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덜컥, 하고 문이 열렸다.
그녀는 방에 들어와 큰 의자에 앉았다.
앞에는 백의를 입은 의사가 앉아 있었다.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지만 그는 자연스럽게 인스턴트 커피봉지를 꺼냈다.
“어서오세요. 또 오시네요.”
“예의 그 물건입니다.”
그녀는 품에서 검은 봉투를 꺼냈다.
“머리카락, 손톱. 아 이번엔 손가락을 가져오셨군요.”
“네. 그 편이 편하더라구요.”
“잠시만 기다려주세요.”
그는 봉투를 들고 뒷 문을 열었다.
타닥, 타닥소리와 함께 창문은 흔들리고 있었다.
밖에는 비가 추적추적 내리고 있었다.
누런 가로등이 비에 비치고 있었다.
그녀는 창을 보다 커피를 마셨다.
커피가 한 모금 남았을 쯤
다시 그 문이 열렸다.
“오늘도 그 사람이었네요.”
“뭐.. 그렇죠.”
“이번에도 사용기한은 2주입니다.”
“너무 적어요.. 여태까지 4년 정도 밖엔 못썼는데.. 이 상태론 앞으로 두 달분 정도밖엔..”
“어쩔 수 없어요. 그 크기로 만드는 데는 2주분 밖엔 안 됩니다.”
그녀는 마저 남은 커피를 마셨다.
“그럼 다른 방법은 있는 건가요?”
그녀는 그를 조용히 바라봤다.
그는 어깨를 으쓱거렸다.
그리곤 책상 서랍 속에서 서류 한 장을 꺼냈다.
“이 방법이면. 사용기한은 평생인가요?”
“네. 평생입니다. 다만 처음부터 시작하는 거지만요.”
그녀는 웃기 시작했다.
눈에서는 눈물이 흐르고, 입에서는 침이 흘렀다.
마치 광견병에 걸린 개처럼 그녀는 웃었다.
그는 무표정하게 그저 앉아있을 뿐이었다.
그녀는 뚝 하고 웃음을 멈췄다.
그리고 그녀는 돈다발을 책상에 올려놨다.
그제서야 그는 얼굴이 풀렸다.
“일단 이번엔 그거 만들어주세요.”
“아, 거의 준비 되어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어떤 사양으로 해드릴까요?”
“저번에도 말했지만 그 시절의 그 사람이요.”
“그 사람은 제 첫사랑이었죠.”
“그 어렸을 때에도 그는 참 젠틀하고 멋진 남성이었어요.”
“같이 이야기도 해주고..”
그녀는 황홀한 표정으로 말했다.
그는 그런 모습을 보며 돈 다발의 개수를 셌다.
착,착,착 소리와 그녀의 말소리가 좁은 방안을 채웠다.
착. 탁. 돈 다발을 내려놓았다.
“그러니까 그때의 아름다운 그를 말이에요.”
그녀도 이야기를 마쳤다.
타닥 타닥 소리와 함께 창문은 흔들리고 있었다.
다만 하얗게 눈이 쌓이고 있었다.
창문에 김이 서렸다.
“네. 알겠습니다. 연령은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마지막으로 헤어졌던 24살로요.”
“네 알겠습니다.”
그는 돈다발을 가슴팍에 집어넣었다.
“그런데 그 새로운 방법에는 뭐가 필요한가요?”
“지금 성체클론처럼 원본 신체 일부가 필요한 건가요?”
“아. 아닙니다. 그 방법은 지금 있는 이 머리카락 정도면 됩니다.”
“대신 자궁이 필요합니다만”
“더 좋네요. 그를 기르는 것도, 그를 품는 것도 전부 제가 하는 거군요.”
그녀는 웃었다.
그는 그 모습을 무표정으로 쳐다보며 단지 손을 내밀었다.
그녀는 고개를 끄덕이곤 돈 다발을 꺼냈다.
방 안엔 웃음소리와 착, 착 소리만 남았다.
“아쉽네요. 아직 그의 머리와 양 발 정도 남아있는데 말이에요.”
“그건 어떻게 성체클론 몇 개 더 만들어 드릴까요?”
“음..”
“그것보단 맛있는 스튜를 끓이는 방법을 알려주시겠어요?”
“뭐, 그 정도는 가능할 것 같군요.”
타닥 타닥 창문이 흔들렸다.
다만 눈은 이미 그쳐있었다.
밖은 노랗게 빛나고 있다.
가로등이 반짝 거리고 있었다.
그 가로등에 붙은 새하얀 종이는 헤져있었다.
4년 넘게 붙여있었으니 당연하다.
그의 그 모습을 4년간 찾아다니는 누군가도 있지만.
그의 그 모습을 4년간 사용하고 있는 누군가도 있다.
이젠 평생 그 모습은 못 찾을 것이다.
아니 평생 그 모습은 사용될 것이다.
그리고 스튜는 맛있을 것이다.
덜컥 하고 문이 닫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