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즉석으로 쓴 쌍충 과거 팬픽을 올리고 도망갑니다
게시물ID : cyphers_102145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추천 : 4
조회수 : 554회
댓글수 : 1개
등록시간 : 2014/11/23 00:52:12
환락의 도시의 아침이 밝았다. 일출이 반사되어 점멸하는 물결도 태초부터 있었던 도시의 일부였고 술에 절은 채로 뒷골목에 널브러져 있는 부랑자
또한 환락의 빛을 받아 생긴 그림자로 분명 이 도시가 안고 가야할 일부임에 분명했다. 하지만 근래 들어 이 도시에도 마냥 환영받지 못하는 자들이
계속 생겨나고 있었다. 이 문제는 비단 이 도시에서만이 아닌 전 세계에서 대대적으로 일어나고 있는 현상이었지만 빛과 그림자의 강렬한 대립을
이루는 이 도시에서 만큼은 그 정도가 더욱 심각하게 와닿고 있었다.
 
더러운 아이, 히카르도는 쓰레기 더미에서 깨어남으로서 또다른 하루를 살아가야 한다는 사실을 실감했다. 히카르도는 되도록이면 이 자리에서
벗어나지 않기를 소망했지만 제대로 된 음식을 먹었던 기억이 적어도 일주일은 되었다는 생각이 들어 하는 수 없이 몸을 일으켰다. 몇일 동안은
쓰레기통 혹은 길바닥에서 먹어도 탈이 나지 않을 법한 것들을 찾아 먹으면서 주린 배를 채워 왔지만 이젠 임계점에 다다르고 있음을 느끼고 있었다.
오늘 마저 제대로 된 음식을 먹지 못 한다면 이대로 죽어 버릴 것만 같은 생각 마저 들었다. 히카르도는 오늘 만큼은 다소 위험한 수를 쓰더라도
온전한 음식을 먹겠다는 나름의 다짐을 세웠다.
 
히카르도는 아주 어렸을 적 부터 이 도시의 시궁창에 몸을 담구고 있었다. 어쩌면 태어났을 적 부터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시궁창의 꼬마 주민은
히카르도만이 아니었으며 이들은 자기들 끼리의 투쟁을 거침으로서 자립을 하고 이 도시의 일부로 녹아들었다. 그런 면에서 히카르도는 아직까지도
온전한 자기 영역을 구축하지 못한 반쪽짜리였다. 뒷골목을 살아가기 위해선 다른 아이들과의 영역 다툼이 빈번하게 일어났지만 히카르도는 항상
그 다툼에서 항복을 선언해 차츰차츰 영역이 좁아져 정말로 죽지만 않을 정도의 최소한의 영역만이 남게 되었고 아이들 중 일부는 히카르도의 그런
물렁한 태도를 만만히 여겨 히카르도에게 최소한의 영역을 내놓으란 실수를 하고 말았다. 히카르도는 자신이 나약해서 빼앗기는 것을 반복하는 게
아니라는 걸 아이들에게 똑똑이 가르쳐 주었다. 얼마 안 가 뒷골목에는 히카르도란 아이를, 주위에 벌레가 꼬인 아이를 건드리지 말라는 소문이
나돌았다.
마음만 먹는다면 뒷골목의 소황제로 군림하는 것도 어렵지 않은 히카르도였기에 그 능력을 아끼는 히카르도는 반쪽짜리란 소리를 듣기에 손색이 없는 아이였다. 하지만 히카르도는 최소한의 영역이 위협 받으면 능력을 썼다. 히카르도는 완벽하게 제어가 되지 않는 능력에 본의 아니게 치이는 희생자를 보고 싶지 않은 반쪽짜리일 뿐이지 손에 쥐어진 도구를 마지막 순간까지 아끼는 멍청이는 아니었다. 어차피 오늘 같은 경우는 능력을 단순한 위협의
용도로 쓸 것이었기 때문에 능력을 사용한다는 것에 대해 일말의 두려움도 느껴지지 않았다. 이 뒷골목에 벌레를 이끌고 다니는 아이의 명성은
파다하게 퍼져 있었기에 자신이 누구인지를 상대방에게 인식만 시킨다면 상대방은 알아서 고개를 숙일 게 분명했다. 요컨데 히카르도의 계획이란
적당히 왕래가 있는 길목에 자리를 잡아 먹을 것을 든 아이가 오기를 기다리는 것이었다. 그 길목에 원하는 목표물이 있다면 일이 아주 편하게 흘러가는 것이었으므로 더더욱 좋았다. 히카르도는 시험 삼아 머리 위에 떠다니던 날벌레를 오른손 근처로 오게 했다. 날벌레들은 히카르도의 뜻에 따라
오른손으로 날아가 그 주위를 빙빙 돌았다. '이 정도면 완벽하다' 라고 히카르도는 생각했다.
 
"...."
 
저 멀리 자그마한 사람의 형상이 보였다. 항상 크고 작은 날벌레들이 주위를 멤돌아서 시야가 영 불편한 히카르도에게도 뚜렷이 보이는, 이 곳
시궁창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흰색 바탕을 한 소년이었다. 소년의 형체를 확인한 순간 소년에게 다가가는 히카르도의 발걸음이 점점 빨라졌다.
근 일주일간의 굶주림이 때문이 아니었다. 히카르도는 자신이 여기에 온 목적을 잊어버린 채 단순히 소년을 향한 호기심 하나 만으로 다리를
움직이고 있었다. 처음으로 느껴보는 신비스런 분위기에 히카르도는 너무나도 쉽게 빨려 들어갔다.
 
히카르도는 소년 앞에 섰다. 거친 인상에 주위를 멤도는 벌레까지, 히카르도는 같은 또래들에게 충분히 경각심을 불러 일으킬 만한 모습을 하고 있었다. 허나 흰색의 소년은 히카르도를 똑바로 바라보면서도 두려움의 기색을 내비치지 않았다. 오히려 히카르도를 기다리기도 했다는 듯 활짝 웃고 있었다.
 
"네가 그 아이구나. 이 근방에 벌레 떼를 몰고 다니는 아이가 있다는 얘기는 많이 들었어"
 
히카르도는 이 아이가 참으로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자신의 정체를 알고 있다면 자신을 둘러싼 흉흉한 소문 또한 알고 있을 게 분명했다. 아니, 이
시궁창에서 살아가는 사람으로서 처음 만난 낯선 이에게 의심이 아닌 호의를 보인 것 자체 부터가 괴리감이 차고 넘치는 일이었다. 생김새로 보나
태도로 보나 이 시궁창과는 전혀 매치가 되지 않는 소년이었다.
 
"너..넌 누구야"
 
되려 히카르도가 소년의 정체를 묻고 있었다. 소년은 히카르도의 경계심 가득한 목소리를 듣고선 다시 한번 미소를 머금고 히카르도의 앞으로 몇발자국 걸어갔다.
 
"겁낼 필요 없어"
 
흰색의 소년은 히카르도가 자신에게 느끼고 있는 감정을 쉬이 파악하고 있었다.
 
"나는 널 찾아 다니고 있었어"
 
정말로 속을 알 수 없는 소년, 아니 사람이다. 히카르도는 여지껏 그 누구에게도 환영받지 못 하는 자신을 찾아 다녔다는 소년의 말에 경탄의 눈치를
숨기려 들지도 않았다. 이 때 처음으로 히카르도는 제 또래에 어울리는 표정을 지었다.
"만나서 반가워. 네 이름은 뭐야?"
 
흰색의 소년은 히카르도에게 손을 내밀었다.
 
"히카르도.."
 
히카르도는 난생 처음으로 누가 지었는지도 모를 자신의 이름을 읊조려 보았다. 당장의 생존을 걱정하며 살아가야 하는 자신에게 어째서 이름
따위의 사치를 주었는지 히카르도는 몇번이고 한탄을 했었지만 비로소 그 가치를 깨달을 수 있었다. 자신에게 이름이 존재했던 이유는 언젠가
찾아올 이 순간을 위한 것이었다.
 
"내 이름은 까미유야"
 
까미유, 히카르도는 자신에게 운명적인 순간을 선사해준 소년의 이름을 마음 속으로 되뇌었다. 까미유는 여전히 히카르도를 향한 미소를 지우지 않은 채 손을 내밀었다.
 
"히카르도, 난 너와 만나기 위해 이 곳 까지 찾아 왔어. 나도 너와 같은 능력자야. 우린 분명 좋은 친구가 될 수 있을 거야"
 
까미유는 자신이 히카르도와 같은 능력자라는 사실을 밝혔다. 하지만 히카르도에게 그런 점 보다 처음으로 자신을 찾아 와주고, 이름을 불러주고
손을 내밀기까지 한 까미유의 상냠함이 더욱 가깝게 느껴지기만 했다.
 
히카르도는 그 동안의 어둡기만 했던 세상에 내린 한줄기 빛에 눈이 부셔 눈물을 흘리고 말았다. 까미유의 손을 붙잡은 히카르도의 손에 굵은 눈물
방울이 떨어졌다. 까미유는 이 순간까지 입에 올린 웃음을 거두지 않았다. 웃음의 의미가 히카르도를 향한 동정심에서 비롯된 것은 맞지만 그 동정심
안에 들어있는 것이 자비일지 냉소일지는 미소를 짓고 있는 까미유 자신 만이 알 수 있는 사실이었다.
 

 
 
 
 
법과 권력이 정상적으로 작동하는 사회에서 능력자들은 핍박을 받았지만 힘이 곧 법이요 권력인 뒷골목에선 당연하게도 능력자가 득세를 취했다.
나폴리의 뒷골목에서 자주 오르내리고 있는 이름이 까미유와 히카르도인 것도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다.
 
까미유가 일을 계획하면 히카르도는 까미유의 계획을 거세게 밀어 붙였다. 과정에 있어 실수란 존재하지 않았다. 히카르도의 능력은 까미유와 함께
있으면서 통제력을 가지게 되었고 전과 비교할 수도 없이 발전하기까지 했다. 그런 히카르도를 대적할 수 있는 사람은 존재하지 않았다.
 
"수고했어 히카르도"
 
까미유는 피투성이가 되어 돌아온 히카르도를 웃으며 맞이했다. 걱정의 말 따윈 없었다. 하지만 히카르도는 까미유의 태도에서 위화감을 느끼지
않았다. 어차피 이 정도의 상처야 까미유가 곁에 있으면 아무렇지도 않았다. 오히려 까미유의 손길을 느낄 수 있는 매개체와도 같은 것이었기 때문에
히카르도는 더더욱 저돌적으로 행동했다. 까미유는 히카르도의 옆으로 다가가 상처가 난 부위에 조심스럽게 손을 뻗었다. 아직까지 굳지도 않은
선혈에 녹색 빛이 비치더니 이내 빛은 망울진 덩어리로 변해 상처를 감쌌다. 히카르도는 흥분을 애써 감추며 주위를 둘러보았다. 언제나 그랬듯
자신과 까미유의 주위엔 까미유의 능력이 만들어낸 에메랄드 빛 광경이 펼쳐졌다. 일정한 형태를 가지지 않은 녹색 고체가 부양하고 있었고 날갯짓
소리 마저 차분하게 들리는 반딧불들은 꽁무니에 달린 빛으로 우아한 곡선을 그리고 있었다. 상반된 것일수록 끌린다고 했던가, 히카르도는 자신의
상처가 치료될 때 까지 까미유의 능력이 만든 진풍경을 다시는 못 볼 것 처럼 하염 없이 바라보았다. 
 
"당분간은 푹 쉬는 게 좋을 것 같아. 피를 너무 많이 흘렸어"
 
치료를 마친 까미유는 반딧불을 거두었다. 주위의 광경은 본래 모습인 시궁창으로 되돌아갔고 히카르도의 표정 또한 한껏 들뜬 흔적이 사라졌다.
 
"난 괜찮아"
 
히카르도는 나지막이 말했다. 하지만 까미유는 단호하게 고개를 저으면서 히카르도의 어깨를 붙잡고 얼굴을 마주보았다.
 
"히카르도, 네가 내 어줍잖은 계획을 도와준다는 것만 해도 정말로 고마운 일이야. 하지만 내게 있어 가장 소중한 건 히카르도 너야. 네가 없으면
난 아 무 것도 아니야"
 
히카르도는 까미유의 간절함이 느껴지는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고마워"
 
"당연한 걸. 넌 나의 하나 뿐인 친구잖아"
 
까미유는 제 능력이 만들어낸 빛깔과 비슷한 색깔을 지닌 은은한 미소를 지었다. 히카르도는 다시 한번 그 빛깔에 매료되어 저도 모르게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 그런 대로 히카르도의 얼굴도 미소가 잘 어울리는 아름다운 얼굴이었다.
 
까미유는 정말 마음씨가 좋은 아이라고 히카르도는 생각했다. 자신에게 언제나 상냥한 모습을 보여줄 뿐더러 그 자애를 자신에게만 베풀지 않고
다른 이들에게까지 베푸려 들었다. 그러기 위해서 까미유는 일단은 자신들의 터전인 이 나폴리의 뒷골목을 통솔할 힘을 지녀야 한다고 말했다.
언뜻 들으면 이상하게 들릴 말이었지만 히카르도는 까미유가 자신에게 그러했듯 다른 이들도 구원하려 한다는 사실에 감복해 까미유의 계획을
적극적으로 돕고 있었다.
 
그렇게 까미유의 계획은 히카르도의 착실한 믿음 덕분에 착실히 진행되어 갔다.
 
 
 
 
 
 
비가 치적치적 내려 대부분의 사람들이 바깥 외출을 꺼릴 정도의 기분 나쁜 날씨였다. 히카르도는 그 기분 나쁜 비를 맞으며 서 있었다. 양팔 언저리에선 피가 빗물과 섞여 흘러내리고 있었고 머리카락은 흠뻑 젖어 한쪽 눈을 가리고 있었다. 주변엔 히카르도와 나이가 비슷한 여러 소년들이 쓰러져
있었고 피맛을 본 벌레들은 소년들의 살점을 뜯어 먹고 있었다. 하지만 히카르도는 그 처참한 모습을 보면서도 아무런 조취를 취하지 않았다.
예전에야 자신의 능력에 피해를 입는 사람들을 치료할 사람이 없었지만 이제는 달랐다. 계획이 완성되면 까미유가 이 소년들을 비롯한 뒷골목의
모든 사람들을 구제해 줄것이기 때문이었다.
 
말쑥한 정장을 차려 입은 사람들이 히카르도의 뒤로 다가왔다. 인기척을 느낀 히카르도는 즉각 경계하는 자세를 취하며 그들을 노려보았다. 뒤에서
나타난 이들인데다가 복장을 보아 이들은 외부에서 유입된 존재임에 분명했다.
 
"네가 히카르도?"
 
무리의 대장으로 보이는 남성이 히카르도에게 물었다. 히카르도는 고개만 천천히 끄덕여 아직까지 경계를 풀지 않았다는 걸 짐짓 가르쳐 주었다.
 
"그렇게까지 긴장할 것 없다. 널 이 곳에서 꺼내주기 위해 온 것이니 말이다. 까미유는 어디 있지?"
 
처음 만난 이의 말을 신용하지 않는다는 건 당연한 이 곳의 규칙이었다. 게다가 까미유의 이름까지 언급이 되자 히카르도는 살기를 드러내었다.
 
"히카르도, 진정해"
 
어디선가 까미유의 목소리가 들렸다. 히카르도는 까미유의 목소리가 들린 쪽으로 고개를 홱 돌려 까미유를 보았다. 이런 상황을 예측이라고 한 것 같은 까미유는 펑소 대로의 차분한 태도로 남성들과 대화했다. 히카르도는 까미유가 무엇을 말하는지 들리지 않았다. 처음으로 본 까미유의 어른스러움에
순전히 감탄만 할 뿐이었다. 히카르도는 까미유가 자신의 뒤를 밟고 있었다는 사실에 대해선 전혀 신경을 쓰지 않았다.  대화를 마친 까미유는
히카르도에게 다가가 젖은 머리카락을 쓸어주었다.
 
"잘 됐어 히카르도. 우린 앞으로 더 좋은 환경에서 성장할 기회를 얻었어. 그래서 난 저들을 따라가기로 했어. 네 생각은 어때?"
 
"..따라간다고..? 저들을? 믿을 수 있겠어?"
 
"히카르도, 내 생각을 너에게 강요할 마음은 없어. 그저... 저들을 믿는 게 아니라 날 믿어 줄 수는 없겠어?"
 
까미유의 한마디에 히카르도는 반사적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까미유의 믿음을 져버린다는 건 히카르도에게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고마워 히카르르도. 정말 넌 내게 있어 하나 밖에 없는 친구야"
 
언제나 듣는 까미유의 친구란 말에 답하기 위해 히카르도는 우물쭈물 거리다가 겨우 한마디를 내뱉을 수 있었다.
 
"..어, 나는 너의 친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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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성전 포기하고 생각난 대로 쓴 팬픽입니다. 아무쪼록 재밌게 보셨으면 그만이라 생각합니다.
 
그럼 이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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