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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븅신사바] 원격지원
게시물ID : panic_74796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유부냥돌
추천 : 39
조회수 : 5216회
댓글수 : 9개
등록시간 : 2014/11/24 18:2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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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일 째 같은 전화가 오고있다.
 
컴퓨터를 사갔는데 매일매일 전화해서 컴퓨터 사용방법을 물어본다.
 
아주 지겨워 죽겠다. 같은 것을 몇번을 반복하는지 모르겠다.
 
요즘 같은 시대에 아무리 어르신이라도 이렇게 컴퓨터를 모르시는 분이 있을 줄은 몰랐다.
 
보통 물어보는 것은 디지털 카메라에서 사진을 PC로 저장하는 것이다.
 
한 5번은 알려드린것 같다.
 
"아.음....그 김대리님 계십니까?"
 
"제가 기술팀 김대리입니다. 말씀하세요"
 
"아! 몇일전에 전화드렸던 사람인데요. 몇일 안하다가 다시 하려니깐 방법을 다 잊어버렸네. 한번만 다시 알려주시죠"
 
아... 또 그 어르신이다. 뭐...파일한번 옮겨드리고 '이렇게 하시면 됩니다~' 라고 애기하면 될 것이다.. 늘 그랬듯이,.,
 
그래도 고객님이시니깐 최대한 상냥하고 친절하게 알려드려야 한다.
 
"아 저번주에 전화주셨던 분이시죠? 그 때 원격 연결하시는 법은 기억 나세요?"
 
"내가 그건 안까먹지. 똑같이 하면 되요?"
 
그래...원격 걸어주는 법을 안잊어 버리신것만 해도 어딘가...
 
원격을 연결하고 디지털카메라 안에 있는 파일들을 복사한다.
 
약 500장 가량...
 
얼핏 들은 기억으로는 어느 시골학교 교장선생님까지 하고 은퇴한지 몇년 되셨다고 했다.
 
그리고 취미생활로 사진을 시작하셨다고..
 
사실상 작업 자체는 어려운게 없으니 복사를 걸어놓고 원격을 끊으려고 했다.
 
"지금 작업은 완료 했구요, 복사 완료되시면 그때 카메라 분리하세요"
 
"네 알겠습니다 대리님 감사해요"
 
"네 감사합니다. 사용하시다가 막히는거 있으시면 또 연락주세요"
 
이제 그만좀 전화해라....
 
몇일 후 또 전화가 걸려왔다.
 
"김대리님. 대리님 찾으시는 분입니다. 전화 돌려드릴께요"
 
역시나 그분이다.. 터져나오는 한숨을 간신히 삼키고 다시 원격을 요청한다.
 
어르신이 좀 자주 전화하셔서 그렇지 목소리나 말투는 참 사람을 편하게 만들어 준다.
 
왕년에 교장선생님이었다고 하니 인격은 훌륭하신 모양이다.
 
"내 김대리님한테 너무 죄송해서.. 언제 술이라도 한잔 사야겠어요"
 
"하하. 괜찮습니다. 저야 이게 일인데요 뭘"
 
하도 자주 통화하니 이젠 서로 말도 편하다.
 
"그럼 원격 걸고 나 화장실좀 갔다 올께요. 똑같이 복사만 해줘요 김대리님"
 
"아 네 알겠습니다. 다녀오세요"
 
전화기 넘어로 핸드폰을 내려놓는 소리와 점점 멀어지는 발소리가 들린다.
 
조금은 답답한 마음에 눈을 감고 작게 한숨을 쉰다...
 
이건 무슨 개인비서도 아니고 말이지....
 
눈을 감은게 실수였을까?
 
클릭을 잘못해서 보기 변경 아이콘을 눌러버렸다.
 
어르신들은 보통 간단히 보이던 아이콘들이 변경되면 별로 좋아하지 않으신다.
 
아이콘을 몇번 더 눌러 원래상태로 돌려놔야겠다.
 
보통아이콘, 큰 아이콘, 아주 큰 아이콘.
 
빠르게 클릭하던 손가락이 멈춘다. 무언가 사진이 이상하다.
 
커져버린 아이콘으로 사진의 내용을 확인한다.
 
죽은 아이의 시체다. 이제 초등학교를 입학할 만한 아이들이 피를 흘리며 죽어있는 사진이었다.
 
뭐지? 뭐지? 뭐지? 뭐지? 뭐지? 뭐지? 뭐지? 뭐지? 뭐지? 뭐지? 뭐지? 뭐지? 뭐지? 뭐지? 뭐지?
 
재빠르게 다른 폴더로 이동한다.
 
화장실에서 어르신이 나오기 전까지 최대한 확인을 해봐야 한다.
 
내가 오해를 한것인지, 아니면 사실인지.
 
오해라면 재빨리 아이콘을 '간단히'로 변경하여 모르는 척 하면 될것이고.
 
진짜라면 경찰에 신고해야 한다. 내가 해야한다. 난 지금까지 저 사진들을 직접 옮겨줬다. 나한테 불똥이 튈 수도 있다.
 
식은땀이 난다.
 
날짜별로 기록된 폴더들을 훑는다.
 
아이들 뿐이 아니다. 성인여자, 성인남자, 교복을 입은 청소년들까지..
 
폴더는 총 10개정도 된다. 대충 내가 전화를 받아서 파일을 복사해드린 날이다.
 
이정도면 견적이 나왔다. 경찰에 신고를 해야 한다. 나라도 발을 빼야한다. 재수없이 이렇게 엮일순 없다.
 
폴더들을 훑어 올라가다가 첫번째 폴더까지 왔다.
 
화장실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리고, 점점 다가오는 발자국 소리가 난다.
 
어떻게 하지? 어떻게 하지? 어떻게 하지? 어떻게 하지? 어떻게 하지? 어떻게 하지?어떻게 하지? 어떻게 하지?어떻게 하지?
 
머릿속에 오만가지 생각이 다 들면서 사고가 멈춘다.
 
곧 있으면 어르신도 화면을 볼것이다.
 
아 이런 씨발. 복사만 걸어주고 원격 끊고 전화 끊었어야 했다. 이게 무슨 상황이란 말인가. 꼬여도 정말 개같이 꼬였다.
 
재빨리 마지막 폴더를 연다.
 
내사진이 있다. 출퇴근 하는 내 모습이 그 폴더에 있다. 옷도 서로 다른 것을 보니 하루 이틀동안 찍은 사진은 아니다.
 
마지막 까지 확인한 나는 재빨리 아이콘을 바꿔서 사진이 보이지 않도록 했다.
 
손가락이 떨리고 호흡이 가빠온다.
 
발자국 소리는 가까워지고 곧 이어 핸드폰을 들어올리는 소리가 난다.
 
"작업 다 끝났나? 김대리님?"
 
"아....그...네. 어르신 복사 다 걸어놨습니다. 사용하시다가 또 막히시면 다시 연락주세요"
 
호흡이 가빠 조금 어색했지만 입에 배인말을 습관처럼 뱉어냈다. 빨리 전화를 끊고 경찰에 신고해야 한다. 지금 당장.
 
"아이고 김대리님 수고했어요. 오늘 퇴근하고 술한잔 살께요 내가. 지금 집에서 출발하면 퇴근시간에 맞출 수 있어요. 김대리님 집이 합정이지요?"
 
망할! 씨발! 집에는 와이프와 3살배기 아이가 있다. 절대로 막아야 한다. 그보다 내 집까지 알고있다니. 
 
"아..하하 오늘은 회식이 있어서요. 다음에 한잔 하시죠 어르신"
 
"아이고 그래요? 그럼 다음에 한잔 해요 수고했어요 김대리님"
 
전화를 끊고 와이프에게 전화를 해서 아이를 데리고 친정으로 당장 내려가라고 했다.
 
돈이 얼마가 나오든 콜택시 불러서 친정까지 쏘라고 했다.
 
그리고 다시는 그 전화가 걸려오지 않았다.
 
 
 
 
 
 
 
 
 
 
 
 
 
 
 
 
 
 
 
 
 
 
 
오유신문
싸이코패스 택시기사 살인범. 잡고보니 연쇄살인마
오늘 오후3시경 택시 트렁크에 시체를 싣고 달리던 택시기사를 긴급 체포했습니다. 범인은 택시 콜을 받고 이씨(30세)와 그의 아들(3세)를 태운 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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