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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포 심리] ROOM - 12. 일기 (완결)
게시물ID : panic_91471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아카스_네팔
추천 : 3
조회수 : 534회
댓글수 : 1개
등록시간 : 2016/11/09 20:58:44
ROOM
                                                                          

                                                        akash_nepal


12. 일기


의문은 집으로 돌아와서도 풀리지 않았다.

'그녀를 찾아간 사람들은 누구였을까? 그녀는 왜 그들을 만난 후 그렇게 힘들어 했을까? 그녀는 왜 약을 끊었을까? 도대체 최근 그녀에겐 무슨 일이 일어났던 걸까?'

처방과 지시를 따르지 않다가 발작이 찾아왔고 발작 중 심장마비로 인해 치료 중 사망.

병원 측의 주장이었다. 하지만 그녀에게 그럴 수밖에 없었던 사정이 있었다면? 아무리 궁리를 해봐도 혼자서 해결할 수 있는 의문은 하나도 없었다.
그녀와 친했다던 담당 간호사, 김 간호사라 했다. 아무래도 그녀를 한 번 더 만나야 할 것 같아서 며칠 후 나는 병원에 전화를 걸었다.

"죄송합니다. 김간호사님은 다른 병원으로 전근을 가셨습니다. 개인 전화번호는 저희들이 임의로 알려드릴 수가 없습니다."

환자가 쓰러진 것도 제때 발견하지 못한 병원 잘못이라고 한바탕 뒤집어 놓은 후라서인지 병원 측의 태도는 딱딱했다. 의료분쟁 소송에 대비해 괜한 논란거리를 만들지 않으려는 것 같기도 했다. 타 병원으로 전근을 간 직원의 개인정보는 알려줄 수 없다는 게 그들이 내세우는 이유였다.

그들의 고압적인 태도와 비례해서 커져가는 의문은 내가 그녀의 일기장을 꼬박 밤새워 읽게 만든 이유이기도 했다.
다음날 동이 틀 무렵, 붉은 눈을 하면서 천근만근 무거운 몸을 침대에 누이며 난 선택할 수 없는 그녀와 나의 서글픈 운명을 오랫동안 탓했다.
아무래도 난 그녀가 쳐놓은 그물에 제대로 걸려 들고 만 것 같다. 빠져나갈 수 없는 그물에 말이다. 미*년.

이제 나는 어쩔 수 없이 그들을 기다려야 할 것 같다. 나의 두통과 악몽의 장막을 걷어 운명의 길로 훌쩍 떠나버린 누이를 기리며 말이다. 그리고 결핍 없이 다시 만날 누이의 온전한 영혼을 위해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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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담시간에 용기를 내서 '방'에 대해 말했다.
괜히 말했다...
의사는 발작시 보이는 환각쯤으로 생각하는 듯하다.
방은 내 의식이라고
문제는 창문과 시계 같은 것이지 방이 아니라고 했지만 소용없었다.
토파맥스가 문제인가? 방 벽에 TOP 세 글자가 새겨질 때마다 가슴이 덜컥 내려앉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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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거의 하루 종일 거울 속에서 지낸다.
포근하고 아늑해서 좋다.
하지만 결국 길이의 차이지 끝은 언제나 비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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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선 사람들이 찾아왔다.
남자 한 명과 두 명의 여자.
주로 남자가 이야기를 했는데
무슨 말을 하는 건지 도무지 모르겠다.
사이비 종교단체 사람들 같다.
그런데 분명한 것은 나에 대해 나보다 더 많이 알고 있다는 점이다.
나보고 도와 달라고 한다. 내가?
그들을 믿어도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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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이 또 찾아왔다.
오늘은 주로 중년의 여자가 이야기를 많이 했다.
남자는 자신을 정부에서 일하는 사람이라고 했고,
나처럼 빼빼마른 젊은 여자는 많이 지쳐 보였다.
뚱뚱한 중년의 여자는 나에게 해줄 이야기가 많단다.
내일도 찾아오겠다고 한다. 나쁜 사람들은 아닌 것 같아서 그러라고 했다.
심심하기도 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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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충격적인 경험을 했다.
이건 말도 안 된다. 중년여자는 영매사였다...그리고 날 찾아온 사람은
셋이 아니라..넷이었다. 남자, 그리고 무당, 그리고 젊은 여자.....그리고 그녀와 함께 온 은솔.
어디까지 믿어야 할 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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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그들이 찾아왔다.
오늘은...그들이 영상을 보여줬다. 도대체
나에게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걸까?
그들이 나에게 인사를 하고 떠났다.
하지만 나는 그들이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건지 안다.
그들은 나에게 언제든지 부르면 온다고 했다.
지용이란 사람이 너무나 야속하고 원망스럽다. 왜 그렇게 죽어 내 인생을 망쳐놓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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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왜 나일까? 왜 나지? 내가 정신병원에 있어서? 아니 내가 여자라서? 영매사가 나에게 한 말이 뇌리를 맴돈다.
내가 앓고 있는 망각의 기능상실과 뇌전증...
동생의 지독한 두통과 악몽...
그게 다 반쪽 영혼의 후유증이라고 한다.
반쪽 영혼들...
동생과 나는 반쪽 영혼을 가지고 태어났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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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심했다.
아무래도 이길밖에 방법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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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생이 나타났다. 사실 큰 기대는 안했었는데.
어찌나 소리를 질러대는지 거울 속까지 귀가 멍멍하다.
이제 녀석과의 만남을 준비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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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꾸 방이 찌그러진다.
약을 끊어야겠다.
바보 같은 의사들은 방을 없애려고만 한다. 방이 문제가 아닌데 말이다.
나의 의식은 아무 문제가 없다. 환부를 치유하지 않고 의식을 깡그리 없애 버리려는 의사들...너희들은 돌팔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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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생새끼가 또 물로 날 죽였다. 도대체 몇 번째인지 모른다.
괜히 불렀나?
등신 같은 새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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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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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 속으로 들어가면 처음부터 다시 시작된다.
이번에 끝내야 하는데.
녀석이 안 도와준다.
혹시...녀석도 알고 있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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녀석은 자신의 기억이 리셋 되는 것을 모르는 것 같다. 그런 그가 부럽다.
잊을 수 있다는 것
잊혀 진다는 것은 얼마나 행복한 일인가?
정말...내가 결심만하면 이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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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상 현재를 살아가는 녀석이 부럽다
난 켜켜이 쌓여 있는 과거를 감당하기에도 벅찬데.
나도 그처럼
현재를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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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명을 거부하지마라.
그들을 미워하지 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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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동생이 내 손을 놓지 않길.
오늘이 마지막이길...
그리고 그의 삶이 의미 있길...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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