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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즉흥글] 중2병 말기 청년의 고백
게시물ID : panic_91509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못된야옹
추천 : 28
조회수 : 2643회
댓글수 : 9개
등록시간 : 2016/11/14 04:3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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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작글
 
 
 
중2병 말기 청년의 고백.
 
 
 
 
어느 날 혜성처럼 등장한, 본인을 중2병 말기의 청년이라고 소개한 20대의 한 남자의 영상은 온 세상을 발칵 뒤집어 놓기에 충분했다.
 
“아직도 폐암 때문에 담배 피우는 것을 두려워하십니까?”
“아직도 간암 때문에 음주량을 조절하며 답답하게 사십니까?”
“이제 걱정할 것 없습니다. 비용만 지불하신다면 당신들의 죽어가는 신체를 깨끗하게 교체해드립니다. 현대 과학기술이 기반이 되는 수술 따위와 비교하진 말아주세요. 이건 제가 제 목숨을 담보로 얻은 ‘초능력’이니까. 물론 횟수의 제한은 없습니다.”
 
사람들은 영상 속 앳된 얼굴의 남자를 미친사람 취급하기 바빴다. 애초에 자신을 중2병 말기라고 소개한 시점부터 청년의 말은 전혀 신뢰가 들지 않았다. 하지만, 얼마 뒤 직접적인 시술과 그 결과물이 담긴 영상을 청년이 공개했을 때, 사람들의 시선은 이전과는 확연히 달라져있었다.
 
“마, 말도 안돼! 저건 있을 수 없는 일이야!”
“그래 맞아! 짜고 치는 고스톱이라는 것 쯤, 우리가 모를 것 같아?”
“우리가 모르는 어떤 트릭이 있는 게 분명해!”
 
걔 중에선 이처럼 불신을 떨쳐버리지 못하는 사람도 있었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점차 이런 사람들은 흔적도 없이 사라져갔다. 다만, 새로운 문제점이 화두로 떠올랐다. 그건 일종의 제물 역할을 하는 인간의 가치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남자의 초능력의 전제 조건은 단 하나. 바로 교체할 건강한 몸을 가진 인간제물의 필요성이었다. 즉, 폐암 말기인 사람은 건강한 폐를 가진 인간이, 간암 말기인 사람은 건강한 간을 가진 인간이 필요하단 것이었다. 세간에서는 이를 두고 인간의 존엄성을 깡그리 무시하는 위배되는 행위라 칭하며 남자를 비난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얼마 지나지 않아 정부는 어처구니없는 법안 하나를 발표했다. 그건 ‘인간제물 보상제도’였다. 한마디로 건강한 인간과 병든 인간의 체인지 행위를 일종의 합당한 거래로 만든 것이었다. 사람들의 반발은 거셌다. 물론 가난한 서민들이 그 주를 이뤘다.
 
“시발! 장난해? 제물은 개뿔! 우리들도 인간이라고!!”
“미친 거 아냐? 어떻게 인간의 목숨을 합법적으로 거래할 생각을 하는 거냐고! 이게 인신매매와 다를 게 뭐야?”
“금수저들만 꿀 빠는 법안이잖아! 때려치워!”
 
하지만 이 반발 역시 얼마 가지 못해 수그러들었다. 그건 소위 말하는 힘 있는 자들에 의해 책정된 보상 금액 때문이었다.
 
‘건강 등급에 따라 최소 5억부터 최대….’
 
그 어마어마한 금액 때문에, 제물은 당연하게도 대부분 그렇게 비난하던 서민들로부터 충당되었다. 그들은 가족들을 위해서 이 악마 같은 제도에 자신의 몸을 기꺼이 희생했다. 마치 오래 전의 군 징집제도를 연상케 만드는 모습이었다. 슬픈 이야기지만 가족의 생계를 책임져야 하는 그들에게 이 헬 조선에서 살아남는 길은 아무래도 이것만한 게 없어보였다. 덕분에 금 수저집단은 자발적으로 거래에 응하는 그들을 고르기만 하면 그만이었다. 그리고 그건 참으로 간단한 일이었다.
 
그렇게 시간은 흘러 3년이란 시간이 지났을 때, 상위 1%에 속하는 금 수저 집단을 비롯한 국가 고위층 인물들은 매우 방탕한 삶에 찌들어있었다. 애초부터 그런 작자들이 뭐 더 방탕해질 건덕지가 있겠냐만은, 이전과는 격 자체가 달랐다. 아무리 그들이라도 이전에는 몸을 사릴 줄은 알았다. 허나, 이제는 전혀 그럴 필요가 없어진 것이었다. 어디 하나가 부러지고, 어디하나가 망가질지언정 제물만 있으면 한 순간에 건강한 몸으로 돌아오는데, 구지 몸을 사릴 필요가 있겠는가? 그저 넘쳐나는 돈 중에서 몇 푼 던져주면 만사 OK였다. 그야말로 그들은 이 나라에 군림하는 신과도 같았다.
 
그러던 어느 날이었다.
참으로 오랜만에 초능력을 가진 남자가 방송에 모습을 드러냈다.
 
“여러분, 제 능력에 다들 만족하고 계십니까? 제가 오늘 이 자리에 나온 이유는, 여러분에게 한 가지 고백 할 이야기가 있어서입니다. 그리고 장담하건데, 제 말이 끝나는 순간, 지금까지의 판도는 정확히 반대로 뒤집어 질 것입니다.”
 
남자의 말에 신분의 경계 없이 모든 국민이 귀를 기울였다. 그리고 남자는 크게 심호흡을 하고난 후에 굳게 닫혔던 입을 열었다.
 
“제 능력은 사실 ‘일시적’인 것입니다. 지금 제가 이렇게 손가락을 까딱하는 순간, 모든 것은 원점으로 돌아올 겁니다. 병들었던 사람은 본래의 병든 몸으로, 건강했던 사람은 본래의 건강했던 몸으로 말입니다. 금 수저 여러분, 그동안 즐거우셨습니까? 이제 그 즐거움을 내려놓으실 시간입니다.”
 
남자는 마치 그들에게 보란 듯 입 꼬리를 슬쩍 올리며 비열하게 웃었다.
 
“장담컨대 그동안 제 능력만 믿고 방탕하게 사셨던 만큼 원점으로 돌아왔을 때, 데미지는 여러분이 상상하시는 그 이상일 것입니다. 각오하시는 게 좋을 걸요?”
“그리고 어쩔 수 없이 제물이 되셨던 서민여러분! 혹시라도 받은 돈에 대한 걱정은 하지 마세요. 여러분이 지금까지 이들에게 받았던 거액의 돈은 당신들의 것입니다. 당신들은 정부가 내세운 합법적인 거래에 의해서 지급받았을 뿐이니까요.”
 
남자는 말을 끝마침과 동시에 손을 높이 치켜들었다. 나라의 모든 국민이 영상 속 남자의 손끝에 집중하는 순간이었다. 이윽고 남자의 손끝에서 ‘딱’ 하는 소리가 울려 퍼졌고, 그건 제법 정화된 세상의 시작을 알리는 신호가 되었다.
 
 
 
-에필로그-
 
청년은 한창 세간을 뜨겁게 달구고 있는 소식에 참을 수 없는 분노를 느끼고 있었다.
‘있는 자들의 권리’ ‘그들만의 리그’가 비단 하루 이틀 있었던 이야기가 아니라는 것 쯤, 잘 알고 있는 그였지만, 이번 C게이트의 참담한 소식은 차마 눈을 뜨고 못 봐줄 정도였다.
고작 개인 하나에 휘둘리는 나라라니, 그는 신경질적으로 TV를 끄고 베란다로 나가 담배를 물었다.
 
“후우, 실제로 초능력 같은 것이 존재한다면 얼마나 좋을까….”
 
평소 그런 쪽으로 관심이 많았던 그는 담배 연기를 힘없이 뱉어내며 말도 안 되는 감상에 젖어있었다. 헌데, 그런 그의 앞에 돌연 한 여성이 별안간 나타났다. 남자는 갑작스럽게 등장한 의문의 여자로 인해 물고 있던 담배마저 떨어트렸다. 여자는 남자의 앞 즉, 베란다가 아닌 허공에 떠 있었는데, 그녀는 남자가 떨어트린 담배를 빠르게 낚아채 자신의 입으로 가져가 깊게 들이마셨다.
 
“후읍!! 이게 인간들이 즐겨 하는 마약이라는 거군요?”
 
여성은 정수리로 뽀얀 담배연기를 뿜으며 어깨를 으쓱거렸다. 남자는 도대체 어떻게 생겨먹은 신체 구조 길래 연기가 저기서 뿜어져 나올까? 혹시 기침도 정수리로 나오나? 라는 어이없는 생각을 뒤로하고 입을 열었다.
 
“마음에 드나?”
“절 보고 놀라지 않으시네요? 이렇게 허공에 떠있는데도! 콜록콜록.”
“충분히 놀랐어. 물고 있던 담배도 떨어트렸잖아. 그보다 마약이 아니라 담배다. 담배는
그렇게 피우는 게 아냐.”
“그게 그거 아닌가요? 그럼 어떻게 피우는데요?”
“알려주는 대가는?”
 
순간 여자의 창백했던 얼굴이 살짝 붉어지는 것처럼 보였다. 그 모습이 마치 ‘날 이렇게 대하는 남자는 네가 처음이야!’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
 
“워, 원하는 게 뭔데요?”
“내 절실함에 응했으니, 이미 알고 있잖아?”
“좋아요, 원하는 능력을 드리죠. 다만 일시적인 것이란 걸 명심하세요.”
“괜찮아. 이정도면 충분하니까.”
 
순간 남자의 머릿속으로 무언가 이질적인 감각이 느껴졌고, 남자는 그게 그렇게 원하던 이능력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분명 이 ‘힘’이라면 그의 계획대로 그들이 움직여줄 것이다.
남자는 호주머니에서 담배를 꺼내 여성에게 물려주곤 불을 붙여주었다.
 
“자, 이렇게 흐읍! 알겠지?”
“이, 이렇게요??”
“응.”
 
의문의 여성이 어색하게 담배를 문 채 버둥거리는 것을 대충 얼버무리며
남자는 오늘, 참으로 오랜만에 깊이 잠들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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