 뭐 이런 닝겐이 다 있느뇨... 하는 얼굴로 쳐다봤다던 검냥이...
오유 동게에는 고양이가 너무 많다며
개를 달라!!라고 외치던 저희 둘에게
괭이를 달라!! 더 달라!! 라고 외치게 만든 녀석.
저와 동생의 월급을 탈탈 털게 만들었던 검냥이.
삼년 밖에 못살았다는 그 녀석이 너무 보고 싶고 미안하네요.
눈치도 빠르고 재빠른 녀석이
어쩌다 차에 치었을까
어딜 다친 걸까
즉사한 걸까, 살아있는데 누가 버린 건 아닐까
어디에 사체가 버려진 걸까
차라리 즉사했으면, 안그러면 얼마나 아프고 무서웠을까
하나씩 생각하니 계속 눈물이 나요.
그날 그 저녁에 난 뭘하고 있었는지...
배나 아프다고, 피곤하다고,
저녁 뭐 먹을까 하는
쓰잘데기 없는 것들이나 고민했던 게 너무 혐오스럽고요.
검냥이가 보고 싶어요.
서울에서 혼자 사는 저는
지난 달 부산에 며칠 있는 동안
녀석에게 고가의 캔을 몇 번 바치자
녀석이 다가와 혀로 조심스레 제 손가락을 핥아주던 기억과
다음날 캔을 또 주며 반질거리는 털을 쓰다듬으려다가
녀석이 앞발로 탁!하고 때리던, 하지만 발톱은 쑥 집어넣은 채로 때리던
그 기억이 마지막이네요.
얼마 전에 주문해 준, 녀석이 너무 좋아해서 뿌듯하게 하던
캔도 아직 몇 개나 남았다는데......
사실 오유베오베에 갔었으니
그때 보신 분들께 알려드린다는 건 핑계고요
그냥 검냥이가 죽은 게 너무 슬프고
검냥이에 대한 흔적을 조금이라도 남기고 싶어서, 쓰는 거예요.
정말이지 시체라도 찾을 수 있으면 좋겠는데...
시체가 없다는 게 이렇게 고통스러울 지 몰랐네요.
이기적이게도 검냥이가 알아줬으면 좋겠어요.
어쩌면 그냥 의미 없이 태어나 길에서 살다 간 짐승 한 마리에 불과하게 되었을 수도 있지만
너는 그렇지 않다고.
너에게 검냥이라는 이름을 붙인 사람이 있었다는 걸 알아달라고.
혹은 땡큐라고,
혹은 나비라고.
너는 많은 사람의 기억과 삶에 이미 남은 고양이라고.
많이 보고 싶다고. 미안하다고.
네 뒤에 숨어만 다니던 겁쟁이 숫놈 힌둥이도
네가 없으니 꽁꽁 숨어버려 더 이상 나타나지 않고
툭하면 장난질을 쳐서 널 너무나 귀찮게 굴던 치즈도
평소와 달리 캣맘의 집 앞에서 구슬프게 울었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