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사람들이 이야기 합니다. 꿈을 가지는건 중요하다고... 삶의 원동력이 된다고... 근데 저는 그 꿈 때문에 모든게 꼬여버렸습니다. 뭐 꿈 탓으로 돌리는건 나스스로 자위하는 거고, 사실은 너무 똑똑하지도 않은 주제에 게으름만 드립다 피운 저의 잘못이죠. 압니다. 제 잘못인거... 하지만 꿈 탓으로 돌리지 않으면 진짜 미쳐버릴거 같네요.
어릴때부터 수학과 과학을 좋아했습니다. 아마 '너의 미래 꿈은 무엇이니' 란 질문을 이해했을때부터 제 꿈은 과학자였습니다(이 당시는 수학자라는게 있는지도 몰랐었던거 같습니다.) 그리고 참 특이하게도 다른 과목은 잘하지도 못하고 흥미도 별로 없었습니다. 오직 수학, 과학만이 재미있었죠. 고2,3때는 다른과목을 공부하다 지칠때쯤 즐거운 마음으로 수학책을 뒤적이던게 기억나네요. 중학교때는 누구나 그렇듯이 좀 놀았습니다. 중1때 10등이던 성적이 중2때 부터는 40등(전체55명정도)정도까지 떨어졌던거 같습니다. 근데, 그런 당시에도 수학과 과학은 반에서 순위권을 다퉜었죠. 당시 수학선생님이 숙제를 안해와서 뒤에서 벌서고 있는데 저한테 너는 공부도 안하면서 수학성적은 잘나온다며 핀잔아닌 핀잔을 주고는 하셨죠. 고1때까지는 뒤에서 놀았습니다. 그러다 고2 올라가서부터 좀 공부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다 고3 첫 모의 수능때 200점 초반대에서 350점까지 한번에 130점 가량이 오르면서 나름 학교에서 유명해지고 수재소리도 듣고 하였죠. 고1무렵 수업시간에 심심해서 읽을 책을 찾느라 학급문고 뒤적이던중 하나의 책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특수 상대성 이론에 대한 교양과학서적이었죠. 당시 수업도 귀뜸으로 듣는 고1학생이라 이해하기 힘들었지만, 너무 신기했습니다. 블랙홀, 시간의 상대성 등 참 신기하고 재미있었습니다. 그 책을 이해하기 위해 수없이 읽고 또읽고 하였던거 같습니다. 그 책을 읽기 전에는 꿈이 과학이냐 수학이냐를 두고 나름 고민했었는데, 그 책을 기점으로 과학, 특히 물리학과에 진학하여야 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렇게 대학을 가고, 물리학과에 진학하였지만, 수능을 못쳐서 좋은 학교에는 가지 못했습니다. 그 학교 대학교에서는 제가 공부하고자 하는 분야를 공부하기에는 관련 교수님들이 너무 적었죠. 그래서 우리나라에서 가장 좋은 학교라고 사람들이 얘기하는 학교에 겨우겨우 진학하였습니다. 대학교도 그렇게 나쁜 곳은 아니라(지방국립대) 그곳에서 나름 똑똑하다는 말을 들었었고, 군대 다녀온 대학교 2학년때 1년간 하루 6시간씩 자며, 학교 집을 왕복하며 열공한뒤로는 3,4학년때는 대충 해도 과 수석을 유지했었으니, 저의 자만심은 하늘을 찌르고 있었죠. 너무 나태해져 있었습니다. 3,4학년때는 공부하는 시간보다 게임하는 시간이 많았고, 그 다음이 소속된 실험실에서 연구하는것, 그리고 짜투리 시간에야 겨우 공부 몇자하는게 다였죠. 물리학이 별로 어렵지 않았습니다. 대학원의 양자역학 수업도 3학년 2학기부터 들으면서도 충분히 할 수 있는거라 쉽게 생각했었죠. 하지만 뒤돌아 생각해보면 너무 나태했습니다. 그렇게 대학원으로 학벌세탁을 하러 가며, 많이 좌절했습니다. 전공을 원래 꿈이었던 물리학을 배우기 위해, 물리학 중에서도 똑똑한 사람만이 연구한다던 이론 물리학을 선택했습니다. 원래의 꿈이었으니... 그런데 그 어려운 대학원 물리학을 따라 가기에는 이전의 생활방식으로는 불가능했습니다. 그렇다고 생활방식을 바꾸지도 못했습니다. 전 그 학교의 쓰레기 였습니다. 당시의 좌절감을 잊기 위해 더 많은 시간을 허송세월 했었고, 점점더 끝없이 추락하였습니다. 졸업보다 입학이 훨씬 쉬운 국내에서 전 졸업도 2년만에 겨우겨우 했습니다. 학교를 졸업할 때 쯤에야 저의 꿈이 상대성 이론을 보며 물리학을 공부하겠다는 저의 꿈이 이제는 이루기 힘든 꿈이 되었다는걸 겨우 자각했었죠. 힘들었습니다. 어쨌든 최종학력이 국내 최고의 대학인데, 저는 갈 곳이 없었습니다. 취업을 하려하니 취업준비를 한적도 없고, 할 생각도 없었던지라 많이 헤맸습니다. 취업에 대해 원래 생각이 없어서인지, 나태함이 몸에 베어서 인지 취업 준비도 열성적으로 하기는 힘들더군요. 그렇게 세월이 가고 있었습니다. 친구들은 30줄을 바라보며 착실히 준비해가는데... 저 혼자만 25살로 살고 있었습니다. 저 혼자만 떨어졌다는걸 알면서도 어쩌지 못하겠더군요. 그 학교에서 저와 같이 졸업한 석사 동기들은 모두들 대기업에 들어갔습니다. 어쩄든 취업전선에서 자꾸 밀려나서... 사람들이 얘기하듯이 눈을 낮추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눈을 낮춰도 갈데가 없더군요. 한번은 연구소 계약직 일이 있길래 이력서를 들이밀었고, 면접을 보러 갔더니 면접관이 박사를 하지 왜 이런 일에 지원했냐고 물어보더군요. 성심껏 대답했습니다. 석사 학위는 있지만, 석사 주제가 기업체와 관련이 별로 없는 이론 물리학쪽이고, 그래서 뭔가 새로운걸 배우기 위해 지원하였다 이랬더니 차라리 그러면 학연과정으로 박사를 하며 일을 하고 새로운걸 배우는 방법이 있는데 왜 이런 계약직을 택하냐며 도로 물어보더군요. 결국 떨어졌습니다. 눈을 낮춰도 높은 학력은 오히려 그쪽에서 거부하는 사유가 된다는걸 이제야 알았습니다. 하지만 대기업의 문은 저같이 모자란 놈에게는 높았고... 변명이지만 결국 취업을 아직까지 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런 저에게 이제는 집안문제가 골머리를 썩힙니다. 올해 초에 할머니가 돌아가신 뒤로 아버지와 삼촌들간의 다툼이 발생하더니, 이제는 남남이 되어버렸고 어머니는 몇년전에 다단계를 하셨다는게 밝혀지며, 어머니 앞으로 빚이 5억이 있다는걸 가족이 알아버렸습니다. 아버지는 요즘 바람이 나셨고, 고3인 동생은 성적이 잘 나오질 않아 좌절하고 있습니다. 소위 말하는 콩가루 집안이 되어버렸죠. 진짜 죽을까를 수없이 생각합니다. 근데 진짜 무섭더군요. 죽는다는게... 그래서 아직까지 못죽고 살아있습니다. 나태해 빠져서 또 공부도 안하고 여기에 이런 글이나 쓰고 있는 제 자신이 너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