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분
벌이 꿀 모으기 위해
꽃 사이 바삐 오가다
그 다리에 묻어온
온갖 꽃의 꽃가루
그것을 거두어들여
잘 말리고 고른 것
귀한 꽃의 화분으로
건강식품이라 하는데
꿀 먹을 때 따뜻한 물에
한 수저 타서 먹으면 좋은
벌은 꿀도 화분도 모두
식품으로 제공하니 벌에게
깊이 감사하면서 먹어야 하는데
화분 2
갖가지 그릇 중에는
꽃 가꾸려 실내에서 쓰는
흙 구워서 만든 화분
쉽게 쓰이는 그릇이고
어느 흙은 안방의
값나가는 접시 되는
어느 대갓집 마님
부끄럽고 한심한 짓
외국에서 몰래 들인 접시
큰 방안에 하나 가득한데
이사짐 묻어온 것이라고
그 말을 또 누구는
끼리끼리 편들어주는
값 엄청나다는 그 접시
남편 앞길에 장해물 된
과유불급이라는 말은
넘치지 말라는 뜻인데
국가 체면
평범한 민초 작은 희망
외국 여행하는 것이고
국민 한 사람 한 사람
나라 체면 안고 가는
외국으로 여행 가면
모두 애국자 되는데
더러는 제 눈 스스로
꼭 감고 온갖 물건 사 모아
이삿짐 속에 숨기고
또는 신발 속에 숨기고
제 몸 구석구석 숨기고
그래서 들켜 망신 사는
명품이라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난다는 사람
명품 한둘은 누구나 있는
명품 앞엔 체면 자존심 없는
그런 사람을 편드는
그도 그 나물에 그 나물
머리 든 것 없어 텅 비면
절로 포장이 과해진다던
어느 어른 말씀 생각나
속 빈 강정이라는 오랜 옛말도 있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