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에 있는 숲이 우거진 산이 아니라

 서울 한복판에 있는 산동네에요

 아실만한 분은 다 아시는 창신동 낙산

 건축학개론에서 납득이가 키스강좌를 벌인 동네를 생각하시면

 대충 어떤 동네인지 감이 잡히실 거에요.

 저희동네는 골목도 많고 다 연결되있어서

 오래 산 사람들은 지름길부터 해서 어떤 길로 가면 어디가 나오는지 빠삭해요.

 지난 겨울이었어요.

 전 친구들과 술 한잔 하고 새벽에 혼자 집으로 걸어가는 길이었어요.

 혼자 가니깐 심심해서 이어폰을 꽂고 노래를 들으면서 가고있었어요

 담력이 쎈 편이라서 가로등이 없어도, 사람들이 없어도 상관안하고 걸어가고 있었어요.

 그런데 갑자기 등골에 소름이 쫙 끼쳤어요.

 아무 이유없이.

 그래서 뒤를 돌아봤는데

 스타렉스 한대가 라이트를 끈 채로 제 걸음에 맞춰서 뒤를 쫓아오고 있었던 거에요.

 운전수랑 눈이 마주쳤다고 생각하는 순간, 스타렉스 문이 열리고 검정색 패딩을 입은 남자 둘이 뛰어내려옴과 동시에

 저도 달렸어요

 뒤도 안돌아보고 달렸어요

 이어폰은 귀에서 떨어진지 오래였고, 제 귀에 들리는 소리는 오직 제 발소리와, 그들의 발소리뿐이었어요.

 약 10분여를 여기저기 골목을 뛰어다니고 나서야 발소리가 안들리는 것을 알았고, 저는 10분을 더 골목에서 숨죽인 후에야 집으로 돌아갈 수 있었어요.

 저는 그 뒤로 길에서 이어폰을 절대 꽂지 않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