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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 그
게시물ID : panic_91617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Y-
추천 : 10
조회수 : 1047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6/11/24 23:4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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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작글

덜컥, 하고 문이 열렸다.

 

그녀는 방에 들어와 큰 의자에 앉았다.

 

앞에는 백의를 입은 의사가 앉아 있었다.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지만 그는 자연스럽게 인스턴트 커피봉지를 꺼냈다.

 

 

어서오세요. 또 오시네요.”

 

예의 그 물건입니다.”

 

 

그녀는 품에서 검은 봉투를 꺼냈다.

 

 

머리카락, 손톱. 아 이번엔 손가락을 가져오셨군요.”

 

. 그 편이 편하더라구요.”

 

잠시만 기다려주세요.”

 

 

그는 봉투를 들고 뒷 문을 열었다.

 

타닥, 타닥소리와 함께 창문은 흔들리고 있었다.

 

밖에는 비가 추적추적 내리고 있었다.

 

누런 가로등이 비에 비치고 있었다.

 

그녀는 창을 보다 커피를 마셨다.

 

커피가 한 모금 남았을 쯤

 

다시 그 문이 열렸다.

 

 

오늘도 그 사람이었네요.”

 

.. 그렇죠.”

 

이번에도 사용기한은 2주입니다.”

 

너무 적어요.. 여태까지 4년 정도 밖엔 못썼는데.. 이 상태론 앞으로 두 달분 정도밖엔..”

 

어쩔 수 없어요. 그 크기로 만드는 데는 2주분 밖엔 안 됩니다.”

 

 

그녀는 마저 남은 커피를 마셨다.

 

 

그럼 다른 방법은 있는 건가요?”

 

 

그녀는 그를 조용히 바라봤다.

 

그는 어깨를 으쓱거렸다.

 

그리곤 책상 서랍 속에서 서류 한 장을 꺼냈다.

 

 

이 방법이면. 사용기한은 평생인가요?”

 

. 평생입니다. 다만 처음부터 시작하는 거지만요.”

 

 

그녀는 웃기 시작했다.

 

눈에서는 눈물이 흐르고, 입에서는 침이 흘렀다.

 

마치 광견병에 걸린 개처럼 그녀는 웃었다.

 

그는 무표정하게 그저 앉아있을 뿐이었다.

 

그녀는 뚝 하고 웃음을 멈췄다.

 

그리고 그녀는 돈다발을 책상에 올려놨다.

 

그제서야 그는 얼굴이 풀렸다.

 

 

일단 이번엔 그거 만들어주세요.”

 

, 거의 준비 되어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어떤 사양으로 해드릴까요?”

 

저번에도 말했지만 그 시절의 그 사람이요.”

 

그 사람은 제 첫사랑이었죠.”

 

그 어렸을 때에도 그는 참 젠틀하고 멋진 남성이었어요.”

 

같이 이야기도 해주고..”

 

 

그녀는 황홀한 표정으로 말했다.

 

그는 그런 모습을 보며 돈 다발의 개수를 셌다.

 

,,착 소리와 그녀의 말소리가 좁은 방안을 채웠다.

 

. . 돈 다발을 내려놓았다.

 

 

그러니까 그때의 아름다운 그를 말이에요.”

 

 

그녀도 이야기를 마쳤다.

 

타닥 타닥 소리와 함께 창문은 흔들리고 있었다.

 

다만 하얗게 눈이 쌓이고 있었다.

 

창문에 김이 서렸다.

 

 

. 알겠습니다. 연령은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마지막으로 헤어졌던 24살로요.”

 

네 알겠습니다.”

 

 

그는 돈다발을 가슴팍에 집어넣었다.

 

 

그런데 그 새로운 방법에는 뭐가 필요한가요?”

 

지금 성체클론처럼 원본 신체 일부가 필요한 건가요?”

 

. 아닙니다. 그 방법은 지금 있는 이 머리카락 정도면 됩니다.”

 

대신 자궁이 필요합니다만

 

 

더 좋네요. 그를 기르는 것도, 그를 품는 것도 전부 제가 하는 거군요.”

 

 

그녀는 웃었다.

 

그는 그 모습을 무표정으로 쳐다보며 단지 손을 내밀었다.

 

그녀는 고개를 끄덕이곤 돈 다발을 꺼냈다.

 

 

방 안엔 웃음소리와 착, 착 소리만 남았다.

 

 

아쉽네요. 아직 그의 머리와 양 발 정도 남아있는데 말이에요.”

 

그건 어떻게 성체클론 몇 개 더 만들어 드릴까요?”

 

..”

 

그것보단 맛있는 스튜를 끓이는 방법을 알려주시겠어요?”

 

, 그 정도는 가능할 것 같군요.”

 

 

타닥 타닥 창문이 흔들렸다.

 

다만 눈은 이미 그쳐있었다.

 

밖은 노랗게 빛나고 있다.

 

가로등이 반짝 거리고 있었다.

 

그 가로등에 붙은 새하얀 종이는 헤져있었다.

 

4년 넘게 붙여있었으니 당연하다.

 

그의 그 모습을 4년간 찾아다니는 누군가도 있지만.

 

그의 그 모습을 4년간 사용하고 있는 누군가도 있다.

 


이젠 평생 그 모습은 못 찾을 것이다.


아니 평생 그 모습은 사용될 것이다.

 


그리고 스튜는 맛있을 것이다.

 


덜컥 하고 문이 닫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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