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수능 성적표를 받고
미루고 미루던 방정리를 했다.
방 안에는 책이 많은 편은 아니다. 대부분의 책은 학교에서 이미 처리를 했으니까
집앞 슈퍼에서 종이상자 하나를 얻어왔다. 충분하겠지 하고 생각하며
연계교재들과 모의고사 종이들을 상자에 담으며
영어와 국어는 미련없이 담았으나 차마 수학의 정석과 과학 교재는 담지 못했다.
종이상자가 가득 찼다.
아직 책장중에서 두 칸 밖에 비우질 못했다.
종이상자를 테이프로 감싸고, 남은 책들을 차례로 쌓아올렸다.
내 가슴팍 까지 올라온 책들,
학교에 있었던 책들까지 합하면 내 키를 훌쩍 넘겠지
처음으로 책에게 위화감을 느꼈다.
아니, 압도됐다는 표현이 맞으려나
시선을 빈 책장으로 돌렸다.
공허하다 공허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