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때 부터 계속 강아지를 키워왔지만 집에서 태어나서 하늘나라로 갈 때 까지 함께한 아이는 처음이었었습니다.
만 15년 꽉꽉 채우고 수명이 다 되어 가는 것이니 행복하게 잘 살다가 가는것 맞죠?...
삼남매로 태어난 아이들에게 어머니 아버지가 호두(남), 자두(여), 앵두(여)라고 이름 지어 주셨습니다.
첫째인 호두는 막 뛰어다니기 시작 할 때 바람이 많이 부는 여름날 방문이 닫히는 바람에 문틈에 끼어
하늘나라로 갔는데 15년만에 여동생과 만나게 되었네요.
태어날 때 부터 함께했다고 했는데 사실 우리 가족중에 저만 아이들이 태어나는것을 보지 못했어요.
군대에서 상병 말 즈음에 가족들이 아이들의 어미인 이슬이를 데리고 면회를 온다고 했는데
데려와도 되나 걱정도 되었지만 몸집이 작은 아이라 눈에 잘 띌것같지도 않고 너무 보고 싶어서
잘 안보이게 꽁꽁 싸매서 데려오라고 했습니다.
위문소로 갔더니 개 집까지 통째로 들고 오셨더라구요...
벙쪄있는 와중에 누워있는 이슬이 다리 사이로 생쥐만한 꼬맹이들이 꼼지락 거리더라구요.
그 때가 앵두를 처음 본 날이었습니다.
우리집은 삼남매인데 마침 강아지도 세 마리가 함께 태어나 각자 하나씩 책임지기로 했습니다.
세상에 나온지 얼마 되지 않아 겨우 눈 뜰 때 였는데 유독 한놈이 저랑 눈을 맞추는것 같아
"얘는 내꺼!" 라고 찜을 했는데 그 아이가 앵두였습니다.
제대 하기 전에 집에서는 어미까지 네 마리를 같이 키우다보니 힘이 들어 가장 작고 이뻤던
호두를 남기고 두 아이는 입양을 보내기로 했다더군요.
그런데 그 사이 호두가 저 멀리 가버리는 바람에 남은 앵두 자두는 끝까지 함께 키우기로 했습니다.
어미인 이슬이는 첫 출산에 노산이라 아이들을 낳고 몸이 많이 안좋았는데 가장 이뻐하던 호두가
먼저 가 버리니 삶의 의욕을 잃었는지 손쓸틈도 없이 급속하게 쇠약해져 호두 곁으로 갔습니다.
말년 휴가 때 집에 오니 면회 때 봤을 때는 넷이었는데 앵두 자두 둘만 남아있더군요.
둘 다 여자아이었지만 어미인 이슬이가 아이들을 낳고 하도 고생하다 간 터라 새끼는 보지 않기로
하고 끝까지 키우기로 했습니다.
시간이 지나고 나서 호두를 찜했던 막내 동생이 앵두, 자두가 딴집가기 싫어서 바람부는날 자고 있던
호두를 둘이 문지방위에 올려놨을지도 모른다고 농담을 해서 온 식구가 한참을 웃었던 기억이 나는데
15년이 넘게 지난 오늘에야 이슬이와 호두 곁으로 가버렸네요.
앵두는 걷지도 못할 때 제가 한번 보고 찜한것을 아는건지 유독 저를 따라서 다른 식구들이 서운해 할
정도였고 잠도 제 품안에서만 잤는데 이젠 그 체온을 느낄 수가 없게 되어 너무 슬습니다.
특별히 아픈데가 있었던것도 아니고 수명을 다 하고 간데다가 워낙 착하고 똑똑해서 15년동안 혼낸적이
손에 꼽을 정도이고, 나름 정말 아껴주고 사랑했다고 자부하지만 좀더 잘 해주고 산책도 자주 시켜줄껄 하는
미련이 남는건 어쩔 수 없나봅니다.
한편으로는 이제 혼자 남은 자두가 걱정이네요.
아직까지 너무 건강하고 잘 뛰어다니지만 태어나서 15년 동안 한시도 앵두와 떨어지지 않았고
지금까지 한번을 안싸우고 사이좋게 지냈는데 이제 앵두가 없으니 그 뒤를 빨리 쫓아가고 싶어 하는건
아닌지 걱정입니다.
앵두야 안녕...15년동안 정말 즐겁고 행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