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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격 박주영 옹호글(내용은 펌글)
게시물ID : soccer_91219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랄라라피크닉
추천 : 6/20
조회수 : 1237회
댓글수 : 18개
등록시간 : 2013/12/12 01:32:38


박주영의 대한 부정적인 의견이 뭐 100의 99이겠지만

글이 매우매우 길지만 꼭 읽어 보시길

펌글이지만  약간의 자체 편집이들어가있습니다

글자체에 감정이 많이 들어가서 주관적인 의견이 많이 들어가있지만

객관적 사실적시된부분도 많기에 한번씩 읽어보세요


박주영에 대한 비겁한 비난들, 그만둘 때도 됐다. 

I. 서(序)


대한민국 축구사에서 박주영처럼 불합리한 평가를 받는 인재가 있을까. K리그 데뷔시즌에 30경기 18골을 꽂아넣어도 "더 검증받아야 한다"며 국대 발탁은 절대 안된다는 반대를 받던, 월드컵 예선에서 5경기 6골을 쓸어담아도 "국대 제외 아고라 청원 운동"을 당하던, 월드컵 16강을 견인하며 외신과 상대팀 감독에게 칭찬을 받아도 유독 모국에선 비난을 당하고, 올림픽 동메달을 이끌어도 "저놈이 메달 따서 배 아프다"고 질시를 받는, 조금만 활약이 미진하면 "실력이 없는 쓰레기" 취급을 받다가, 실력을 증명하면 각종 왜곡된 데이터로 "그래도 인성이 쓰레기라 싫다"고 우긴다. 


그리고 지금, 대한민국에서 박주영에 대해 가해지는 비난의 양상 또한 그와 비슷하다. 박주영에게 [어떻게 봐도 미워할 수밖에 없는 놈]의 이미지를 투영해서 이지메를 가하고 있다. 뭐 박주영 뿐인가? 김연아, 박태환 같은 세계 탑 선수도 돈을 밝힌다며 비난을 당하고, 손연재 같은 미성년 선수도 인성이 덜 됐다며 욕을 먹고, 래퍼 타블로는 잘못도 없이 거짓말쟁이가 되고, 심지어 수많은 유명인들이 아예 이런 악성 댓글에 시달리다 극단적인 선택을 했던 나라인데. 

쪽바리들이 그러면 "저런 놈들이 일본에 많으면 우리나라로선 잘됐지 뭐"하면 그만인데, 나는 한국 인터넷 문화의 이러한 점이 한국인으로서 정말 쪽팔린다. 그리고 내가 사랑하는 한국 축구의 아주 중요한 선수인 박주영이, 아무리 봐도 실력이 좋은데도 월드컵 16강에 올림픽 동메달을 이끌어도 "실력이 덜됐네" 소리를 듣고, 어떻게 봐도 마인드가 좋은데도 "인성이 덜됐네" 소리를 듣는 게 너무나도 짜증스럽다. 이에 박주영을 비난하는 이들의 레파토리를 하나 하나 끄집어 내, 그 오류가 있으면 바로 잡고, 왜곡이 있으면 철저히 논파할 생각이다(처음부터 끝까지 다 쓰기엔 글이 길어질 것 같으므로, 예전에 써뒀던 글도 조금 인용하고자 한다). 그리고 소망하건대, 그들이 조금이라도 부끄러움을 느끼고 그러한 비겁한 행동을 자제해주길 바라본다. 근데 뭐 사실 별 기대는 안한다. 그럴 정도의 인성이나 지성이 있는 사람이라면 애초에 그런 행동을 하지 않았을테니까. 



II. 박주영의 FC서울 입단, 포항과의 입단계약을 저버리고 드래프트제를 부활시켰다?

1. '절대악' FC서울 입단부터 시작된 불합리한 비난들 

사실 박주영이 이러한 불합리한 평가를 받게 된 것은 2005년 2월, 바로 그 전년도에 연고이전을 강행하여 특히 K리그팬들의 갖은 미움을 받고 있던 FC서울에 입단하게 된 그 시점부터다. 당시 최대규모의 축구 커뮤니티였던 '사커월드'만 보더라도, FC서울에 대한 증오는 사실 합리적이거나 논리적인 범위를 벗어난 것이었다. 'FC서울'이란 단어 자체가 금지어가 되었고, 당해 구단은 좋게 불리워봐야 '그 팀', 'FCㅅㅇ'로 불리웠고, 일반적으로는 '패륜', '북패' 같은 호칭으로 통용되었다. 상암에 관중이 많이 들면 "FC서울은 티켓을 공짜로 뿌린다더라"같은 말로 폄훼를 당했고,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수원-서울戰에선 "김동진이 좋아서 축구를 보러 왔다"는 FC서울 서포터 여고생 두 명을 구 안양팬 남성 예닐곱명이 여자화장실까지 추적해서 "니네 강간해버린다. 얘는 강간이 취미거든?" 따위의 말로 위협했던, 그야말로 구 안양팬들 가슴에 더욱 대못을 박은 몹쓸 사건조차 무려 저 [일제시대 독립투사]에 비견하여, "그 시대 독립운동가들도 어떻게 보면 테러리스트입니다"라는 식으로 옹호하는 글이 메인에 걸렸던 그 시기에 박주영이 FC서울에 입단했다.

그 해 '박주영 신드롬'이 언제나 프로야구에 빼앗겼던 스포츠신문 1면과 스포츠뉴스 메인의 포커스를 K리그로 옮겨왔지만, 'K리그팬의 성지'를 자칭하던 사커월드에선 박주영은 제 이름으로 불리우는 것조차 드물었다. 그는 FC서울에 입단하는 시점부터 거의 '박모선수', '박ㅈㅇ', '밥줘영' 등으로 불리웠다(얘넨 아직도 이런다). 그는 조금만 활약을 못하면 "거품" 소리를 들었고, 인정할 수밖에 없을만큼 활약을 하면 "포항과의 입단계약을 저버리고 서울에 입단한 쓰레기"나, "어쨌든간에 더 검증을 받아야 한다"는 정도의 평가에 직면해야 했다. 심지어 밑도 끝도 없이 "박주영은 거품입니다"라는 글이나, "박주영은 발목이나 부러져라"같은 글이 메인에 걸릴 정도였으니 말 다했다. 나는 박주영에 대해 특별한 감정이 전혀 없었지만 당시 사커월드 유저로서 이러한 정신병자 수준의 '까'들 때문에 '빠'가 되었으며, 아무튼 박주영은 이렇게 프로에 데뷔할 때부터 압도적으로 안티가 많았던 선수다. 


2. 포항과의 입단계약을 깨고 뒷통수를 쳤다?

그렇다면 여기서 '까'들이 외치는 '포항 뒷통수' 사건을 살펴보자. 그들의 주장은 이렇다.

"박주영은 청구고 1년 시절이던 2001년도에 포항이 브라질 유학을 보내주면서 포항에 입단하기로 계약했다. 그런데 고려대 재학 중 FC서울에 입단하면서 포항의 뒷통수를 쳤다. 그리고 이 사건이 K리그 드래프트제를 부활시켰다."

전형적인 2ch식의 왜곡 패턴이다. 먼저, 박주영과 포항 사이에는 애초에 '입단계약'이 없었다. 포항스틸러스가 청구고 1년생 박주영을 브라질 유학 보내며 획득한 권리는 '우선협상권'이다. 이 우선협상권은 향후 박주영이 프로에 진출할 때 먼저 포항과 연봉 협상에 임할 것을 요구하는 권리이며, 당연히 반드시 입단해야 할 의무를 수반하지 않는다. 즉, [브라질 유학을 조건으로 포항에 입단하기로 했다]는 계약 자체가 존재하지 않았다. 그리고 당해 계약당사자간의 특약으로서 '선수가 이러한 우선협상권을 포기할 때엔 유학제반비용을 상회하는 5,000만원의 위약금을 지불한다'는 규정을 두고 있었다. 

2005년 당시 프로축구연맹은 K리그 신인선수에게 5천만원 이상의 연봉을 지급할 수 없도록 연봉 상한선을 규정해두고 있었고, 이는 2004년도 AFC U-19 대회에서 팀 우승+대회 MVP+득점왕의 트리플 크라운을 휩쓸며 '아시아 올해의 영 플레이어'가 됐던 박주영에겐 이미 현실적이지 못한 연봉이었다. 이에 FC서울 측은 박주영의 모교인 고려대학교에 잔디를 깔아주는 성의를 보이며, 박주영에게 상한선의 연봉(5천만원)을 지급함은 물론, 그를 GS계열사의 CF모델로 채용함으로써 실질적으로 고액의 연봉을 보장할 것을 약속했고, 향후 해외리그 이적시에도 적극 협조할 것임을 분명히 했다. J-리그 교토 퍼플상가로부터 백지수표 제의를 받고도 "J리그에는 가지 않겠다"고 선언했던 박주영은 결국 FC서울 입단을 결심한다. 그러면서 이미 존재했던 '계약서'의 내용에 따라 포항과의 우선협상권을 파기하는 대신 계약서에 명시된 위약금인 5천만원을 포항 측에 지급하였고, FC서울에 입단하였다. 즉, 아무리 봐도 법적인 문제는 전혀 없는 셈이다.

이렇게 법적인 하자가 전혀 없는 부분을 명시하더라도, 또 '까'들은 '도의적 책임' 운운하며 여전히 비난을 가한다. 그러나 계약 자유의 원칙에 의거, 애초 계약당시에 쌍방의 손해가 보전되는 위약조건을 정해둔 이러한 사안에서 ‘약속을 어겨서 위약금을 지불했으므로 도덕적인 문제가 있다’는 것 자체가 잘못된 표현이다. 

예컨대 매수인 甲과 매도인 乙이 부동산매매계약을 체결하고, 甲이 乙에게 선금을 지급하였다고 치자. 이 경우 그 어느 일방이 매매계약을 취소하고 싶다면, 우리나라 부동산 매매의 일반적인 양상을 따를 때, 매수인 甲이 매매계약을 취소할 때에는 이미 지급한 선금을 포기하면 그만이고, 매도인 乙이 매매계약을 취소할 때에는 지급받은 선금의 배액을 甲에게 지급하면 그만이다. 매매계약의 취소는 甲 혹은 乙이 (모든 사회과학의 기본 전제가 되는) 스스로의 [ 합리적인 판단 ] 하에 자신이 포기해야 하는 비용을 매몰하여도 좋을 만큼의 이익이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일 것이며, 따라서 두 사람이 애초에 계약할 때의 위약조건에 의해 해약된 계약에서는 ‘손해를 보는 사람’도, ‘도의적 책임을 져야 하는 사람’도 존재하지 않게 되는 것이다. 즉 이러한 계약에서의 ‘위약조건’은 서로에게 있어 가장 합리적이고 양인의 이득의 합이 최고도에 이르는 지점에서 산정된 것이며, 따라서 계약 당시부터 존재했던 위약 조건에 의해, 포항 측에 어떠한 손해도 발생하지 않도록 성실하게 반환의무비용을 돌려 준 박주영에게는 도의적인 책임마저 존재하지 않았던 셈이다. 

물론 박주영이 2004년 가을에 있던 AFC U-19 선수권이나 2005년초 카타르 8개국 청소년 축구대회에서 맹활약하는 모습을 보며 "쟤가 우리팀 오는거야?"라고 기대했을 수도 있는 포항팬들의 '서운한 감정'은 이해할 수 있다. 어떻게 보면 박주영에 대하여 '서운한 감정'을 가질 수 있는 유일한 팬들이 바로 포항팬들일 것이다. 그러나 이것이 "박주영이 포항에 입단하기로 했는데 안했다", "박주영이 포항의 뒷통수를 쳤다", "박주영이 K리그 드래프트제를 부활시켰다"같은 왜곡된 표현으로 이어져서는 안될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포항이 K리그를 대표하는 명문구단으로서, 특히 팬들의 훌륭한 매너가 돋보이는 팀이라고 이해하고 있는데, 사실 이렇게 “포항 뒷통수” 운운하며 박주영의 인성을 폄훼하는 자들의 대부분이 실은 포항 스틸러스에는 전혀 애정을 갖고 있지 않은 자들이라는 것도 참 웃기는 일이다. 


3. 박주영이 K리그 드래프트제를 부활시키고 청구고 후배들 앞길을 막았다?

“박주영이 K리그 드래프트제를 부활시킨 원흉이다”라는 명제는 인터넷에서는 아예 진리가 되었다. 댓글로 몇 번씩이나 설명해줘도 ‘하지만 박주영이 포항 뒷통수를 쳐서 K리그 드래프트제를 부활시킨 원흉인건 사실이죠’하는 댓글이 꼭 달린다. 

개인적으로는 박주영의 FC서울 입단이 ‘잘못’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지만, 설령 이것이 ‘잘못’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 사이에서도 거기에 존재한 수많은 선례는 생각해야 할 것이다.  박주영처럼 유스 시절에 지원을 받은 뒤 우선협상권을 파기하고 타팀에 입단한 사례는 박주영의 몇 년 선배들만 보더라도 널리고 널렸다. 그래, 백보 양보해서 그들의 주장처럼 박주영의 FC서울 입단이 ‘잘못’이라고 치자. ‘선배들도 다 그랬으니까 잘못한 게 아니다’라는게 아니다. 다만, 박주영 이전에도 수십명이나 누적되었던 비슷한 사례는 왜 모두 기억에서 삭제되고, 오직 박주영만이 유일한, 그리고 결정적인 ‘K리그 드래프트제 부활의 원흉’으로 비난받아야 하는가? 박주영 못지 않게 유명했던 금호고의 고창현도 전남이 지원했지만 수원에 입단했고, 박주영의 청구고 1년 선배인 김동현도 포항의 지원을 받고도 J리그에 진출한 뒤 수원으로 이적했었다. 나로서는 언제나 있었던 사례보다 나을 것도 못할 것도 없는, 매우 보통인 박주영의 우선협상권 파기건과 K리그 드래프트제 부활은 그저 오비이락인 것일 뿐이라 판단하고 싶다. K리그의 드래프트제 부활은 프로축구연맹과 구단의 협의 끝에 나온 행정적인 문제인 것이고, 이에 대한 축구팬의 비판 내지 옹호 역시 반드시 필요한 것이겠지만, 이 책임을 고작 누적된 수많은 사례의 단 하나에 지나지 않았던 당시 만19세의 선수에게 죄다 뒤집어 씌우는 것이 과연 올바른가? 애초에 K리그는 드래프트제가 시행된 기간이 그렇지 않은 기간보다 긴 리그다.

“박주영이 포항 뒷통수를 쳐서 청구고 지원을 끊게 하고 후배들 앞길을 막았다”는 것도 웃기는 얘기다. AS모나코, 아스널에 진출하며 UEFA의 소위 ‘연대 기여금’ 규정으로서 청구고 후배들의 앞 길을 터주면 터줬지 막은 적은 없다. 예컨대 고창현이 수원에 입단한 뒤에 전남의 금호고에의 지원이 끊겼으니, ‘고창현이 금호고 후배들의 앞 길을 막았다’고 표현한다면 동의할 수 있는가? 나는 아니다. 박주영이 청구고 2년 시절이던 2002년도에 대구FC가 창단되었고, 추후 K리그에서 유스팀에 대한 지역 연고제를 실시하면서, 대구 소재의 청구고등학교가 대구FC의 소관이 되었을 뿐이다. 김동현에 이어 박주영까지 청구고 출신 두 선수가 우선협상권을 파기하고 타 구단에 입단하니, 포항이 ‘빡쳐서’ 청구고에 대한 지원을 끊어버렸다고? 내가 알기로 K리그 최고의 명문팀인 포항스틸러스는 그렇게 근시안적이고 편협한 구단이 아니다. 단지 박주영이 고교 2년인 시절에 대구FC가 생겼고, 박주영이 FC서울에 입단한 이후 유스팀의 지역연고제가 실시되었을 뿐이다.


III. 박주영이 릴의 뒷통수를 치고 아스널에 이적했다?

1. 박주영의 아스널 이적 과정

  2010-11 프랑스 리게1에서 12골을 쓸어담으며 리게1 최고의 재능 중 하나로 인정받은 박주영은, 지난 6월말 유럽축구의 여름이적시장이 열림과 동시에 리버풀(잉글랜드), 첼시(잉글랜드), AC밀란(이탈리아) 등 세계 유수의 명문구단과 링크되었고, 그의 행보에 대해 축구팬들은 많은 기대와 관심을 갖고 있었다.

그러나 소문만 무성할 뿐, 기대와는 달리 이적시장이 닫히는 8월말이 되기까지 실질적인 계약이 성사되지 않자 축구팬들은 점점 불안해하기 시작했다. 특히 박주영이 몸 담고 있던 AS모나코가 2부리그로 강등됐기 때문에, 최악의 경우 다음 시즌을 2부리그에서 보내야 했기에 축구팬들의 불안감은 더욱 고조되었다.

하지만 이적시장이 닫히기 사흘 전, 프랑스 챔피언인 릴OSC에서 박주영의 영입의사를 타진하였고, 모나코 구단의 승인 하에 박주영은 메디컬테스트를 받으러 릴 구단 측으로 향했다. 박주영은 1차 메디컬 테스트를 성공적으로 마치고 다음날 2차 메디컬 테스트와 최종 싸인을 남겨두고 있었고, 축구팬들 사이에는 “비록 세계적 명문은 아니지만, 최악의 경우에는 2부리그에서 뛸 수도 있었는데 UEFA 챔피언스리그에 출전하는 챔피언팀으로 이적한 것은 다행”이라는 안도의 목소리와 “여름 내내 세계적인 명문팀에 입단한다는 루머가 무성했는데, 왠지 릴로는 성이 차지 않는다”는 아쉬움의 목소리가 교차했다.

그런데 박주영의 릴 행이 거의 결정된 것 같았던 이적시장의 마지막 날, 반전을 알리는 소식이 날아들었다. 박주영이 아스널의 아르센 벵거 감독의 전화를 받고 릴과의 협상을 취소한 뒤 아스널의 연고지인 런던으로 향했으며, 아마 아스널에 입단할 것 같다는 소식이었다. 하루 전만 해도 “박주영과 같은 재능 있는 선수를 영입하게 되어 기쁘다”던 릴 구단주는 “박주영이 갑자기 런던으로 갔다”며 분노의 목소리를 내고 있었다. 과연 소식은 사실이었다. 박주영은 하루만에 메디컬 테스트와 최종 싸인을 마치고 잉글랜드의 명문 아스널에 입단했던 것이다.


2. 박주영이 릴의 뒷통수를 쳤다?

계약은 국제법적인 관계에서도 청약과 승낙으로 이루어진다고 새기는 것이 일반적이다. 사안의 경우 릴 구단 측의 청약은 있었지만, 박주영은 그 사안을 검토하고 있었을 뿐으로 아무런 승낙의 의사표시를 발하지 않았다. 즉, 애초에 계약은 체결조차 되지 않았던 것이다. 국제축구연맹(FIFA) 규정의 ‘Regulations on the Status and transfer of players’ 항목을 검토해보아도, 계약의 발효시기는 선수 및 선수의 에이전트가 계약서에 최종적으로 서명을 할 때로 새기며, 그 이전에는 구단-선수간 상호 구속력은 전혀 발생하지 않는 것으로 새긴다. 즉, 계약의 청약 과정에서 메디컬테스트가 있었다는 사실만으로는 박주영이 ‘릴의 뒷통수를 쳤다’고 말할만한 부분이 전혀 없는 것이다. 특히 숨가쁘게 돌아가는 유럽 축구 이적시장에서, 한 구단과 메디컬테스트를 진행하며 거의 입단이 확정된 것처럼 보이다가도 더 좋은 조건의 다른 구단으로 이적하는 것은 일반적인 일까지는 아니더라도 상당히 흔한 일인 것이다.

이렇게 아스널 입단 과정에서 박주영 측의 법적 책임이 전혀 존재하지 않는 것이 너무나 명백하다고 하더라도, 여전히 ‘도의적 책임’에 대한 언급은 사그러들지 않는다. 그러나 이 사안에서도 역시 박주영의 도의적 책임은 존재하지 않는다. 쉬운 예를 들어 생각해보자.

지역사회의 중소기업인 ‘모나코 상사’에서 뛰어난 업무능력을 보이던 박 대리를 지역사회의 대기업인 ‘릴 무역사’가 과장 대우를 약속하며 스카우트 제의를 했다. 박 대리는 ‘릴 무역사’가 제시한 연봉이나 업무환경 등 모든 제반조건이 ‘모나코 상사’보다 훌륭하고, ‘모나코 상사’도 기분 좋게 보내주기로 약속했기에 ‘릴 무역사’와 연봉협상을 진행하며 2차에 걸친 면접을 진행하고 있었다. 그런데 세계적인 초일류 기업인 ‘아스널 기업’의 회장이 박 대리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릴 무역사’와 연봉 협상을 진행하고 있는 박 대리에게 ‘릴 무역사’보다 훨씬 더 많은 연봉과 더 나은 업무환경을 보장하는 스카우트를 제의했다. 이 경우 ‘릴 무역사’의 1차 면접을 마치고 2차 면접을 앞두고 있던 박 대리가 ‘릴 무역사’ 측에 양해를 구하고 연봉협상을 포기한 뒤 ‘아스널 기업’에 입사했다면, 우리는 이것을 도덕적으로 문제가 있는 일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이 사례는 박주영의 아스널 입단 과정에 그대로 대입해볼 수 있다. AS모나코에서 맹활약하며 프랑스 리그1 최고의 재능 중 하나로 떠오른 박주영은, 프랑스 리그1 챔피언인 릴과 연봉협상을 벌이며 1차 메디컬 테스트를 마치고, 2차 메디컬 테스트를 앞둔 시점이었다. 그런데 어릴 적부터의 꿈이던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의 세계적인 명문팀 아스널의 아르센 벵거 감독이 직접 전화를 걸어, 더 나은 연봉과 환경을 보장하며 영입을 타진했다. 아직 박주영과 릴이 어떤 계약이나 애착이 있을만한 사정 등으로 얽히지 않았던 바, 이 경우는 박주영이 아스널에 가지 않는 것이 오히려 더 이상한 상황이었다.

기서 유일하게 박주영이 도의적인 책임이 제기될 수 있는 형태는, 협상 중이던 릴 측에 어떠한 양해도 구하지 않고 아스널로 향했을 경우일 것이다. 그러나 ‘박주영이 갑자기 호텔방에서 사라졌다’는 릴 회장의 말이 사실이 아니었고, 박주영의 에이전트 측이 아스널과의 협상을 위해 영국 런던으로 향하기 전에 정중히 릴 측에 아스널의 입단 제의 사실 및 릴과의 협상포기를 통보했음이 확인되었으므로, 역시 이 사안에서도 박주영의 ‘도의적 책임’은 존재하지 않는다. 이는 단지 박주영의 소속팀인 AS모나코 측에 지불해야 했던 이적료와 박주영에게 지불해야 할 연봉을 삭감하기 위해, 유럽축구시장의 이적마감시한이 도래할 때까지 박주영과의 계약 체결을 미루어 온 릴 구단의 비즈니스적 실패였을 뿐이다.
  


IV. 박주영은 K리그와 모나코에서 삽질만 했다?

1. 축구팬에겐 설명할 필요도 없겠지만..

사실 이는 스스로가 축구도 보지 않는 비축구팬을 인증하는 주장으로, 축구사이트에 굳이 설명해야 할 필요성을 못느끼긴 한다. 박주영이 K리그와 프랑스 리게1에서 훌륭한 활약을 펼쳤다는 사실은, K리그 경기장을 찾아가는 우리 축구팬들은, 새벽 3시반 넘어서 틀어주는 프랑스 리그를 졸린 눈 비벼가며 지켜봤던 우리 축구팬들은 알고 있다. 

참 박주영의 운명은 기구하다. 굵직한 국제대회(U-20월드컵, 올림픽, 월드컵)마다 골을 넣었는데도 욕을 먹고, 메시나 루니 같은 세계 최고의 선수들도 한 골도 못넣은 남아공 월드컵 대회서 이탈리아나 프랑스도 못 간 16강을 견인하는 골을 넣었더니 “자살골 넣었으니 무효”라든가 “필드골은 못넣냐”고 까고, 타국 언론과 심지어 상대팀 감독이나 선수들도 “한국의 10번인 인상적이었다”고 칭찬하는데도 “내가 볼 땐 못했다”고 욕하고, 월드컵예선에서 캡틴으로서 5경기 6골을 성공시키며 출전한 경기에서 무패를 지켰는데도 “박주영이 주장하니까 한국 축구 망한다”는 소리나 들으며 국대 퇴출 운동이나 당하고 있고, 2005 U-20 월드컵, 2008 베이징올림픽, 2010 남아공월드컵에서 모두 프리킥으로만 골을 넣은걸 갖고 “얘는 필드골은 못넣는 놈”이라며 까더니, 런던올림픽 스위스전에서 다이빙 헤딩슛으로 골 넣으니까 “발로는 못넣냐”고 까고, 한일전에서 인정할 수밖에 없는 골을 넣으니 “포항 뒷통수치고 드래프트 부활시켜서 싫다”고 까였다.


2. 박주영이 K리그에서 못했다?

  각종 포털사이트의 댓글로 자주 이용되는 당해 게시물에서는 박주영의 K리그 스탯이 2005시즌 12골, 2006시즌 7골, 2007시즌 2골, 2008시즌 2골 뿐이므로 K리그에서 졸라게 형편없는 선수였으며, 그나마 첫 시즌의 활약도 “윗선의 지시로 수비수들이 봐줘서” 그렇게 넣은 것이라고 우기며 스스로의 거짓말을 정당화하려 한다. K리그를 본 사람들이면 다 알고 있지만, 데뷔 시즌에는 역사상 전무한 만장일치 신인왕을 탈 정도로 압도적인 활약을 선보였고, 이듬해부터 만 20세의 선수에게 심하면 서너명까지 전담마크가 따라붙는 모습까지 나왔다. 박주영, 김동진, 백지훈 세 선수가 독일월드컵 캠프에 조기 합류하였다는 이유로 당시 FC서울의 감독인 이장수 감독에게 징계성 엄포를 받은 것은 유명한 사실인데, 김동진은 월드컵 직후 제니트 상트페테르부르크로 이적했고, 백지훈 역시 자신의 의사와 무관하게 수원삼성으로 이적하였다. ‘당시 K리그를 본 사람이라면’ 알지만, 박주영은 K리그 플레이오프가 시작되기 전까진 후반전 말미에나 출장하며 ‘길들이기’를 당하고 있었다. 이듬해 부임한 세뇰 귀네슈 감독은 “FC서울의 플레이 영상을 보며 박주영이 도대체 왜 선발이 아닌 것인지 이해할 수 없었는데, 구단에 와서 특별한 사정을 듣고 나서야 납득했다”고 말할 정도였다. 

귀네슈가 부임한 2007년에도 박주영은 집중마크의 대상이었다. K리그 최고의 팀인 수원 삼성이 컵대회에서 박주영에게 전담 마크를 붙이지 않는 모습을 보았고, 나는 “역시 수원은 강호의 자존심이 있구나, 스물 두 살 짜리한테 전담 마크는 안붙이네”라고 느꼈는데, 박주영이 해트트릭을 기록하며 4-1로 대승을 거두는 모습을 보고 경악했다. ‘겨우 20대 초반의 풋내기인 박주영에게 전담마크를 붙이는 아시아 최고 리그 K리그 팀의 모습’ 그 자체가 박주영이 K리그에서 얼마나 대단한 선수였는지를 말해주는 것 아닌가. 그런데 우리 축구팬들은 그걸 보았으니까 아는 거고, 저런 사람들은 그냥 스탯만 보고 마치 야구 보듯 “뭐야? 병신이네?”하니까 모르는 듯 하다. 심지어는 “데얀은 물론이고 정조국, 이승렬한테도 실력으로 밀려서 벤치 신세였다”고 사실을 왜곡한다.    

상식적으로 박주영이 K리그에서 형편 없는 플레이를 펼쳤으면, 차범근 감독이 왜 “도대체 막을 수가 없어서 아주 골머리를 썩었다. 프랑스로 갈 때 앓던 이가 빠지는 것 같았다”고 하겠나. 조용형이 정신이 나가서 “수비수로서 맞상대해보면 왜 축구 천재라고 하는지 알 것 같다. K리그 최고의 공격수다”라고 했겠나. 조동건이 총을 맞아서 K리그서 엄청 못하는 선수를 ‘롤모델’이라고 했겠나. K리그 최고의 유망주였던 이승렬이 뭘 잘못 먹어갖고 “주영이 형의 식습관이나 사소한 버릇까지도 따라하고 싶다”고 했겠으며, 지동원이 돈을 받아 먹어서 “가장 따르고 싶은 선수는 박주영”이라고 했겠으며, 고무열, 박기동, 신인섭 등이 갑자기 세트로 더위를 먹어서 박주영의 플레이가 대단하다며 그런 선수가 되고 싶다고 했겠나. 모든 코칭스태프, ‘축구를 보는’ 축구팬, 가까이서 뛰는 선수들조차도 인정하는데, 축구는 보지도 않으면서 스탯 하나만 찍 보고 “어? 이승렬한테도 밀린 쓰레기네?” 단정 짓는 것 보면 참 대한민국에 야구문화가 뿌리내리긴 한 모양이지 싶다.


3. 박주영이 AS모나코를 강등시켰다고?

심지어 이 글에서는 “박주영은 AS모나코에서 못했다”면서 다음과 같은 주장을 펼치는데, 그대로 붙여본다.

[ 2010시즌 12골중 결승골은 단2골이다. 박주영의 골로인해 모나코가 승점3점을 챙긴경기는 단2번! 최전방에서 골을 넣어주지 못해서 당연히 이겨야될 경기를 지는 경우가 수두룩했고. 그 결과 팀은 강등됐다. 2010시즌 모나코의 성적은 9승 17무 12패이다. 20개팀중 무승부가 가장많은것이 특징이다. 또한 실점은 20개팀중 5번째로 적다. 모나코의 성적을 보면서 무슨생각이 드는가? 과연 미드필더들이 바보였을까? 공격수들이 바보였을까? 더욱이 박주영의 골로 모나코가 챙긴승점은 10점에 불과하다. 결승골을 넣은 경기는 2경기 동점골은 4경기다. 박주영이 12골을 넣어 모나코의 득점 3/1을 책임졌다고 변호하지만 대부분이 실속없는 추가골이였다. ]

각종 맞춤법 오류나, 분수 표현이 잘못된 부분도 작성자의 지적 수준을 적나라하게 나타내주므로 그대로 옮겨보았다. 이 역시 글의 작성자가 ‘축구는 보지도 않으면서’ 상상의 나래를 펼쳐가는 것을 충분히 알 수 있는 부분이다. 

상식적으로 박주영이 2골을 몰아넣으며 2-0으로 앞서나가도, 수비진이 어처구니 없는 실책을 자행하며 2-2로 비겨놓는 팀이 AS모나코였는데, “박주영이 넣은 결승골은 2개에 불과”라고 말할 수 있는가? 이것조차 ‘2골 먼저 넣은건 결승골도 동점골도 아니니까 박주영이 공헌한 승점은 0’이라고 계산하고 자빠졌으면서, 본인이 논리적인 논지 전개를 해나가고 있다고 믿는 그 자신감 하나는 부럽지만 닮고 싶지는 않다. 그야말로 축구를 보지 않기 때문에 나올 수 있는 말이다. 

당시 AS모나코는 “머리(박주영)와 꼬리(루피에르)밖에 없다”는 평가를 받던 팀이었다. 박주영은 최전방에서 고립되어 헤딩도 따내고 골도 넣고 경기도 전개해야 했는데도, 매시즌 팀 득점의 25~33% 정도 공헌하며 경기를 이끌었고, 특히 축구는 야구와는 달리 스탯으로만 평가될 수 없는데, 경기를 풀어나가는 능력 자체가 프랑스 팬들에게 리게1 TOP 수준으로 인정받을만큼 탁월했기 때문에 AS모나코는 박주영이 출장한 경기와 출장하지 않은 경기의 승률이 마치 다른 팀인것처럼 달랐다. 예컨대 09/10시즌 25R 기준 모나코가 12승 3무 10패를 거두고 있을 때, 박주영이 출장한 경기에서 11승 3무 5패를 기록한 반면, 박주영이 결장한 경기에서는 1승 5패를 기록하고 있었다. 현 시점에서 자료를 모두 정리하기가 상당히 까다로운 일이라 생략하지만, 모나코는 마지막 시즌까지도 박주영이 출장한 경기와 그렇지 않은 경기의 승률이 상당히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었고, 당시 밤을 새워가며 모나코의 축구를 지켜 본(항상 갑갑해하고 욕하면서도 애틋하게 바라 본) 축구팬들은 그런 사실을 다 알고 있다.

AS모나코는 10/11시즌 리그 마지막 경기에서 강등이 확정되는데, 사실 박주영이 있었기에 마지막 경기까지 실낱같은 희망을 갖고 버틸 수 있던 것이다. 상식적으로 일부 핵심선수가 이탈했다고는 하나, 이듬해 2부리그에서조차 곧바로 시즌 중반까지 강등권 언저리에서 놀다가 가까스로 잔류하는 수준의 AS모나코의 전력 하에서 (같은 미드필더진을 갖고 1부리그서) 12골을 넣으며, 부상을 안고 마지막 경기까지 팀의 잔류를 위해 노력한 박주영에게 ‘강등의 원흉’이라는 꼬리표를 붙이며 ‘축구를 못한다’ 운운하는 게 정당한가? 그럼 FC쾰른은 포돌스키가 강등시켰나?  

사실 뭐 지금도 별 다를 바는 없다. 프랑스 언론에선 "과소평가된 천재"라고 하고, 프랑스 팬들은 "리게앙 최고의 공격수 중 하나였다"라는데도, 한국에서는 "그새끼가 모나코 강등시켰어"라면서 까대고, 아스널 현지 팬들도 적어도 관심이 있다면 "박주영은 좀 더 나은 대접을 받을 필요가 있다"거나 "샤막보단 나아보이는데 벵거가 너무 기회를 안주네"라는 식의 의견이 주를 이루는데, 이역만리 모국의 축구사이트에선 "박주영이 실력이 없어서 못나오는거다. 아스널 까지 마라"라거나, "훈련에서 못했으니까 못나오는거다. 벵거 까지 마라"하는 식이니까. 


V. 박주영이 병역을 회피하려고 꼼수를 부렸다?

박주영은 ‘영주권 없는 국가에서 장기체류권을 획득한 자는 37세가 되는 해까지 병역을 연기할 수 있다’는 병역법에 의하여 합법적으로 입영을 연기했다. 이에 대해 ‘불법’에 대해 주장하는 사람은 없으므로 이에 대한 논의의 실익은 없겠다.

먼저 나는 한 칼럼니스트를 한 번 비판하지 않으면 안되겠다. 선수들과 허심탄회한 인터뷰로 몰랐던 축구계 뒷 얘기를 전해주는, 주목받지 못하는 선수들도 소개해주고, 축구의 역사도 재미있게 정리해주는, 내셔널리그도 취재해주고 유머러스한 칼럼도 여럿 써내는 N모 포털 사이트의 K모 칼럼니스트를, 나는 개인적으로는 좋아한다. 그가 애정 문제로 모 종목의 운동선수한테 막말을 하다가 유력 스포츠일간지에서 퇴출되었다든가, 디씨인사이드서 막장짓을 했다든가 하는 과거는 사적인 부분인데다 잘 알지도 못하므로 그것이 칼럼니스트의 자질에 관련된 사안인지에 대한 판단은 글을 읽는 분들에게 맡겨야겠다.

그러나 나는 法을 전공하는 사람으로서, 그가 적은 “박주영은 국가대표감이 아니다”라는 칼럼이 사실 우스운 수준이었다. 한마디로 병무청의 일개 직원이 민원인의 이해를 돕기 위하여 한 말을 유일한 입법 취지로 분석하여, 당해 법률을 [국적 이탈할 의사가 있는 사람만을 위한 법]으로 이해한 것은, 좋게 봐야 당해 칼럼니스트의 오만에 지나지 않고, 나쁘게 말하면 그냥 그의 지적 수준이 낮다는 것을 스스로 증명한 것에 다름 아닌 꼴이다. 입법취지나 법령의 해석은 법학자들 사이에서도 끊임 없이 논의되고 변증되어야 할 사안으로, 결코 하나로써 확정된 사안이 아니다. 이걸 법에 대해 문외한인 일개 프리랜서 칼럼니스트가 입법취지를 하나로 확정하고 법령을 ‘이민자만을 위한 것’이라고 단정 짓고 “국가대표감이 아니다”라며 비난을 선동하는 것은 언론에 의한 폭력인 셈이다.

보통의 상식을 지닌 사람이라면 박주영이 병역법에 규정된 합법적인 조건을 충족시켰으므로 “문제될 것이 없다”는 반응을 보일 것이고, 좀 더 엄격한 도덕적 잣대를 가진 사람이라면 잉글랜드 구단에서 뛰면서 ‘제대로 살지도 않을’ 모나코 장기체류권으로 입영을 연기한 박주영의 행동이 ‘편법’이라고 지적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건 뭐 그럴 수도 있다. 그것은 생각의 차이다.

문제는 본인이 그렇게 엄격한 잣대를 지니고 있다면, 적어도 이중잣대는 배제해야 한다는 것이다. 예컨대 그러한 기준을 따른다면, 지금 K리그는 완전히 ‘편법’과 ‘꼼수’의 무대다. K리그 선수 대부분이 ‘제대로 다니지도 않는’ 대학이나 대학원 재학 사유로 입영을 미루고 있지 않은가? 이것은 100% 합법이지만, 박주영의 사안에처럼 입법취지를 [대학에서 학문에 전념하기 위한 사람들만을 위한 것]이라 엄격히 해석한다면, 당연히 편법이 되고 꼼수가 된다. 내가 지적하고 싶은 것은 이들이 스스로의 주관적 판단에 불과한 “박주영의 입영연기는 편법이다”라는 주장을 하나의 정론인 명제로 받아들일 것을 타인에게 강요한다는 것과, 아울러 비슷한 다른 사안에 대하여는 전혀 다른 기준을 적용하는 이중잣대의 문제이다. 만약 이들이 우리나라 운동선수 대부분이 [제대로 다니지도 않는 대학 재학사유로 입영을 연기하고 있는 것]에 대해서도 “편법이고, 꼼수다!”라는 반응을 보인다면, 그리고 그러한 생각을 타인에게 강요하려고만 하지 않는다면 전혀 문제될 것이 없겠다. 

지금부터 설명하는 것은 그러한 엄격한 기준을 탈피할 스탠다드인데, 기본적으로 법률에 흠결이 없는 이상 ‘합법은 비도덕하지 않다’. 그리고 병역법의 연기사유는 ‘가능성’이면 족하다. 다시 말해, 그들의 주장처럼 병역법의 입법취지가 [대학에서 졸라게 열심히 공부하는 놈이 연기된다]거나 [모나코서 완전히 눌러 살 놈이나 연기된다]에 있는 것이 전혀 아니며, 당해 법률은 [대학이나 대학원에 다닐 가능성], [모나코에 잠깐이라도 거주할 가능성]만 충족되면 합법과 도덕의 조건으로서 족하다는 것이다. 박주영은 우연한 기회에 AS모나코에 진출했고, 좋은 활약으로 모나코공국의 왕실로부터 초대도 받고, 마침 또 우연히 영주권 국가가 아니었던 모나코로부터 장기체류권을 얻었던 박주영에게 병역을 합법적으로 연기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겼던 것 뿐이다. 

이를 ‘스티브유 사건’이나 ‘엠씨몽 사건’에 비유하며 “얘네도 합법이니까 문제 없냐?”고 우기는 애들도 있는데, “반드시 군대를 가겠다”며 ‘바른 청년’ 이미지로 엄청난 인기를 끌더니 외교통상부 직원의 보증을 받은 뒤 미국에 가서 한국 국적을 포기, 병역을 의도적으로 회피하며 보증인 지위에 있던 외교통상부 직원을 곤란하게 만들었던 ‘스티브유 사건’이나, ‘열 명의 범인을 놓치더라도 한 명의 억울한 사람을 만들지 말라’는 형소법의 핵심 이념에 따라  ‘병역회피를 위한 고의발치’ 사안이 무죄 판결 받았을 뿐(이는 의혹이 없다는 것이 아니라, 정황증거만 많을 뿐 유죄를 특정 지을 증거 내지 증언이 부족했다는 의미다), 이미 ‘입영연기’ 사안 자체가 불법인 것으로 인정되어 ‘위계에 위한 공무집행방해’가 유죄로써 확정된 ‘엠씨몽 사건’이, 당연히 무죄일뿐더러, 그렇다고 말할까, 애초에 ‘사건’조차 아닌 이 일과 도대체 무슨 공통점을 갖는다는 것인지 전혀 이해할 수 없다.       

언론의 태도도 대단하다. 박주영은 기자회견에서 “입영연기는 병역을 회피할 목적이 절대 아니다. 적절한 시기에 현역으로 입대하겠다”는 의견을 밝혔고, ‘올림픽에 나가려는게 메달 따서 군대 빼려는 거 아니냐’는 질문에 대해 박주영이 “그런 부분을 생각하는 것이 아니다. 단지 좋은 팀에서 행복한 축구를 하고 싶을 뿐이다”라고 대답한 것을 오센인지 육센인지 하는 언론은 기사 타이틀을 [ 박주영, “메달 따도 병역의무 이행한다” ]라는 환타지소설같은 제목으로 갖다 붙였는데, 기자가 머리가 나빠서 저 말을 진짜 저렇게 들은건지, 인성이 나빠서 일부러 곡해한건지 참 궁금하다. 게다가 또 ‘까’들은 내용은 읽지도 않고, 제목만 딱 캡쳐해갖고 “박주영 메달 따도 군대 간댔으면서 왜 안가냐”고 떠든다. 하긴, 올림픽 전부터 박주영이 메달 따서 군대 안갈까봐 불안해하던, 심지어 박주영 군대 가라고 한국의 메달 획득 실패를 기원하던 이들이니만큼 배가 아플만도 하다. 오마이뉴스인지 오나니뉴스인지 하는 애들은 이때다 싶었는지, “님들아, 메달 땄어도 박주영 계속 까주세요”하는 궤변을 늘어놓는 기사를 하나 올려놓았던데, 한 마디로 [아담과 하와가 선악과를 따먹었으므로 인간은 예수는커녕 예수 할아버지를 믿어도 전원 지옥에 쳐넣어야죠]라는 식이라 굳이 옮길 마음도 안든다. 

하긴, 박주영이 인터뷰 안해준다고 삐져서는 존재하지도 않는 유벤투스 스카우터를 뇌내에서 창조해내선 그가 자기 옆자리에 앉아서 박주영 험담하고 나갔다는 기사를 썼던 기자도 있고(상식적으로 생각해볼 문제다. 상대편에도 미켈-타이워-아팜-오바시-오코론쿼-아이삭-카이타-아델레예 같은 대형 유망주가 있고, 같은 경기장에서는 하파엘 소비스-헤나투-헤난-브루노-필리페-주앙 레오나르도-에르나네-찌아구 끼리노-디에구 타르델리-디에고 아우베스 등 당시 세계 최고수준의 유망주들이 출전하는 브라질과 역시 볼란텐-바르네타-센더로스-주루-지글러-아폰소-살라티치 같은 선수들이 출전한 황금세대 스위스의 경기가 있었는데, 고작 한국팀의 박주영만 보러 와갖곤 그나마 박주영이 후반에 뒤집어버린 경기를 전반전만 보다가 혹평하고 나갔다면 직무유기 아닌가?), 더 고단수인 경우에는 [3대 동갑내기 축구 천재 비교, 박주영-루니-호날두]라든가 [박주영, “지단-앙리 나와!”]처럼, 박주영은 한마디도 안했는데도 알아서 네티즌들이 물어뜯게끔 해주는 악의 가득한 거짓 칭찬 기사를 올리기도 했는데, 어떻게 보면 유치하지만 어떻게 보면 또 참 무서운 일이다. 

A대표팀이 09~10년에 걸쳐 A매치 28경기 무패행진을 기록하며 월드컵 최종예선 죽음의 조를 무패 1위로 조기 통과하고, 청소년대표가 U-20 월드컵 8강, U-17 월드컵 8강에 오르고, K리그가 ACL을 8강 동아시아 쿼터를 싹쓸이하며 2연패해도, 언론의 타이틀은 "위기에 빠진 한국 축구"였고, 지금 언론은 모 종목의 리그 사무국이 개최하는 이벤트성 대회에 부여한 병역혜택 때문에 종목간 형평성 문제로 확대 논의되어 월드컵 16강 병역혜택이 폐지되지 않았더라면 이미 병역혜택을 받고 있었을, 사상 첫 원정월드컵 16강을 견인하는 중요한 골을 넣고, 사상 첫 올림픽 메달을 한국 축구에 선사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해낸 선수에게 '속죄' 운운하고 있다.



VI.결어

사실 박주영이 인터넷에서 실력도 없는 쓰레기에, 인성이 글러먹은 인간으로 묘사되어 개까이듯 까이든, 혹은 그가 한국 축구의 대들보로 찬양을 받든, 나의 인생과는 관계가 없다. 그러나 나는 하나의 인간이 갖은 오해와 거짓들로 불합리하게 모욕당하고 있는 것을 그저 지켜보고만 있기는 힘들었다. 아직 내겐, 비록 나의 인생과는 무관하더라도, 적어도 무력한 1인을 향한 부정의한 다수의 폭력에 함께 항거하고픈 그 정도의 양심은 남아있다.

정말 신기한 것은, 박주영을 비롯한 타인에 대하여는 아주 엄격한 잣대로, 비합리한 왜곡도 서슴지 않고 재단하고 평가하며 비난하는 사람들의 대부분이, 정작 스스로에 대해서는 아주 유연한 기준을 적용하고 있던 모습이었는데, 다시 한번 생각해보니 '그런 정도의 수준이니까 저러고 있겠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일 안풀리면 사회탓이나 하고 있을 모습이 좀 선하게 다가왔다. 확신컨대, 이 글에도 글은 읽지도 않고서 "글만 길었지 알맹이가 없네요"라든가 "그래도 박주영이 뒷통수치고 드래프트제 부활시킨거 맞는데요?"라든가 "박주영 메달따도 군대 간다고 했는데요? 편법인건 고정된 팩트인데요?"라든가 하는 댓글을 달 이들이 분명히 있을 것이다. 댓글을 읽는 사람들이 알아서 그들의 지성 내지 인성을 판단하게 되리란 믿음이다.

나를 아는 와이드사커 회원 여러분들께서는 알고 있겠지만, 나는 본래 '이영표 빠돌이'라 불리우던 사람이다. 물론 지금도 이영표의 팬이지만, 예전과 같은 '빠돌이'는 아니다. 거의 모든 축구팬들이 그리움의 대상으로 회상하는 지금으로선 상상할 수 없지만, 그는 불과 몇년전만 하더라도 '개영표'니 '아리랑 크로스'니 하는 조롱을 받았다. 아마 그렇게 말하던 이들조차 기억하고 있지 못하지만, 그는 2002 월드컵 이후에는 "2002 월드컵 때는 송종국이 훨씬 더 나았어"라든가, 2004년 즈음에는 "이영표는 아리랑 크로스니까 왼쪽에는 김동진을 써야돼"라든가, 2005년에는 "박지성은 빅리그에 가야하지만, 이영표는PSV에 남는게 낫겠어"라든가, 심지어 'PSV 듀오'가 세간에 언급될 때 항상 박지성의 이름 뒤에 '박지성·이영표'라는 식으로 거론된다든가, 뭐 그런 식의, 사실 박주영에 비하면 별로 억울할 것도 없는 약소한 저평가를 받고 있었다. 그러나 나는 '개영표'의 '아리랑 크로스'가 포르투갈을, 이탈리아를, 아약스를, AC밀란을 물리치는 것을 보았고, 그렇기 때문에 내가 인정하는 선수가, 한국 축구에 반드시 필요한 인재가 불합리하게 저평가 당하는 것이 싫었다. 토트넘에서의 활약 이후 누구나 이영표를 인정하고, '개영표'가 아닌 '영표형'이 그의 이름이 되었을 때, 나는 99년도부터 사랑해 온 선수의 '빠돌이'짓을 마음 편히 접게 될 수 있었다. 

‘까’들은 조금만 부진하면 ‘저새낀 축구도 못하는 게 인맥빨로 축구하네’라며 2ch 일본인 같은 말을 떠들다가, 잘하면 ‘사실 난 실력 때문이 아니라 저새끼 멘탈 때문에 까는거야’라며 스스로를 정당화시키고 있다. 축구를 사랑하는 사람이 바라볼 때 너무나도 마음씨가 곱고 성숙한 박주영이 왜 이런 취급을 받아야 하나? 베이징올림픽 이탈리아전에서 0-3으로 참패한 이후, 언론기피증으로 알려진 박주영이 주장 김진규 대신 그 엄청나게 불편했을 인터뷰 자리에 대신 나와서 이렇게 말했다. “세계수준의 팀을 만나 실력의 차이가 명백하다는 걸 느꼈다. 선수들 모두 최선을 다해 뛰었기 때문에 후회는 없다. 앞으로 더 열심히 훈련해야겠다고 느꼈다. 이런 경기를 통해 발전할 수 있을 것이다.” 이탈리아전에서 명백한 힘의 차이를 느끼고 깨끗하게 졌기에 나도 속은 상하지만 별로 기분이 나쁘지는 않았기에, 정말 박주영의 인터뷰가 너무나도 어른스럽고 훌륭하다고 생각했다. 그렇지만 박주영은 ‘승부욕이 없다’, ‘반성을 안하네’, ‘축구장 물이나 채워라’라며 또 한번 물어 뜯겼다. 후배 선수들이 미쳐서 “이렇게 따뜻한 사람인 줄 몰랐다. 너무 사랑한다. 미치도록 좋아한다”고 고백하는 게 아니다. 어려운 상황에서도 팀원들이 포기하지 말 것을 독려하고, 어린 선수들의 이름을 만나기도 전에 다 외워서 먼저 다가가주고, 유명한 선수랍시고 우쭐대지 않고 언제나 솔선수범해서 궂은 일을 도맡는, 그래서 같은 팀에서 뛰는 선수 모두가 사랑해마지 않는 그가, 왜 왜곡된 사실들로 인해 인신공격을 당하고 인격적 모독을 당해야 하는가? 이렇게 착하고, 철들었으며, 인성이 된 선수도 사실 드문데 말이다. 

'까'들은 "빠가 까를 만든다"는 핑계를 대지만, 나는 언제나 '까'들로 인해 '빠'가 되었다. 특히 박주영처럼, 압도적으로 '까'가많은 선수에게 도대체 "빠가 까를 만든다"는 핑계가 가당키나 한 것인지 의문이다. 나는 조만간 박주영에 대한 이 부정의한 인신공격들이 사그러지길 기대한다. 그가 그저 정당한 정도의 평가를 받을 수 있게 되길 바란다. 그래서 내가 '영표형'의 '빠'로부터 자연스레 벗어날 수 있었던 것처럼, 박주영의 '빠' 신분으로부터 하루 빨리 벗어나게 되길 소망한다. 그리고 그 때까지, 나는 그에게 특별한 감정을 가진 채 그의 미래를 축복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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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글작성자:Quexieq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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