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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에는 혼이 깃든다
게시물ID : panic_91430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눈물의무게
추천 : 10
조회수 : 1074회
댓글수 : 1개
등록시간 : 2016/11/07 02:0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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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작글
할아버지가 사라졌다.
 
할아버지는 동화작가로, 언제나 산속의 집에 틀어박혀 글을 쓰신다.
글을 쓰시는 동안에는 밖으로 나가지 않기에, 주말에는 친척들이 생필품등을 조달하거나 청소를 해주거나 한다.
그러다가 글을 쓰는 것이 끝나면 출판사로 바로 보내지않고, 직접 인쇄소에 의뢰를 해 1권을 제본한다.
그 1권을 나에게 보내 미리 읽어보게 하고 이상한 점을 확인하는 것이 할아버지의 방식이다.
 
하지만 토요일에 친척들이 집에 들어왔을 때에는 그는 없었고, 단지 책상 위에는 포장되어있는 소포와,
손자인 나에게 보내달라고 적혀있는 종이만 남아있었다.
처음에는 할아버지가 잠시 어딘가에 가신줄 알고 친척들 중 고모는 소포를 나에게 보내고 돌아왔다.
고모와 친척들은 그집에서 할아버지가 돌아올 때까지 기다렸지만 결국 돌아오지 않았다고한다.
 
할아버지가 사라졌다는 전화는 방금전에 받았다.  
물론 찾아가서 경찰의 조사도 받았지만 아무런 도움도 되지않았다.
며칠동안 친척들과 할아버지를 찾으려 돌아다녔지만 전혀 보이지 않았다.
 
그렇게 집으로 돌아와서 정신적으로 피곤해진 몸을 쉬고있을 때,
고모가 보냈던 소포가 도착했다.
 
소포의 안에는 단순히 평소처럼 할아버지가 보낸 편지와 그가 쓴 책 1권이 들어가있다.
 
편지의 내용은 간단했다.
"이번에도 미리 너에게 책을 보내본다. 아마 이 책은 다른 책과는 다를거야.
내가 매우 심혈을 기울여 썼으니까. 분명히 특이한 느낌이 들꺼야.
나도 글을 쓰는 동안 느낌이 달랐으니까. 아마 내가 장인이 되가는걸까?
장인은 작품에 혼이 담긴다는 말이 있으니까. 그럼 재미있게 읽고 비평 부탁한다. OO야."
 
편지에서는 할아버지가 사라진 이유를 못찾았다.
그렇다면 남은 단서는 책속에 있는 건가?
그런 생각을 하면서 책을 펼친다.
 
책의 내용은 단순한 동화처럼 보였지만 아니였다.
흥미진진하여 점점 동화 속 내용에 집중하기 시작하며 한장,한장씩 넘어가고 있었다.
그러던 중 종이의 배경에 조금 이질적인 느낌을 받았다.
자세히 보니, 아이들의 배경에 누군가가 있다.
배경에 맞지않는 노인의 그림. 단순한 배경으로 넘길수 있었지만,
노인의 특이한 옷차림과 머리모양은 할아버지를 떠올릴수 있었다.
 
설마 그림책 속으로 들어가버린걸까? 하지만 말도 안됀다.
사람이 그런걸 할리 없잖아. 하지만.......
여러가지 생각이 들다보니 너무 졸리다.
 
난 나머지는 내일 생각해보기로 하고 일단 침대에 누웠다.
너무 피곤해서일까, 잠시 쉬려고 누웠는데 푹 잠들어버렸다.
 
하지만 특이한 꿈을 꿨다. 아주 불길한 꿈.
꿈속에서는 동화 속의 주인공인 여자애가 서있었다.
'이녀석이 한짓이다.'라는 감각이 이 아이에게 느껴졌다.
말을 꺼내려 했지만 상대가 먼저 말을 꺼냈다.
 
"정말이지, 너의 할아버지는 기분나쁜 사람이었어."
"대체 왜 이런 짓을 한거야? 할아버지를 돌려줘."
"미안하지만, 난 그녀석을 필요하거든."
"할아버지가 무슨 일을 저지른 거야?"
"뭐, 간단하게 설명할께. 나는 이 책의 주인공이야. 알지? 너의 할아버지는 나에게는 세상을 만드는 사람이야.
나의 인생을 만드는 사람이지. 하지만 나를 봐. 이 모습. 이 더럽고 추잡한 모습을. 대체 누가 날 주인공이라고 생각하겠어?
난 더 즐거운 삶을 살고 싶었어. 너도 그럴꺼아냐? 다른 주인공은 맛있는 걸 먹으면서 좋은 옷을 입고, 좋은 사랑을 하고. 모험을 하지.
하지만 난? 나는 친구도 없어. 옷은 누더기에. 몸엔 냄새가 나고. 심지어 모험은 커녕 마을 밖으로는 나가지도 못하고, 나의
이야기는 끝나는거야! 너가 날 이해할수있어? 태어나자마자 운명이 정해져있는걸 견딜수 있냐고! 하지만 괜찮아. 그가 있으면
난 다시 시작할수있어. 나쁜 꿈은 날려버리고 새로운 시작을 하는거야."
"미안하지만 그건 안돼. 할아버지는 못데려가. 할아버지를 돌려줘!"
그녀의 뒤의 배경이 검어진다. 점점 꿈이 일그러져간다. 그녀의 주위로 검은 덩어리가 퍼지기 시작한다.
"난 견딜수가 없었어! 내가 죽는건 싫어!" 그녀의 손에는 칼이 들려있다. 저것도 분명 동화에서 본 것같은데.......
 
난 그녀의 칼을 피하며 도망가고 있다. 그녀의 눈에는 이제 피눈물이 흐른다.
"난 죽기싫어! 죽고 싶으면 너희들이 죽으란말야! 왜 나야.... 왜 나냐고!"
그녀를 피해다니다가 무언가가 검은 덩어리에서 보였다.
검은 덩어리 속에서 손이 보인다. 분명 주름진 손으로 보아 할아버지일 것이다.
그의 손을 잡고 당기기 시작하지만 빠지지는 않는다.
"뭐하는 거야? 그놈이 있어야 난, 내 이야기를 다시 쓸수있다고!"
그녀는 칼을 휘두르며 다시 나를 찌르려한다.
할아버지는 조금씩이지만 빠져나오고있다.
"그만해! 나를 방해하지마!" 그녀의 칼이 내 등에 닿는다.
조금만, 조금만 더! 할아버지가 거의 빠져나온다!
그 순간, 내 등에 강한 통증이 느껴진다.
하지만 여기서 멈출수는 없다. 멈추지않고 할아버지를 당겨내서 그를 빼내는데 성공했다.
 
할아버지를 덩어리에서 빼냈지만, 난 바닥에 쓰러졌다.
주인공인 그녀는 눈앞에서 울고있다.
나는 그녀가 공격을 할까봐 몸을 최대한 웅크리지만 그녀는 칼을 떨어트린다.
"이미 결말이 난 동화의 주인공은 멋대로 행동할수 없어. 잘못했다가는 이야기를 망치니까."
 
그녀는 내 앞에 앉아서 말을 건다.
"왜, 너는 나를 방해한거야?"
"그야 할아버지를 구하려고......"
"그러니까, 왜 할아버지를 구한거야? 잘못하면 너도 죽을수 있는데."
"그러니까! 할아버지를 좋아하니까. 그래서 구하려 한거야."
"아니, 내 말은, 넌 날 이해해줄줄 알았어."
"대체, 내가 왜 널 이해해주냐?"
"어, 설마 아직 모르는거야?"
"뭐가? 뭘 말하는거야?"
"아냐, 모르면 됐어. 어차피 너도 알게될거야."
 
그 말을 끝으로 꿈에서 깨어났다.
꿈에서 깨어난지 얼마되지않아 전화가 걸려왔다.
친척들이 할아버지를 집에서 찾았다는 것이다. 침대에서 자고있는걸 경찰이 다시한번 수색할때 발견했다고 한다.
 
뭐든게 원래대로 됐어.
할아버지가 쓴 동화를 다시 한번 보니 주인공은 울고 있는 것 같았다.
할아버지에게 내용을 조금 밝게 쓰라고 답장을 해야겠다고 생각해 전화기 쪽으로 움직이려했으나
문이 열리지 않는다. 아니, 전화기 쪽으로 갈수 없다.
갑자기 강한 기시감이 든다. 벽지 뒤에서 그것이 강하게 느껴진다.
나는 미친사람처럼 달려가 벽지를 잡아뜯는다.
하지만 벽은 없고 검은 공간이 있다. 그 곳에는 눈동자들이 있다.
눈동자들이 나를 쳐다본다.
 
그 눈동자들에게서 말이 들린다.
"할아버지, 이 책은 재미있어요! 진짜 사람들을 나타낸 것처럼 생생했어요!"
"그렇지, 내가 이번 작품에는 신경을 기울였어. 바로 장인처럼 작품에 혼을 깃들게 한거지."
 
나는 그런 소리를 들으며 방금 했던 대화가 생각난다.
 
이미 결말이 난 동화의 주인공은 멋대로 행동할수 없어. 잘못했다가는 이야기를 망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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