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시판 즐겨찾기
편집
드래그 앤 드롭으로
즐겨찾기 아이콘 위치 수정이 가능합니다.
단편] 숫자
게시물ID : panic_91189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Y-
추천 : 11
조회수 : 1184회
댓글수 : 4개
등록시간 : 2016/10/17 00:09:36
옵션
  • 창작글
숫자가 올라갔다.

1,2..

8…

그리고 멈췄다.


나는 이 정도일 뿐인가.

이 작은 세계에서 알아주는 이가 겨우 8명 뿐인 걸까.

8명도 결국 나와 이야기 하고 싶어하지 않는다.



수많은 유명인들이 있고, 그들은 언제나 주목을 끌지만

나는 그저 50kb짜리 의미없는 글귀를 쓰는 아류작으로 전락해버렸다.



그때였다.

누군가의 고민에 사람들이 관심이 끌린다는 것을 보았다.

그들의 숫자는 기하급수적으로 올라갔다.

누군가가 올린 연탄불의 모습에

수많은 사람들은 숫자를 올렸고, 수많은 상냥한 말을 나눴다.



그 모습에 부러워했던 걸까.

그 모습이 되고 싶었다.



그래서 베었보았다.

손목에 붉게 선이 그어졌고, 피가 새어나왔다.



그 사진을 찍어 올렸다.

1..2..

8..

10!

드디어 한 고비를 넘겼다.



사람들은 나에게 많은 말을 건넸다.

이거라면 주목을 끌 수 있다는 확신이 들었다.



숫자는 계속 늘어 만 갔다.

10...15..

40…

여기서 정체하고 말았다.

움직이지 않았다.



나는 이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았다.

숫자가 움직이게 하고 싶었다.

더 이야기가 하고 싶었다.



손목은 욱신거렸지만

이것보다 더한 것을 찾아야만 했다.

고민하다 눈에 띈 것은 택배 박스였다.

정확히 말하면 포장되어있는 노끈이었다.



인터넷을 뒤져 완벽한 고리를 만들었다.

거울에 비친 나를 찍었다.

그야말로 자살하고자 하는 사람의 모습이 담겨있었다.



좋아.. 이거라면..

키보드를 향해 손을 뻗었다.

다만 잊고 있었다.

목에 끈을 메고 있었다는 것을.

실수로 의자를 차버렸다.



눈이 터질 것 같이 뜨겁게 달아오르고

탁 막힌 목구멍에선 꺽 꺽 거리는 끔찍한 소리만이 들렸다.



다만 나는 확인 버튼을 누르기 위해 필사적으로 발을 뻗었다.

시야가 까맣게 흐려지기 시작했다.

얼굴이 화끈거리다 이젠 화끈거림이 점차 사라질 정도가 되었다.



나는 발을 뻗어 엔터 키에 뻗었다.

닿지 않았다.

제발.

제발..

탁. 하고 눌리는 소리가 들렸다.



이거라면.

충분히 100도 넘을 것이다.

수많은 사람들이 말을 건네주겠지.

수많은 사람들이 숫자를 올려주겠지.



하지만 나는 행복함에 눈물을 흘릴 수도 없었다.

꽉 막힌 숨통은 트이지 않았다.


하지만 이 작은 세상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보는 가운데 죽는 것도 나쁘지 않아.

의미 없는 숫자들에.

의미 없는 글자들에.

목을 조여지며

의미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다만 그렇게 생각했다.



그리고 눈을 감았다.
꼬릿말 보기
전체 추천리스트 보기
새로운 댓글이 없습니다.
새로운 댓글 확인하기
글쓰기
◀뒤로가기
PC버전
맨위로▲
공지 운영 자료창고 청소년보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