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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시물ID : sisa_91468 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음Ω
추천 : 2
조회수 : 886회
댓글수 : 1개
등록시간 : 2010/10/06 20:12:44
2006년경 백혈병환우회라는 곳에서 성모병원에 부당청구반환소송을 냈습니다. 성모병원에서 백혈병 치료에 보험기준과 맞지않는 약을 투여 하였고 이로 인해 부당이익을 취하였으니 진료비 일부분(40-60%)을 돌려달라고 소송을 냈습니다. 보건복지부 및 건강보험관리공단은, 보험기준에 명시되지 않는 치료를 하였으므로 이것은 부당청구에 해당된다. 그러므로 성모병원측은 환자들에게 169억원, 1인당 1400~4000만원을 돌려주라고 하였습니다. 성모병원은 국내최초로 골수이식에 성공한 이후 백혈병에 관해서 국내에서는 독보적인 병원이며, 세계 5대 백혈병센터입니다. 당시 신문기사는 이렇게 났습니다. '백혈병환우회 "성모병원 부당청구이익금 반환하라." 부당청구금액 169억원 넘어. 병원 이놈들 정말 나쁜놈들입니다. 백혈병치료에 어마어마한 돈이 드는데 그런 불쌍한 환자와 보호자들을 상대로 부당이익까지 취했습니다. 일반인들은 잘 모르겠지만, 그리고 신문기사에도 나지 않았지만, 현행 건강보험공단에서 정해놓은 보험치료 기준을 따라 치료를 하면, 그야말로 지금 납입하고 있는 의료보험료 정도의 수준으로 치료를 받게 됩니다. 후진국의 치료를 받게 되는 것이죠. 하지만 어떻게 세계적인 수준의, 아시아 최고의 병원으로 일어설 수 있었느냐? 최신치료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이고 가톨릭중앙의료원 에서 많은 지원을 해주었습니다. 지금 이 글을 읽는 사람중에 골수이식은행에 등록하신 분이 얼마나 있나요? 장기기증, 헌혈, 사람들의 인식은 조금씩 좋아지고 있지만 아직 우리가 선진국이라고 부르는 나라들에 비하면 한참 멀었습니다. 딱 맞는 골수를 구할수가 없어 대충 맞는 골수라도 이식하고 이에 따른 거부반응, 합병증을 치료하는 것은 정말 힘든 일입니다. 최신치료는 보험이 적용되지 않습니다. 효과가 검증되지 않았다는 것이 보건복지부의 설명입니다. 실상은, 효과는 외국에서 이미 검증이 되었지만 지금 국내에 적용하기엔 비용이 너무 많이든다... 이것이 정답입니다. 백혈병에 있어 A, B, C라는 약이 있습니다. A는 개발된지 오래 되었고 어느정도 효과가 있고 쌉니다. B라는 약은 더 큰 효과가 있지만 비쌉니다. C라는 약은 단독으로는 효과가 없지만 B약의 효과를 높여주거나, B약에 의한 부작용을 막아줍니다. 현행 보험상으로는 A만을 사용해야 합니다. B를 쓰는 것은 과잉진료이며, B+C를 쓰는것은 사기꾼입니다. 그래도 쓸 수 밖에 없습니다. 그것을 사용함으로서 1명이라도 더 살 수 있다면 왜 안쓰겠습니까? 그래서 성모병원측은 나름의 신념대로 치료를 하였습니다. 백혈병 완치율도 국내최고입니다.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완치가 되었고 정상적인 삶을 살았습니다. 그런데 낫고나니 돈이 아깝습니다. 그러던중, B+C약을 쓴 것에 대해서 건강보험관리공단에 문의하면 진료비를 환급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았습니다. 그래서 소송을 걸었습니다. '과잉진료'로 얻은 '부당이익'을 돌려달라고. 병원에서는 난리가 났습니다. 약을 사용함으로서 발생하는 이익은 '제약회사' 가 갖고가고 병원측에는 남는 것이 없습니다. 약제가 실거래 무슨법에 의해서 그렇습니다. 거기다 백혈병환자를 진료함으로서 병원측은 계속 적자가 나고 있었습니다. 현행 보험에서는 골수 검사를 하는 바늘도 계속 재소독해서 사용해야 하며, 무균실이나 기타 여러가지 제약이 많기 때문입니다. 나라에서는 만원을 주면서 3만원이 드는 검사를 하라고 했습니다. 하지만 병원에서는 세계최고라는 자부심이 있었고, 경제적인 문제로 인해 치료를 포기할 수 없었기 때문에 적자가 나는 상황에서도 백혈병치료를 계속하였습니다. 완쾌된 환자의 웃음과 스스로의 자부심이 유일한 보상이었습니다. 그런데, 완쾌되어 나간 환자들의 일부분이 돈을 돌려달라고 하였습니다. 잠도 못자고, 밥도 못먹고, 내 가족들 만나러 갈 시간도 없이 오직 치료에 전념했던 사람들은 심한 배신감을 느꼈습니다. 그리고 허탈했습니다. 내가 무엇을 위해 그 많은 밤을 지새웠는지, 나에게 남은 것이라고는 '과잉진료' 및 '부당이익' 뿐입니다. 거기다 병원은 오래전 부터 적자였습니다. 169억원을 물어주려면 병원을 닫아야 합니다. 당시 의무원장이었던 사람은 이렇게 이야기 하였습니다. '우리는 어떠한 부당이익도 취한적이 없으며, 이것을 물어주면 우린 백혈병진료를 포기해야 할 수도 있다.' 현행보험구조상, 진료를 하면 할 수록 적자가 나는 질병인데, 돈까지 물어주는 것은 둘째 치고라도 차후 보험기준에 따라서만 치료를 해야 한다면, 그것이 차선의 치료가 될지는 몰라도 최선의 치료가 아닌 것을 내가 알고 있으면서도, 환자에게 그런 치료를 해야 한다면 차라리 진료를 하지 않겠다는 것이었습니다. 환우회측과 언론에서는 다시 난리가 났습니다. '성모병원, 백혈병 치료 않겠다. - 환자를 볼모로 가족까지 위협해.' ...... 이쯤되면 내가 살아온 인생 모두가 회의가 들겁니다. 그리고 화도 났습니다. 오랜 토론끝에 백혈병환우회에 맞대응 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내가 옳다고 믿고 살아온 대로 살아가기로 했습니다. 지금까지 하던 것 처럼. 그리고 2009년, 서울행정법원에서는 성모병원이 환자에게 이들 진료비를 임의비급여했지만 △생명이 위독한 환자의 치료를 위해 △수진자의 사전 동의를 받고 △의학적 타당성이 인정되고 △약제나 치료재료 비용을 실거래가 범위에서 청구했으며 △공단이나 환자로부터 비용을 보전 받을 수 있는 절차가 마련돼 있지 않아 부당청구라고 할 수 없다 라고 판결이 났습니다. 하지만 이것은 언론에 별로 보도되지 않았죠. 그리고 성모병원을 '백혈병이라는 목숨이 걸린 환자를 상대로 부당이익을 취하는 병원' 이라 비난했던 수많은 사람들은 이미 잊었습니다. 하지만, 이 일로 인해 의사-환자의 신뢰관계는 완전히 깨졌습니다. 의사는 환자를 하나의 인간으로 보기에 앞서 하나의 병으로 보고 환자는 더이상 의사의 말을 믿지 않습니다. 그리고 그것이 회복되는 것에는 훨씬 오랜 시간이 필요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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