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홍꽃신
서울 간 오라버니
분홍꽃신 사 온다
새끼손가락 걸고
굳게 약속했는데
그 약속 믿으며 부모님
모시고 힘들게 살았는데
IMF 영향 사업 망쳤다며
물려받은 땅 모두 달라는
아들이란 그 이유 하나
대학 공부 서울살이하며
분홍꽃신 사 온다던
오라버니는 간곳없고
얼굴 두꺼운 오라비
나타나서 모두 빼앗아가
울며 빈손으로 쫓겨난 동생
세상일이란
불평 한 번 못하고
그렇게 쫓겨난 동생
시장에서 온갖 장사
서민 갑부 되었는데
제 버릇 X 못 주고
초라해진 모습 오라비
도와 달라 통사정
마음 약해진 동생
안방 장롱 위 분홍신
아래 비밀 금고 열어
한 줌 돈 내주면서
밥은 굶지 말라는
피는 물보다 진하다는
여동생 말에 가슴 치는
아들 선호
그 옛날 어른들의
생각속엔 아들뿐이던
그 때문에 수 많은 딸
울었던 시절 있었는데
귀한 집 자식이라며
지나치게 귀히 기른 탓
귀할수록 강하게 엄하게
기르라 어른 말 흘려들은
인간답게 사람답게
사리분별력 가르치라는
세상은 변해
신세대 젊은 부부
딸바보 말 들어보면
잘 기른 딸 하나
열 아들 부럽지 않고
부모는 비행기 타고
세계 일주 여행 간다는
각종 입사시험에서
여성 우수 능력 인정
섬세하고 실수 적은
여성 따라잡지 못하고
온갖 탓하는 남성 있다는
세상은 날로 변하는 것인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