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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GM] 너는 나를 이렇게 불렀다
게시물ID : lovestory_91808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통통볼
추천 : 2
조회수 : 364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21/05/12 21:37:25

사진 출처 : https://unsplash.com/

BGM 출처 : https://youtu.be/Vaq7rZxJW-k

 

 

 

 

1.jpg

 

서영식, 호칭




저기요

너는 나를 이렇게 불렀다


네 곁에서 나는

저-어-기

먼 풍경이 되다가

무관심이 되다가

우주만 한

배경이 되다가, 저기

까마득한 별이 되었다


저기, 너는

너는 나를 이렇게 멀리 보내두고

갔다

 

 

 

 

 

 

2.jpg

 

한용운, 우는 때




꽃 핀 아침, 달 밝은 저녁, 비오는 밤

그때가 가장 님 그리운 때라고 말합니다

나도 같은 고요한 때로는 그때에 많이 울었습니다


그러나 나는 여러 사람이 모여서 말하고 노는 때에 더 울게 됩니다

님 있는 여러 사람들은 나를 위로하여 좋은 말을 합니다마는

나는 그들의 위로하는 말을 조소로 듣습니다

그때에는 울음을 삼켜서 눈물 속으로 창자를 향하여 흘립니다

 

 

 

 

 

 

3.jpg

 

문병란, 씀바귀의 노래




달콤하기 싫어서

미지근하기가 싫어서

혀끝에 스미는 향기가 싫어서


온몸에 쓴 내를 지니고

저만치 돌아 앉아

앵도라진 눈동자

결코 아양 떨며 웃기가 싫어서


진종일 바람은 설레이는데

눈물 죽죽 흘리기가 싫어서

애원하며 매달려 하소연하기가 싫어서


온 몸에 똑 쏘는 풋내를 지니고

그대 희멀쑥한 손길 뿌리쳐

눈웃음치며 그대 옷자락에 매달려

삽상하게 스미는 봄바람이 싫어서


건달들 하룻밤 입가심

기름 낀 그대 창자 속

포만한 하품 씻어내는 디저트가 되기 싫어서


뿌리에서 머리끝까지 온통 쓴 내음

어느 흉년 가난한 사람의 빈 창자 속에 들어가

맹물로 피를 만드는

모진 분노가 되었네

그대 코끝에 스미는

씁쓰름한 향기가 되었네

 

 

 

 

 

 

4.jpg

 

김기택, 얼룩




달팽이 지나간 자리에 긴 분비물의 길이 나 있다

얇아서 아슬아슬한 갑각 아래 느리고 미끌미끌하고 부드러운 길

슬픔이 흘러나온 자국처럼 격렬한 욕정이 지나간 자국처럼

길은 곧 지워지고 희미한 흔적이 남는다

물렁물렁한 힘이 조금씩 제 몸을 녹이며 건조한 곳들을 적셔 길을 냈던 자리, 얼룩

한때 축축했던 기억으로 바싹 마른자리를 견디고 있다

 

 

 

 

 

 

5.jpg

 

권자미, 줄




베란다 난간

응달을 타고 오른 나팔꽃이

손가락 없는

덩굴손을 허공에 얹는다

높은 곳으로 외가닥 줄을 대는 중이다

V자 그리며 지상으로 왔으나

파리하게

입술이 타들어 오그라졌으므로

나도 그랬다

위급하니까

어쩔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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