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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 무에서의...
게시물ID : panic_91371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Y-
추천 : 10
조회수 : 1163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6/10/30 23:4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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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작글

나는 걷고 있었다.


아무 것도 없는 세상을.


그저 정처없이 걸어다녔다.



확실한 것은 지금 콘크리트 길 위를 걷고 있다는 것이다.


딱딱하고 차갑다.


주변에는 아무 것도 없다.


사실 무언가가 있을 지도 모르지만


아무 것도 보이지 않는다.


그저 걸을 뿐.



왜 나는 이 곳에 있는 걸까.


왜 나는 혼자서 이 곳에.


나는 내 자신이 무엇인지도 모른다.


다만 눈을 떴을 때 나 혼자 였다는 것 만을 기억하고 있다.



딱딱하고 차가운 콘크리트 길에서 벗어나 바닥은 보도블럭 같은 느낌이 되었다.


그냥 돌 길인가?


잘은 모르겠지만.


내 양 손으로 주변을 더듬거렸다.


그래도 아무 것도 없다.



문득 두려워졌다.


아무도 없었고 그 누구도 만난 적 없기에 그러한 두려움을 느끼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지만


나는 소외감에 두려워졌다.


그리고 의문은 의문을 이끈다.


나 말고 다른 사람이 없기에 나타나는 소외감은 어떻게 해야하는가?


그럼 소외감은 해결될 수 있는가?


나는 누구인가?


나는 존재하는가?


갑자기 무서워졌다.


내 존재에 대해 확신이 들지 않았기 때문이다.


두 손으로 얼굴을 더듬었다.


있다.


그 한가지 단순한 사실은 나에게 있어서 모든 것이었다.


있다는 것.


그 한가지가.



자박자박 소리가 들린다.


이것은 흙이다.


어느새 흙길에 접어들었다.


그리고 나는 또 한가지 사실을 깨닫는다.


왜 나는 이런 것을 알고 있을까.


콘크리트이든, 돌이든, 흙이든.



나는 그런 것을 배운 적이 없었을 것이다.


문명에 대해서도 죽음과 생에 대해서도


존재에 대해서도 누구에게도 배운 적이 없었다.


그렇다면 나는 왜 알고 있는가.



이 질문에 대한 답은 매우 간단했다.


모른다.


그냥 그렇다는 것 만은 깨달았다.


그건 그렇고 여긴 꽤나 따뜻하다.



콘크리트보다, 돌길보다 온기를 느낀다.


차가움에서 따뜻함으로.


걷는다.


그저 걷는다.


걸으면서 물었다.


수많은 질문을.


그리고 수많은 질문의 답을 깨우치게 되었다.


깨우치기 보다 이미 알고 있었던 것이지만.


하지만 단 한가지.


혼자인 것이 너무나도 슬펐다.


발이 촉촉했다.


진흙인가 싶었지만 그것은 나의 눈물이었다.


나의 눈물이 땅을 적시고 있는 것이다.



그렇게 울었다.


땅에 무릎을 꿇고 울었다.


바닥을 치며 울었다.


울음이 그쳤을 때, 바닥은 온통 진흙이었다.


진흙을 꽉 붙잡았다.


그리고 모든 것을 깨닫게 되었다.


내 고독과 모든 진리에 대해서.



이 고독이 가실 일은 없겠지만


지금보다는 따뜻하고.


지금보다는 행복할 것이다.



그 것을 깨닫자 내 양손에는 작은 돌멩이가 한개씩 쥐어져 있었다.



나는 마지막 질문을 던졌다.


내가 걸어온 길을 걷게 될 것이다.


내가 깨달은 진리들을 차차 깨닫게 될 것이다.


결국 고독이 삶이라는 것을 깨닫게 될 것이다.


그래도 나는 움직일 것인가?



꽉 돌멩이을 쥐었다.


그래도.


없는 것보단 낫다.


결국 자멸할 것을 알지만


그래도 그 시간 전까진 외롭지 않겠지.


나는 두 돌멩이를 들고 맞대었다.


그럼 움직이자.


돌멩이를 세게 쳤다.







יהי אור
출처 יהי אור - 빛이 있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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