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시판 즐겨찾기
편집
드래그 앤 드롭으로
즐겨찾기 아이콘 위치 수정이 가능합니다.
나는 장그래였고, 장그래다.
게시물ID : drama_17823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고노도로
추천 : 10
조회수 : 691회
댓글수 : 2개
등록시간 : 2014/11/19 01:06:09
내일 출근을 위하여 잠자리에 누워 스마트폰을 뒤적이던 도중,
문득 여기저기서 눈에 띄는 장그래의 소식에
글을 쓰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2년 전, 나는 작은 회사에 입사했다.
 
중학교 시절부터 소설 작가를 향해 달려왔던 나는,
대학교 시절 내 재능의 한계와
스스로의 노력의 부재로 작가의 꿈을 접기로 하고,
스스로와 타협하여, 다른 길에 들어섰다.
 
사실, 싫거나 마음에 안드는 일은 아니었다.
오히려 지금은 이 길이 나의 길이다라고 생각하고 있다.
 
다만,
당시의 내 모습이 나 스스로에게는
그 때 당시 막 시작하던 웹툰 미생의 장그래와
너무나도 닮아 있었다.
 
장그래의 인턴 3개월 시절, 나는 수습 3개월이었다.
장그래와 나는 같이 시험을 쳤고, 같이 시험에 합격했다.
 
나의 회사 생활의 반은 장그래에게 배웠다.
 
[나의 기획서에 나는 설득 되는가?]
 
이 말은 아직도 마음에 품고 있다.
 
입사로부터 2년 뒤, 미생 1부가 종료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나는 퇴사를 결정했다.
 
그로부터 3개월,
남들과 같이 불안한 백수 시절을 보내고
지금 회사에 입사했다.
 
장그래는, 그래, 나는
그 흔한 토익도, 내세울만한 자격증도 없다.
 
이번 회사에 입사하면서 내가 내세운 나의 스펙은
2년 경력과, 작은 포트폴리오 한장이었고,
그렇기에 나의 입사는 더욱 감사할 뿐이었다.
 
입사 직후, 미생 드라마가 시작되었다.
 
나는 일부러 그 드라마를 보고 있지 않다.
 
최근에 생각해보니,
나는 제법 건방져져 있었다.
 
이 모든 것들이 나 스스로 이룩해 낸 것들이라고,
나는 잘 해내는 사람이라고.
 
벼는 익을 수록 고개를 숙인다는 말은,
나에게는 너무나도 먼 거리의 말인가보다.
 
나는 어느새 내 마음 속의 불을 잃어버렸다.
 
사실, 미생 2부가 시작되기를 바라고 있다.
미생 2부가 시작되면,
나의 회사 생활 2부도 함께 시작될 것 같은 기분이기에.
 
나는 알고 있다.
이제 나는 더 이상 미생의 장그래로부터 힘을 얻을 수 없다.
그러기엔 난 2년동안 너무나도 많은 것들을
보고, 느끼고, 변해왔다.
 
그렇기에, 드라마 미생은 일부러 외면하고 있다.
 
내가 볼 수 있는 최선의 장그래는 내 자신이다.
 
유일한 목표 였던 그것으로부터
스스로 고개 돌려 버릴 수 밖에 없던 나도,
어찌 되었던 내 스펙으로는 입사하기 힘든 곳에
입사해있는 나도,
3개월 동안 불안해하던 나도,
지금 여기서 적응에 힘들어하며,
그때 마음을 잃고 건방져 진채,
매일 실수를 반복하고 있는 나도,
최선의 장그래는 결국 내 자신이다.
전체 추천리스트 보기
새로운 댓글이 없습니다.
새로운 댓글 확인하기
글쓰기
◀뒤로가기
PC버전
맨위로▲
공지 운영 자료창고 청소년보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