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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무, 신발
신발의 문수 바꾸지 않아도 되던 날부터
하나 둘씩 내 곁을 떠나간 친구여
하나 둘씩 내 곁을 떠나간 꿈이여
함민복, 저 달장아찌 누가 박아 놓았나
마음 마중 나오는 달 정거장
길이 있어
어머니도 혼자 살고 나도 혼자 산다
혼자 사는 달
시린 바다
저 달장아찌 누가 박아놓았나
박목월, 왕십리
내일 모레가 육십인데
나는 너무 무겁다
나는 너무 느리다
나는 외도(外道)가 지나쳤다
가도
가도
바람이 입을 막는 왕십리
천양희, 마음이 깨어진다는 말
남편의 실직으로 고개 숙인 그녀에게
엄마, 고뇌하는 거야?
다섯 살짜리 아이가 느닷없이 묻는다
고뇌라는 말에 놀란 그녀가
고뇌가 뭔데? 되물었더니
마음이 깨어지는 거야, 한다
꽃잎 같은 아이의 입술 끝에서
재앙 같은 말이 나온 이 세상을
그녀는 믿을 수가 없다
책장을 넘기듯 시간을 넘기고 생각한다
깨어진 마음을 들고 어디로 가나
고뇌하는 그녀에게
아무도 아무 말 해주지 않았다
하루 종일
길모퉁이에 앉아 삶을 꿈꾸었다
윤고은, 밤의 아주 긴 테이블
내 집은 여기 안달루시아
그 중에서도 세비야 미스테솔 거리 74번지
어떻게 여기로 왔는지
이야기하려면 좀 길지
오랫동안 너를 보지 못했지
수많은 밤이 흘러갔지
그러나 밤은 테이블일 뿐
긴 밤은 조금 더 긴 테이블일 뿐
너와 나는 그때부터 지금까지 아주 긴 밤을 사이에 두고
조금 떨어져 있을 뿐
결국은 하나의 테이블에 마주앉아 있네
그 사실을 기억하는 건 오로지 잠들 때뿐
나에겐 잠이 필요해
너에게도 잠이 필요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