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똥띠가 그립다.
게시물ID : animal_91725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임청하
추천 : 2
조회수 : 254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4/06/17 21:32:00
전여자친구가 지인에게 받았던 골든 햄스터.

하도 똥을 많이 싸서 똥띠라고 이름붙여줬던.

그사람이 여행갈일이 생겨 나한테 1달간 맡겨놓았었는데

낯을 심하게 가려 친해지기가 어려웠었지.

손에 올라오긴 커녕 잡으면 어떻게든 도망가려 발버둥쳤었고 

난 그게 너무 귀여웠다.

내가 키우던 햄스터는 펄이었는데 이놈은 어찌된 영문인지 사람 손에 폴짝 폴짝 잘 뛰어오르고 낯을 가리지않았건만

덩치는 산만한 골든햄스터가 오히려 더 겁이 많으니 왜인지 모르게 더 귀여웠던것 같다.

당시 하도 신경쓰이는 일이 많아 밥주고 물주고 같이 놀아주는건 집에와서 자기전에 한번.

그러다 무슨 바람이 들었는지 널 내손에 올라오게 하고 말겠어 라는 의지로 네앞에 손을 편채로 계속 가만히 있었지.

단 한번도 사람 손에 먼저 올라온적이 없던 넌 한 2~3분간을 힘없이 경계하다가 손에 스르륵 올라오더라.

그리고 이틀뒤에 토요일아침. 

일어나서 밥을주려고 널 부르며 케이지를 열었는데 넌 자고있었어.

예민한 성격탓에 작은 소리에도 깨던 네가 똥띠! 밥먹어라! 똥띠 일어나 돼지야! 하면서 불러도 가만히 누워서 움직이지도 않았지.

인터넷에서 죽은 햄스터를 다시살리는 방법이라는 연관검색어를 보고 나이 먹을만큼 먹은 성인이 말도안되는건지 알면서도

널 붙잡고 입에 물을 흘려넣으면서 주물럭 거렸다.

그래. 생각해보니 우리집에 와서 언젠가부터 힘이없어보였어.

한겨울이라 날도 너무 추웠고.

올해가 나에겐 좋지 않은 해였나.

니가 가고 얼마지나지 않아 네 주인도 내곁을 떠났고

그 후엔 내가 키우던 펄햄스터마저 내곁을 떠나더라.

미안하다.

너무 안좋은일들만 겹쳐 제정신으로 널 추모하고 온전히 그리워할수가 없었나봐.

거진 반년가까이 흐른 지금에야

처음으로 내손에 올라왔던 네 모습이 자꾸 떠오른다.

아마 난 널 기억하기 싫었는지도 모르겠다.

널 떠올리려면 네 주인과 함께했던 기억들을 끄집어내야 했거든.

집앞 공터에 널 묻어줬는데 그자리에 꽃이 피었더라.

덩치는 산만한게 귀엽다고 괴롭히고 놀아도 하는건 손가락을 깨무는 반항뿐이었는데. 그것도 아기 강아지처럼 세게 깨물지않으려 살살 물곤했었지.

널 보면 너무 착했던 첫사랑이 떠오르곤 했었는데.

이제서야 널 그리워해서 미안해 똥띠야.

좋은곳으로 가서 행복하게 지냈으면 좋겠다.

콩띠랑 같이있으려나?

둘이 그만좀 싸우고 친하게 지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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