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때문에 싸우다싸우다 이제는 게임 자체가 혐오스러울 지경이에요.
정말 마지막이라고 생각하고 글을 남겨요.
결혼 생활의 마지막이라는 얘기가 아니라,
이 문제가 정말 답이 없는 것이라면 그냥 남편을 놓으려고요. 신경안쓰고 살고싶어요.
사귀면서부터 지금까지 햇수로 5년동안 저희 부부의 싸움 원인 반 이상은 게임이었어요.
사귈 떄 게임하느라 약속시간에 늦는 건 다반사였고 에피소드를 얘기하자면 수도 없어요. 남편의 온 신경은 게임을 향해 있어요.
밤에는 게임하는 남편을 기다리다가 혼자 잠든 날이 많았고, 아침에 눈뜨면 게임하고 있는 남편의 뒷통수를 보는 것이 일상이었죠.
결혼 후 얼마지나지 않아서 남편이 결혼 직전과 결혼 후에도 게임아이템으로 150만원을 결제한 걸 알게되었어요.
그 날 후로 경제관리는 제가 맡기로 했고, 가끔 제가 타박을 주긴 했지만 그래도 게임 좋아하는 걸 알기에
그 이후에도 가끔 게임 아이템을 결제해줬어요. 곧 다가오는 생일선물에도 게임아이템을 샀죠.
아이템 결제 이야기를 하는 건 제가 할 수 있는 만큼은 남편의 취미를 존중하려고 했다는 말을 하고 싶어서에요.
남편 나름대로 할말은 있을거에요. 저와 같이 시간을 보내려고 노력했다고요.
알아요. 정말 흔한 얘기이지만 이것만 빼고 좋은 남편이라는걸요. 주변에선 다들 다정한 남편만났다고 그러거든요.
그런데 전 왜 남편에게 우선순위는 항상 게임이라는 느낌을 지울수가 없을까요?
출근전 잠깐 짬이 나면 아이템받는다고 30분, 일갔다와서 스트레스받으니까 또 몇시간, 잠이안와서 또 몇시간..
핸드폰을 봐도 게임얘기, 유트뷰를 봐도 게임동영상.. 남편의 세상엔 온통 게임이에요.
수없는 싸움끝에 하루에 두시간정도만 게임을 하기로 했을때에도 지켜지지 않을 것이란 걸 알았지만 역시나 오래가진 못했어요.
주말이나 쉬는 날에는 하루종일 게임을 해도 별말 안했어요. 가끔 오래하고 싶은날도 있을테니까요.
어제 싸우면서 남편이 그러대요, 게임을 하루에 두시간만 하는 건 사실 말도 안되는 개소리라고..
그냥 저와 더 싸우고 싶지 않아서 억지로 알겠다고 한거래요.
집에 와서 샤워하자마자 컴퓨터로 직행하는 남편과 어제 싸우면서 남편에게 내가 무슨 욕구충족용이냐고 그랬어요.
오바해서 한 소리이긴 해도 밥먹거나, 보고싶은 드라마가 있거나, 저와 잘때 아니면 게임하러 가거든요. 아닐때도 물론 있긴하네요..
이 얘기를 하자마자 남편은 폭발해서 미쳤냐고 꺼지라고 소리를 박박 질렀고, 비소를 지으며 저를 경멸하는 눈빛으로 쳐다본 남편에게
저는 싸대기를 날렸어요. 쓰고 보니 정말 막장부부네요..
게임으로 수없이 싸우다보니 우리 부부에게 게임에 대한 건 대화로 타협이 되는게 아니란 걸 알았어요.
남편이 저를 놓을지언정 게임을 놓진 않을거라는 걸 깨달았거든요. 죽을때까지 못끊을거에요 아마.
처음부터 얼마전까진 아예 게임을 끊으라고 바란것도 아니었지만 이제 게임이 혐오스러울 지경이라 남편이 게임하는 모습 더이상 보고싶지 않아요.
쓰고보니 두서없는 하소연이 되어버렸네요.
그냥 어디에라도 말하고 싶었어요.. 여긴 한국이 아니라서 말할 친구도 없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