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빚이 좀 있어요.
어머니와 함께 사는 집 전세자금대출 1700
수년전 돌아가신 할머니 수술비로 부터 시작된 마이너스 통장 2000
자살한 선배형에게 빌려준 3000
나이도 나이인 만큼, 어떤 여자가 이런 빚과 어머니를 모시고 살아야 한다는 현실을 감당하고 저에게 와 줄까 생각하고
수년간 결혼 포기하고 골프치고 사고 싶은거 사고 그렇게 살아왔습니다.
몇달전 무라카미 하루키의 '100퍼센트의 여자아이' 같은 분을 만나면서 결혼하고 싶은 욕심까지 생겼더랬죠.
너무나도 오랫만에 행복했고, 생예 가장 짧았던 연애를 마쳤습니다.
살면서 '이런 사람은 다시 만나지 못할꺼야' 같은 생각을 해본적은 없었는데
정말 저에겐 다시 만날 수 없을 '100퍼센트의 여자아이' 같은 존재였어요.
아마도 그래서 경제적인 이야기까지 금방 털어놨던거 같아요.
이야기 안하고 속이기 싫었거든요.
빚만큼 연봉은 되기에 2~3년 허리띠 졸라매면 평범한 삶 이상으로 가능할꺼라 생각했는데
그래서 많은 손해 보면서도 연금보험 저축보험 다 해약하고 담배끊고 술끊고 차분히 빚값을 준비하고 있었는데
그분은 도저히 안되겠었나봐요..
하기사 대부분의 나이 찬 여성분들 역시 비슷할꺼라 생각하면서도 무거운 이야기들 까지 털어놓았으니
이런 결과가 있으리라고 예상하지 않은건 제 이기심이었겠죠.
죽고 싶도록 아픕니다.
보고싶고 사랑합니다.
그리고, 정말 미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